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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wang Muaythai GYM/제왕회관 자료실

인도차이나

by Ajan Master_Choi 2019. 4. 2.

 

이 영화를 선택하기 전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원래 이 시리즈를 시작할 때의 계획으로는 지금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Gone with the wind)’를 할 생각이었지만 중간에 갑자기 포레스트 검프가 나오는 바람에 너무 미국사만 얘기하기가 좀 뭐해서 다른 영화를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 결과 나온 영화가 ‘인도로 가는 길’이었지만 이 또한 너무 헐리우드영화 일색인 것 같이 보여서 이번에는 프랑스영화로 골랐습니다.

기분 같으면 ‘다빈치코드’를 인문학적으로 샅샅히 털어버릴 생각도 있지만 그것은 나중으로 미루도록 하겠습니다.

 

이 영화를 고른 이유는 이 영화야말로 우리에게 ‘식민지’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정확히 알려주는 영화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식민지시대를 겪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를 식민지로 삼고 지배한 나라는 바로 옆의 일본이었고, 그 일본은 우리와 수천년 간 교류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 민족의 입장에서 식민지본국인 일본을 ‘감히 대항할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지는 않았습니다.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 같은 사람들조차 ‘현재 상황에서는 이것이 최선’이라고 했을 따름이지 결코 ‘앞으로 우리 민족은 영원히 일본의 치하에 살아야 한다’라는 말은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인도차이나 사람 (그리고 다른 나라의 사람들도 함께 포함됩니다) 들의 입장에서 식민지 본국이었던 프랑스는 생긴 것조차 다르다보니 우리가 일본인들을 보는 시각과는 꽤 달랐을 것입니다.

 

이 영화를 자르려고 대충 보았더니 신기하게도 13편이 나옵니다.

앞에서 포레스트 검프도 13편이었고, 송가황조도 13편이었는데 이번에도 13편으로 잘렸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수십번도 넘어 봤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한번 대충 보니 상당히 잘 만들어진 영화로 보입니다.

그리고 역사적 사실 또한 할 얘기가 너무 많아서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지가 걱정됩니다.

 

이 영화를 번역한 사람들은 그래도 앞의 영화들, 특히 송가황조보다는 훨씬 번역이 정확한 편이지만 그래도 역사적 사실을 잘 알지 못하여 몇 가지 잘못 된 부분들도 있고 빠진 부분들도 있습니다.

 

영화를 해설하면서 하나하나 해 나가도록 하고 영화로 들어가겠습니다.

 

 

식민지

 

영화의 시작은 어떤 사람이 죽어서 장례를 치르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첫 대사는 영화의 주인공인 Éliane Devries (엘리안느 드브뢰) 가 ‘나는 인도차이나는 떠나지 않았다’ 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인도차이나를 지배하던 응유엔왕조의 왕족 한 사람이 비행기사고로 죽고, 5살 난 딸 하나만 남겨졌을 때 주인공은 이 딸을 입양하게 됩니다.

 

주인공은 인도차이나에 거대한 고무농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태어나기를 인도차이나에서 태어난 것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죽은 친구의 딸을 입양함에 따라 그 아이가 상속 받은 땅까지 모두 물려 받아서 그녀가 가진 랑사이고무농장은 인도차이나 최대의 농장 중 하나가 됩니다.

 

총 6천헥타르라고 하는데, 6천헥타르라면 무려 1,815만평이 됩니다.

 

미터법으로는 60제곱킬로미터인데, 서울의 크기가 605.21제곱킬로미터이니까 서울 전체의 1/10이 됩니다.

 

참고로 종로구, 중구, 용산구를 다 합친 것보다 더 큽니다.

 

주인공 엘리안느는 자신이 입양한 아이에게 까미유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최고의 유럽 수준 교육을 합니다.

혼자 살고 있는 엘리안느의 아버지가 조금 음탕한 눈길을 보내긴 하지만 그래도 까미유는 거대한 플렌테이션농장을 왕국 삼아 잘 커가고 있습니다.

