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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회관 휴게실/삶 이야기

결핍의 두 얼굴

by Ajan Master_Choi 2019. 4. 20.

 

결핍을 허하라...

 

우리 모두는 '결핍 없는 삶'을 원한다.

자식이 뭔가 결핍이 있으면, 부모는 그걸 극복하려 애쓴다.

철분이 부족하면 먹이려 애쓰고, 영어를 잘 못한다고 하면 미국에 연수를 보내서라도 더 가르치려 든다.

그렇게 우리 모두는 결핍을 메우려 노력한다.

결핍을 느낄 때 우리는 그걸 채우려 노력하기에, 그런 노력이 우리를 성장시키고 성숙하게 만든다.

배고플 때 밥은 행동을 이끌어내듯, 결핍은 동기를 만들어낸다.

 

장애물이 막아서면, 내가 원하는 것을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더욱 강력하게 원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자식이 게임에 빠져있다는 건 게임 외에는 다른 즐거움이 없다는 뜻이다.

다른 즐거움을 제공하려 애쓸 필요가 있다.

운동을 즐기고 음악 미술 등 다양한 취미활동에 관심있는 아이일수록 게임중독 가능성은 줄어든다.

게임 하는 아이에게 하지 말라고 하면 애들은 훨씬 더 매력을 느끼기 때문에 빠져드는 거다.

 

아이가 게임에 완전히 빠져 있어 걱정이라는 부모들이 종종 있는데, 게임 중독을 고치는 제일 좋은 방법은 게임을 정규 교과목으로 만드는 거다.

게임 관련 책을 읽게 하고, 게임을 직접 만들게 하고, 게임에 관해 시험을 보고, 정해진 기준만큼 스코어를 못 받으면 낙제를 시키는 거다.

그러면 게임으로부터 멀어질 거다.

어떤 즐거운 것도 학교 공부처럼 시키면 아이들은 무조건 싫어하게 돼 있다.

강제와 과잉이 거부를 낳는 거다.

 

요즘 청소년들에게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결핍을 경험할 기회가 없다는 거다.

아이가 수학에 관심을 갖기도 전에 숫자를 가르치고, 책에 관심을 갖기도 전에 글을 가르친다.

아이가 학교를 다니는 동안 '나 이거 너무 하고 싶어!' 해서 자발적으로 관심사를 찾아 헤매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지금 우리나라의 학교는 '졸업하면 이런 공부 절대 다시 안 할 거야!'를 외치는 졸업생들을 세상에 내보낸다.

 

지금의 교육은 '더 이상 미적분을 풀지 않아도 된다는 게 삶의 가장 큰 기쁨'이라 느끼는 어른들을 세상에 내보내고 있으니, 매우 가슴 아프고 슬픈 현실이다.

 

호기심이 많아서, 관심있는 게 많아서 궁금한 걸 스스로 알아보고 탐구하는 게 공부다.

그런데도 "아니, 좋아서 공부하는 사람이 어딨어요! 하라니까 하는 거지."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모른 채,

특히 자신이 진정 뭘 하고 싶어하는지 모른 채 세상이 요구하는 삶,

부모가 원하는 삶을 추구한다.

 

"너, 이 정도 점수면 OO대학 갈 수 있겠다. 거기 지원해봐."

 

라는 식으로,

세상이 세팅해 놓은 배치표 사이에 자기 삶을 구겨넣는다.

타인의 욕망을 내 욕망으로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오징어잡이 배에 등이 쭉 매달려 있는데, 밝은 빛을 보고 오징어떼가 달려든다.

욕망의 자본주의 시대, 요즘 젊은이들은 집어등에 달려드는 오징어 떼 같다.

그 욕망이 자신에게 좋은지 나쁜지도 잘 모르면서, 심지어는 독이 되는 욕망인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내달리고 있다.

 

학습된 욕망, 부모로부터 혹은 사회로부터 내려와 스며든 욕망들이 자기 욕망인 줄 알고 열심히 추구하다가 동력을 잃어버리면 어느 순간 좌절하고, 벽을 만나 실패하면 더 이상 추동할 힘이 없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는 게 지금 현재 우리 사회다.

'대학'이란 원래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를 알아내는 곳'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대학생들은 이것저것 해보고, 여기저기 찾아가봐야 한다.

 

온갖 분야를 구경하고 경험하고 물어볼 수 있어야 한다.

 

책으로 간접경험도 실컷 하고,

인턴도 해보고,

선배들 찾아가 물어보고,

랩에서 실험도 해보며 실험실도 어지럽혀야 한다.

 

학창시절은 '실패가 용납되는 공간이자 시간'이어야 한다.

 

하지만 안쓰럽게도 우리 사회는 학생들에게 그런 시간과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다.

심지어 방학 때조차도 스펙 쌓기로 '이력서에 들어갈 한 줄'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그러고도 자신이 정규직으로 제대로 취업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은 불안과 절망 사이에서 심리적 방황만 하고 있다.

 

사회에 요구한다.

