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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회관 휴게실/세상이야기

하나의 한국, 두개의 사회

by Ajan Master_Choi 2018. 8. 25.

 

한 사회를 분석하는 사회과학적 틀로서 사회구성체론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당시 한국사회를 국가독점자본주의나 주변부자본주의 라는 이론으로 우리사회의 성격을 분석하고 규정하려는시도였다.

 

이중에서 주변부자본주의론은 세계체제를 중심부와 주변부로 구분하고 주변부에 대한 중심부의 끊임없는 수탈구조를 분석하여 체계화한 사미르 아민의 이론이다.

 

오늘날 이시점에서 주변부자본주의론을 불쑥 꺼낸 것은 그 이론이 세계체제 뿐만아니라 한사회에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소득통계지수에 나타난 극심한 양극화는 이미 예고된 것이다.

 

부동산 정책의 변화와 조선,자동차 산업의 침체로 인한 일용직 노동자의 실업과 소득감소는 충분히 예견된 일이며, 최저임금 인상은 애초부터 전체 하위계층의 소득증가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위계층의 소득증가에 가장 중요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국민연금을 포함한 복지의 확대가 없이는 현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오랫동안 노동계의 숙원인 동일노동 동일임금도 여전히 제도화되지 못하고 있다.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격차는 소득주도성장론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그 내용이 너무나 지엽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현정부의 한계는 너무나 분명하다.

 

다시 처음의 주제로 돌아가 하나의 국가 내에 존재하는 극단적인 두개의 사회란 무엇인가?

 

우리는 하나의 국가, 하나의 사회속에 살아가고 있고, 단지 동일한 사회내에서의 사회, 경제적 불평등에 의한 양극화를 심각한 문제라고 인식한다.

 

물론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 양극화는 단지 경제적 불평등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주변부자본주의론을 적용해 보면 우리사회는 중심부와 주변부로 나누어져 있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계층이나 계급의 분할이 아니라 생산과 소비, 나아가 정치, 법, 문화의 이중구조를 의미한다.

 

생산의 면에서 보면 높은 이윤을 창출하는 대기업 위주의 중심부와 저임금이 아니면 유지될 수 없는 후진적인 주변부의 중소기업으로 분할되어 있고, 이둘의 관계는 단절된 것이 아니라 수직적인 수탈구조이다.

 

수탈은 비정규직의 양산을 통한 저임금과 중소기업과의 불공정한 하청관계에 의해 주로 이루어진다.

 

거기에 더해 자본력을 앞세운 독과점은 이러한 수탈을 더욱더 확대시킨다.

 

생산에 있어서의 주변부와 중심부의 분할은 소비에 있어서도 이중적인 구조를 만들었다.

 

최근 발표된 상위 20%의 2017년 소비중 절반은 해외에서 이루어졌다.

 

중심부의 소비가 전체 내수시장에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소비시장 자체도 분할되어 있는 것이다.

 

상위 20%의 중심부는 그들이 만든 상품을 소비하고 그들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고가의 음식을 소비하며 나머지 절반은 해외에서 소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의 중심부의 소비가 내수활성화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하위 20%는 저가의 식당을 이용하며 저가의 상품을 소비하며 여전히 낡고 비탈진 쪽방촌이나 지하 셋방에서 살아간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전국의 집값이 하락하고 미분양이 속출하는 가운데도 강남을 중심으로한 서울의 집값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는 주택시장도 이중적구조가 고착화되어가는 징후이다. 앞으로 주택시장의 불황이란 말은 적절하지 않다. 10~20%의중심부의 주택시장과 나머지 80%의 주택시장은 전혀 별개이다.

 

현재 주변부의 주택경기는 불황이지만 중심부의 그것은 초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경제의 불황이 전체 국민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주변부에만 해당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불황이 심화되면 중심부는 주변부에 대한 수탈을 통해 그 불황으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중심부와 주변부의 분할은 소비시장에 국한되지 않고 법이나 문화,교육에 있어서도 점점 심화되고 있다.

 

법은 외형적으로는 동일하지만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중심부와 주변부에 차등 적용되고 있으며, 일부 법은 그 자체가 이미 불평등한 내용을 내포하고 있다.

 

교육은 그나마 그 중심부와 주변부의 격차나 단절이 타 분야에 비해 크지 않지만 이 역시 조금씩 심화되고 있다.

 

문화적인 측면은 굳이 거론할 필요도 없을 만큼 주변부의 문화적 여건은 열악하며 상품으로서의 문화를 구매할 여력은 전혀 없다.

 

한국사회의 중심부와 주변부는 점점 뚜렷이 구별되고 상호 고립되어 가고 있다.그러면서도 중심부에 의한 주변부의 수탈구조는 강화되고 있다.

 

이제 더이상 두개의 세상은 은유적인 표현이 아니며 단순한 경제적 차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동시대에 같은 공간을 살면서도 전혀 다른 물질적 조건속에서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두개의 세상은 '수탈' 이라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완벽하게 단절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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