같은 인도차이나 사람인 하녀가 그녀를 욕하지만 엘리안느는 꿈쩍도 하지 않고 애를 잘 키웁니다.

 

그 과정에서 농장의 인도차이나 노동자들과 프랑스 군인들 사이에 경기가 벌어지고 농장 노동자들이 이기게 됩니다.

프랑스 군인들은 ‘저들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면 안된다’라고 하지만 주인공 엘리안느는 자신을 굳이 프랑스인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인도차이나와 프랑스의 중간 정도로 생각하는 듯 합니다.

대사에도 보면 ‘이 세상에 분리될 수 없다고 믿는 것’ 으로 인도차이나와 프랑스를 말하고 있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러한 자기정체성 인식은 우리나라에 있던 일본인들에게도 있었습니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천황의 항복방송이 있고 나서 몇 달 후 일본으로 가야 했던 (제가 지금 ‘돌아가야’ 가 아니라 ‘가야’ 라고 말하는 것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이시다 스에코 (石田壽惠子) 의 증언이 재미 있습니다.

이 사람은 1945년에 21살이었습니다.

경성 (서울)에서 태어나 경성에서 학교를 다녔고, 일본에는 단 한번도 가 본 적이 없는 아가씨였습니다.

이 사람은 1995년 야마구치현이 재정지원을 하여 발간한 종전50주년 기념 논문의 저자 앞에서 증언하면서, ‘어머니와 우리는 모두 경성태생이다. 본토를 알지도 못하고 자랐기 때문에 전쟁이 끝나서 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을 들어도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당최 감이 잡히지 않았다’ 라고 하고 있습니다.

 

또 어떤 22세의 여성 (다키카와 나쓰요) 은 1947년 오사카의 친척집에서 음독자살을 한 적도 있습니다.

이 사람은 부산의 미시마여학교 (지금 부산의 남성여고입니다)를 나와서 부산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전쟁이 끝나고 모든 부동산은 미군정청이 수용해 버리고 일본인들은 손에 들고 어깨에 질 수 있는 규모의 살림살이만 가지고 일본으로 강제로 가야 했습니다.

이 아가씨의 경우에도 그 전에는 살아오면서 일본에 단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고, 겨우겨우 오사카에 있는 친척집에 얹혀 살았는데, 그 집 딸과 어느날 아침 다투고 나서 음독자살을 해 버린 것이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엘리안느의 정체성도 이와 비슷합니다.

분명히 프랑스인이긴 한데 그렇다고 해서 방금 프랑스에서 온 사람들과는 분명히 차별되는 사람인 것입니다.

 

이 편에서 말할 역사적 사실은 인도차이나와 관련한 각종의 명칭과 혼동에 대한 것입니다.

 

앞에서 제가 입양된 아이를 응유엔왕조의 왕족이라고 했는데, 응유엔왕조는 1802년에 세워져서 1945년까지 존속했던 왕조입니다.

하지만 이미 나폴레옹 3세 시절인 1858년부터 프랑스가 땅을 야금야금 먹어 들어갔고, 1861년에는 완전히 프랑스가 다 점령해 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왕조를 그대로 살리면서 프랑스의 보호령으로 했던 것입니다.

 

지금 이 영화의 제목이 ‘인도차이나’ 인데 응유엔왕조의 영토는 지금의 베트남이 아니라 인도차이나반도 거의 모두를 포함했습니다.

1967년 프랑스는 현재 베트남의 남부지역을 식민지로 만들고 그 이름을 ‘코친차이나’라고 붙였습니다.

여기서 ‘코친’이라 함은 한자 交趾 의 베트남어 발음과 유사합니다.

그리고 이곳에 프랑스인들은 수도를 세웠는데 그 수도가 바로 사이공이며 지금은 호치민이라고 부르는 도시입니다.

 

그 이후 중국의 청나라가 이 지역에 대한 종주권을 주장했고, 프랑스와 전쟁이 터져, 당연히 청나라가 졌습니다.

그래서 완전히 이 지역을 차지하게 된 프랑스는 이 지역을 3개로 나누었습니다.

