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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wang Muaythai GYM/제왕회관 자료실

오직 독서뿐...

by Ajan Master_Choi 2019. 4. 25.

 

 

 

이 세상에서 제일 듣기 좋은 소리로는

"솔바람 소리, 시냇물 소리, 산새 소리, 풀벌레 소리, 거문고 소리, 섬돌에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 차 달이는 소리 등 지극히 맑은 소리이다. 하지만 낭랑하게 들려오는 어린 자녀의 책 읽는 소리만큼 기쁨을 주는 아름다운 소리는 없다"

(허균 한정록中 '정업')

 

"오직 독서뿐"이라는 책을 읽다가 내용 중 나오는 '아름다운 소리'와 관련하여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 소개한다.

 

조선 선조 때

우연히 어느 관리의 환송 잔치에 참석한

정철, 유성룡, 이항복, 심희수, 이정구 등 학문과 직위가 쟁쟁한 다섯 대신들이 한창 잔을 돌리면서 흥을 돋우다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

라는 시제를 가지고

시 한 구절씩 읊어 흥을 돋우자고 의견을 모았다.

 

먼저,

송강 정철이 운을 뗐다.

淸宵朗月 樓頭謁雲聲(청소낭월 누두알운성)

맑은 밤 밝은 달빛이 누각 머리를 비추는데 달빛을 가리고 지나가는 구름의 소리

 

다음에 일송 심회수가,

滿山紅葉 風前猿嘯聲 絶好(만산홍엽 풍전원소성 절호)

단풍이 붉게 물든 가을날 멀리서 원숭이가 우는소리가 바람결에 들려오는 것도 듣기 더욱 좋지요

 

이어 서애 유성룡이,

曉窓睡餘 小槽酒適聲 尤妙(효창수여 소조주적성 우묘)

새벽 창 잠결에 들리는 작은 통에 아내가 술을 거르는 그 즐거운 소리

 

그리고 월사 이정구가,

山間草堂 才子詠詩聲 亦佳(산간초당 재자영시성 역가)

산간 초당에서 선비가 시 읊는 소리

 

네 사람이 점잖게 한마디씩 하는 것을 듣고 있던

백사 이항복이 빙그레 웃으며 한마디 하였다.

 

洞房良宵 佳人解裙聲也(동방양소 가인해군성야)

동방화촉 좋은 밤에 아름다운 여인의 속옷 벗는 소리

 

이 날 저녁

그 자리에 모인 모두는 오성대감,

즉 백사 이항복의

"여인의 치마 벗는 소리"

가 제일 압권이라고 입을 모으고 칭찬했다나 뭐라나~~

 

당대에 내로라 하는 대학자요 문장가요 정치가이지만

인간의 본성에 있어서는

예나 지금이나^^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아

피식 웃음이 나는 참 거시기한 새벽 풍경이다.^^

 

옷고름 풀고 있는 신윤복의 미인도.

그런데 미인 같지 않다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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