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몸의 각 기관을 가리키는 우리말은
400여 개가 넘는다.
머리, 얼굴, 손, 발, 팔, 다리, 허리 들처럼 바깥 부분의 구조는 주로 토박이말로 불리고 있고,
심장, 간, 폐, 위, 창자 들처럼 몸 안의 구조는 대부분
한자말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몸 안의 구조도 예전에는 거의
토박이말로 불리었다.
다만,
몸 바깥 부분과는 달리, 몸 안의
부분에 대한 이름은
주로 의학 용어로
기록되고 사용되어 온 까닭에 한자말로
차츰 바뀌어 온 것이다.
그럼에도
나날살이에서는 아직 몸 안의 부분에 대한
순 우리말들이 많이 남아 쓰이고 있다.
예를 들어,
숨 쉬는 기관인 폐에 대해서도 우리말인 ‘허파’, 또는 ‘부아’가 아직 널리 쓰인다.
분한 마음이 울컥 솟아나는 것을
“부아가 치민다.” 라고 하는데,
이는 부아
곧 폐가 부풀어 올라 가슴이 꽉 막히도록 화가 가득 찬 느낌을 표현한 말이다.
‘비위’
라는 말은 비장과 위를 합하여
일컫는 것이다.
비장은
토박이말로 ‘지라’이고, 위는
‘밥통’이다.
지라는
위의 뒤쪽, 콩팥과 가로막 사이에 있는
적갈색 달걀꼴의 내장을 말한다.
비장과 위는
음식물을 먹고 싶게 만드는 내장이므로, “비위가 동한다.”고 하면 구미가 당긴다는 뜻이고,
“비위가 상한다.”고 하면 전혀 입에 대고 싶지 않다는 뜻이 된다.
“밸이 꼴린다.”고
하는데, 이 말은 본디 “밸이 꼬인다.”고 하는 말이 잘못 전해진 것이다.
이때의
‘밸’은 ‘배알’의 준말인데, ‘배알’은
창자를 말하는 순 우리말이다.
그러니까
“밸이 꼬인다.”는 말은 어떤 일이 몹시 아니꼬워서 창자가 뒤틀리는 것처럼
속이 쓰리다는 뜻이다.
밸이 한자말 창자에 밀려나서 격이 낮아지는 바람에 이제는 동물의 창자를 주로 밸이라고 부르는 형편이 되었다.
간과 창자를 아울러
‘간장’이라고 하는데, 이 간장은 토박이말로
‘애’라고 한다.
“간장을 태운다.”
는 말을 “애간장을 태운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이는 같은 말을 중복해서 쓴 것이다.
그냥
“애를 태운다.”라고
쓰면 된다.
그리고 몹시 놀랄 때에
“애 떨어질 뻔했다.”고 하는데,
이때의 ‘애’도 간장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그래서
“간 떨어질 뻔했다.”는 말이
함께 쓰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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