그리고는 가장 북쪽은 통킹 (東京), 중간 지역은 안남 (安南), 그리고 가장 아래 지역은 원래 이름대로 코친차이나 라고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코친차이나는 직할하고, 북쪽의 두 지역인 통킹과 안남은 각각 분리하여 보호령으로 했던 것입니다.

 

아주 재미 있는 것은 통킹과 안남의 경계선이 나중에 남북베트남의 경계선이 되는 것이고, 우리나라에서 월남전에 참전한 부대들도 그곳으로 가게 됩니다.

 

 

식민지의 군상들

 

원래 영화에서 등장인물 소개가 너무 길면 재미가 없는데 이 영화는 그다지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두 번째편의 시작은 미술품경매장입니다.

이 미술품경매장에서 엘리안느는 어떤 그림에 대해 높은 값을 제시하지만 한 프랑스군 장교가 자신에게 미술품을 넘길 것을 요청합니다.

그리고 반에 그 장교는 ‘너무 빡빡하게 하지 말자’라는 동료 장교와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원칙을 어긴 원주민의 배를 태워 버립니다.

 

장면은 바뀌어 엘리안느의 농장에서 엘리안느는 도망치다 잡힌 원주민에게 체벌을 가합니다.

그리고 나서 엘리안느에게 그 장교 (쟝 밥티스테) 가 찾아옵니다.

그 장교를 보자 겁에 질린 한 소년이 도망치는데 바로 며칠 전 불태워 버린 배에 있던 바로 그 아이였습니다.

장교가 엘리안느에게 ‘이렇게 남자만 있는 곳에서 생활하려면 두렵지 않은가?’ 라고 묻자 엘리안느는 ‘나는 그들의 주인이다’ 라고 대답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장교의 코에서 코피가 흐르고 잠시 안정을 취하기 위해 누워 있으면서 둘의 사랑이 시작되는 장면까지입니다.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인도차이나의 역사는 물론 ‘식민지’ 라고 하는 것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였습니다.

이 편에서도 식민지에 있는 본국인들의 생활과 모습들이 그대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만일 오늘 갑자기 어떤 나라가 공식적으로 우리나라의 식민지가 된다고 하면 과연 누가 거기에 가겠습니까?

 

가장 먼저, 우리나라 공무원 중 한 명이 총독이 되어 부임할 것입니다.

식민지총독은 대개 군인이 임명 되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도 상당히 높은 사람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총독은 가서 일을 해야 하니까 공무원 (혹은 군인들) 의 지원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적어도 하나의 나라를 통치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선발대 성격으로 가는 행정관료만 하더라도 5백명 이상은 되어야 될 것입니다.

 

그리고 군인들이 갈 것입니다.

나라의 규모나 각종 상황 등을 고려해야겠지만 군인이 최소한 사단급 규모로는 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경찰이 가야겠죠.

실제로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였을 때, 경성에 있던 중앙기관이나 대도시에는 당연히 꽤 높은 일본인들이 와 있었지만 실제로 읍면 단위에서는 일본군 헌병 상병만 하더라도 아주 끗발이 있는 자리였습니다.

 

어느 정도 안정이 되고 나면 교육기관도 가야 하고, 의료기관도 가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들과 같이 사업가들이 가기 시작합니다.

이들은 새로운 사업기회를 맞아 그 나라로 가고, 이미 진출해 있는 공무원들과의 협조 관계 속에서 사업을 해 나갈 것입니다.

물론 그 중에는 흥하는 사람도 있고 망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식민지배를 받는 나라가 본국보다는 여러 모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을 것이므로 사업은 본국보다는 쉬울 것입니다.

 

그리고 하층민들이 갑니다.

이들은 비록 본국에서는 하층민에 불과하지만 식민지에 가서 높은 사람들의 옆을 떠돌면서 심부름을 해 주면 본국보다는 훨씬 높은 생활수준과 기회를 가질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 엘리안느 옆에 있는 프랑스여인이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에 실업난이 심각한데 식민지가 하나 생기면 그 실업난이 완전히 해소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그래서 다들 식민지 만들고 싶어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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