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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회관 휴게실/세상이야기

노인 범죄

by Ajan Master_Choi 2018. 8. 27.



가을 칠월에 무릉의 만족이 임원을 침략하자 마성이 토벌했으나 이기지 못했다.

마원이 출정할 것을 청하자 황제(광무제)가 그 늙음을 딱하게 여겨 허락하지 않았다. 

마원이 말하기를

 “신이 아직 갑옷을 입고 말에 오를 수 있습니다.”

했다. 

황제가 시험해 보게 하니 마원이 말 안장에 걸터앉아 좌우를 돌아보면서 아직도 쓸만함을 과시했다. 

황제가 웃으면서 말하기를

 “건장하다, 이 늙은이여!”

하고는 마침내 마원을 보내어 4만여명의 병력을 거느리고 가서 오계를 정벌하게 했다.

 

秋七月 武陵蠻 寇臨沅 馬成 討之不克 馬援 請行 帝愍其老 未許 援曰 臣 尙能被上馬 帝令試之 援 據鞍顧盻 以示可用 帝笑曰 矍鑠哉 是翁 遂遣援 將四萬餘人 征五溪

  -『通鑑節要』 권17 「東後漢」 ‘世祖光武帝下’-


여기서 유래한 ‘矍鑠翁(확삭옹)’은 원기왕성한 씩씩한 노인을 가리킨다. 

고령임에도 젊은이 못지않은 건장(健壯)함을 갖춘 노인(어르신)이다. 

당시 馬援(마원:BC14~AD43)의 나이는 62세로 현직에서 물러나 손주들 재롱에 여생을 보낼 때이다. 

그런 마원이 출정한다고 했으니 광무제가 못미더워 시험해 보게 했다.


마원은 일찍이 항상 빈객들에게

 “장부는 뜻을 가짐에 있어 곤궁할수록 더욱 견고해져야 하고, 늙을수록 더욱 강장해져야 한다(丈夫爲志 窮當益堅 老當益壯)”

는 말을 해왔으니 그의 이런 행동은 특별한 게 아니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의 속뜻은 나이듦의 기준은 신체적 노쇠가 아니라 정신의 건장함이 내포돼 있다. 

광무제는 마원의 날랜 행동을

 “노인의 정신이 건장하다는 것을 나타내었다(形容老人精神健旺)”

고 했으니 말이다. 

그야말로

 “고목에 꽃이 피니 마음은 그대로(老木開花 心不老)”

인 셈이다.

오래 전에도 이와 비슷한 말이 있었다.


老驥伏櫪 志在千里 

烈士暮年 壯心不已


"늙은 천리마가 구유에 누웠어도 뜻은 언제나 천리 밖이요, 열사의 나이 비록 늙었어도 장한 그 마음 변함이 없네."


뜻과 마음이 변치 않는다면 아직도 늙은이가 아니라는 뜻이다. 

뜻과 마음은 이상(理想)이니 늙음의 기준은 이것의 존재 여부라 하겠다.


나이를 먹는다고 누구나 늙는 것은 아니다. 理想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 것이다.

후회가 뜻을 대신하면 늙는다.


평균 수명이 늘어난 이유로 신체 건강한 노인의 증가하고 있다. 

理想의 간직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신체적 건강은 의술의 발달, 건강 식품, 건강 관리 등이 큰 몫으로 자리한다.


현대 우리 사회 특징 중 하나가 고령화다. 

노인 인구의 급증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사회에 순기능도 하지만 역기능도 하는데 바로 노인범죄의 증가다.


우리의 반면교사인 이웃 日本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노인 범죄가 16년 동안 다섯 배가 늘었다. 

1986년 도쿄에서 10대 가출 소녀를 감금하고 몹쓸 짓을 한 일당 3명의 나이가 67,68,79세였다. 

일본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우리도 노인 범죄가 해마다 24%씩 늘고 있다. 

그동안 노인에 대한 인식은 ‘폭력’과는 거리가 있었다. 

흔히 폭력은 완력(腕力)이 있어야 하는데, 노인은 약하다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었다. 

이제 그 인식이 바뀌는 시점이다. 

‘노인=쇠약’의 개념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요며칠 끔찍한 노인 범죄로 우리 사회가 어수선하다. 

경북 봉화에서 77세 노인이 엽총으로 주민 2명을 쏴 죽였고, 강원도 영월에선 20대 지적 장애 처녀를 동네 60~80대 노인 7명이 오랫동안 성폭행했다.


‘폭주노인’을 쓴 일본작가는

 “고령화 사회에서 소외된 노인들이 고독감 때문에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간다”

고 했다. 


그 원인으로 달라진 가족 관계, 급변 사회, 노인 생활고를 들 수 있다.

우리는 7년 뒤 인구 다섯 중 한 명이 65세 이상이 된다.

노익장(老益壯)을 과시한 馬援의 역할은 분명 순기능이었다.

그의 전공도 평생 이룩한 경륜이 한 몫 했을 것이다.


'노인 한 명이 죽는 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체험으로 점철되고 쌓은 노하우(know-how)는 젊은이가 따라갈 수 없다. 

이 움직이는 도서관은 후세에게 시행착오를 줄여주고 등불이 되어 삶의 방식을 전수한다.


그래서 管仲(관중)이

 “늙은 말의 지혜를 쓸 만하다(老馬之智可用也)”

란 말이 사회 전반에 울려 퍼져야 한다. 

그러려면

 “생애의 말년을 군자는 마땅히 정신을 백배 가다듬어야 한다(末路晩年 君子更宜精神百倍)”

라는 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90세에 시를 쓰기 시작해 99세에 시집을 낸 시바타 도요,

160만부 팔린 시집중에 ‘약해지지마’ 를 소개한다.


“한숨 짓지마/햇살과 산들바람은/한쪽 편만 들지 않아/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거야/ㆍㆍㆍ/나도 괴로운 일/많았지만/살아있어 좋았어/너도 약해지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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