아이들에게 결핍을 허하라!

 

'아, 심심해, 뭐 재밌는 거 없나' 할 수 있는 무료한 시간을 아이들에게 허락해야 한다.

스스로 엉덩이를 떼고 일어나 재미있는 걸 찾기 위해 어슬렁거리는 젊은이들로,

성취 동기로 가득 찬 어른으로 성장하게 하는 길은 그들에게 결핍을 허하고 무료한 시간을 허락하는 거다.

그들이 방황하면 그 방황을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실패하고 사고쳐도 좋다고 믿어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미숙한 시간들을 참고 기다려주고 믿어주는 부모가, 학교가, 사회가 그들에게 필요하다.

 

결핍의 덫..,

마시멜로 챌린지...

 

팀당 네명, 20가닥 스파게티면과 접착테이프, 실, 그리고 마시멜로 한 개가 주어지고 탑을 쌓는데 주어진 시간은 18분.

탑이 어딘가 기대지 않고 온전히 서 있을 때 탑의 높이가 가장 높은 팀이 이기는 거다.

경영대 학생들이나 변호사처럼 소위 가방끈 긴 이들의 높이가

유치원생의 탑 높이보다 현저히 낮다는 충격적을 결과를 보였다.

 

그들은 대개 계획을 짠다.

다양한 가설과 나름의 원리를 바탕으로 계획을 논의해 확정한 후 거기에 맞춰 쌓는데, 마지막에 탑위에 마시멜로를 올려놓는데, 대개 탑이 무너진다.

 

흥미로운 실험이 추가된다.

 

10개 팀 도전시 평균 6개 팀 정도가 성공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이들에게 상금을 거는 거다.

1등팀에게 1200만원(개인당 300만원)이 주어지는 상황인 거다.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다.

물론 큰돈이긴 하지만 1200만원이 주어졌을 뿐인데,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성공하는 팀이 사라진다.

 

이걸 여러 번 실험했지만, 매번 결과는 유사했다.

이 경우 유치원생이 탑을 10센티 높이로만 쌓아도 상금을 받아가게된다.

이 경우 2등이나 3등은 의미가 없기에, 사람들의 전략이 달라진다.

가장 높은 탑을 쌓기 위한 무모한 도전이 시작된다.

상금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시야가 좁아지고 조급해진다.

이것을 터널비전 현상이라 한다.

탑의 균형과 안정은 고려하지 않은 채 그저 높은 탑을 쌓으려 한 결과, 무리한 계획을 세우며 '과제 집착형'이 되어 여지없이 실패하고 만다.

 

이런 제도는 사람들이 목표와 성취 그 자체가 아니라, 보상과 처벌에 따라 일을 하게 만들기 때문에 시야가 좁아지는 거다.

물론 충분한 시간과 여유를 주는 경우라면 보상이 도움이 되기도 하겠지말 말이다.

 

터널 비전....

 

결핍은 사람을 바로 눈앞에 있는 것에만 집중하게 만들어 큰 그림을 못 보게 하며, 특히 결핍을 채우는 데에만 급급하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가 가진 집중력의 크기는 한정돼 있는데, 그 대부분을 결핍된 것에 쏟게 되면, 다른 것에는 제대로 집중을 못해서 성취도가 낮게 된다.

특히 부족한 결핍이 성적인 문제 혹은 먹는 것과 관련된 문제라면 그것 외에 다른 것들은 거의 생각하지 않게 되어,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

 

어린 시절 경험한 지나친 결핍이 그의 생각과 판단, 행동에 큰 영향을 미쳐 삶을 송두리째 뒤틀거나 왜곡시키기도 한다.

그것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까지 망가뜨릴 수도 있다.

이런 '터널 비전'이 결핍의 어두운 그림자이다.

 

지나친 결핍은 사람들의 생각을 좁게 만들고 자기 조절능력을 떨어뜨리며 타인과의 관계를 왜곡시키는 정신적 병균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현상금..

김일성 2만원,

김구 60만원,

김원봉 100만원(=현재 시세로 320억)...

빈라덴 540억이 걸리기 전까지 전세계 역사상 최고액..

지나친 결핍에 처한 민중이라면 눈이 번쩍 띄일 수밖에 없는 금액..

전봉준, 신돌석 제거 때도 이런 이이제이以夷制夷 방식으로 손안대고 코푼 바 있다.

민중 vs 독립운동가 구도를 만들어내는 효과적인 방식이기도 하다.

 

'견의사리見義思利'.....

義를 말하거나 행하는 사람의 입을 닫게 만들고 싶은가?

'利가 돼, 안돼?'로 프레임 전환시키면 게임끝!!

 

'자본주의(제국주의)'란 모든 사회구성원으로 하여금 끝없이 상대적 결핍을 느끼게 해서, 끊임없이 타인을 적(경쟁자) 삼게 하는 것!!

 

사랑만 하고 살기에도 부족한 인생이다.

조금만 더 높이 날아 멀~~~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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