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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회관 휴게실/세상이야기

공감의 함정

by Ajan Master_Choi 2018. 8. 21.



그럴듯한 것이 그런 것보다 더 인정받는 사회를 미성숙한 사회라 부른다.

서울에 가지 않은 사람이 서울에 갔다 온 사람보다 서울을 더 잘 안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전자의 말에 공감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으로 이런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어차피 서울에 가보지 않은 사람에겐 누가 더 그럴듯하게 말하는지에 따라 공감여부가 판가름나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그럴듯한 얘기를 잘 지어내는 능력을 공감주입능력이라 하고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그 분야의 문외한인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 공감을 잘 이끌어낸다.

 

소위 사이비라는 말이 들어가는 사람들과 대박의 환상을 심어주는 사람들, 대중에 영합하는 포퓰리스트인 정치인들이 여기에 속한다.

 

사이비 종교의 교주는 불확실한 미래를 담보로 신도들을 현혹하고 믿음이란 공감을 강요받은 신도들은 집단 최면에 걸려 판단력을 상실해 결국 공감이란 이름으로 파놓은 함정속으로 걸어들어간다.

 

초기 피라미드상술의 대박환상에 빠진 사람들 역시 그들을 기다리는 공감의 올가미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결국 걸려들어 모든 걸 잃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가 많았다.

 

앞의 두 경우가 불법적이었다면 정치인들은 합법적으로 공감의 함정을 판다.

 

표를 얻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장에 공감지수가 높다는 이유로 무차별적으로 공약을 남발하고 자신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는 대중은 공감의 늪속으로 빠져들어가 허우적대다 경제가 파탄난 후 결국 참혹한 댓가를 치르게 된다.

 

이런 정치인들은 정책이 실패해도 대중의 뜻에 따랐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책임을 지지 않고 단지 선거에 지는 것으로 면책을 받는다.

 

공감의 함정에 빠지는 가장 큰 요인은 정서적 유대감이다.

가족이나 친구 또는 같은 종교나 같은 이념을 가졌다는 동질감이 터무니없는 말에 공감하도록 이성을 무력화시키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감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선 언론이 제 역할을 해야하지만 언론 역시 진실을 가공해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해 주는 특정 집단의 입맛에 맞는 정보만 양산해내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옥스퍼드사전이 선정한 2017년도 올 해의 단어가 post-truth라고 하는데 그 전 해에 비해 사용빈도가 20배정도 증가한 것이 그 이유라고 한다.

 

탈진실로 번역되는 이 말은 객관적 사실보다 정서나 신념에 따라 여론이 형성되는 것을 말한다.

 

즉, 진실이라 많이 믿는 것이 아니고, 많이 믿는 게 진실이 되는 비이성적 사회현상을 풍자하는 단어다.

 

또한, 집단으로부터 소외되지 않기 위해 그들의 생각이 합리성이 없다는 것을 알아도 결국엔 자신의 이성을 포기하고 공감의 올가미를 목에 거는 사람들이 많은 게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의 저서인 "고독한 군중"이 된 현대인들은 기획된 공감의 함정에 스스로 빠져 거짓의 안경으로 진실을 보고 그렇게 보이는 현실을 진실로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다.

 

그 좋은 예가 맛집으로 소문난 집들이 실제로 별로 맛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진실보다 진실에 분칠한 현실을 택한다.

 

그들에겐 진실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고 또래집단에서 소외되지 않으려고 집단최면에 걸린 것처럼 오직 맛있다는 말만 합창하도록 스스로를 세뇌시킨다.

 

이처럼 기획된 공감의 시대에 살면서 공감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정서라는 공감의 낚싯밥을 물지 말고 냉철한 이성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깊이있게 통찰하는 능력을 배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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