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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wang Muaythai GYM/제왕회관 자료실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by Ajan Master_Choi 2018. 10. 3.

 

감수성이 풍부하다?

우리는 감수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렇듯 '풍부하다'는 서술어를 사용한다. 

특히 예술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 '풍부한 감수성'은 강점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감수성의 정의를 사전적 의미에서의 '자극을 받아들여 느끼는 성향'이라는 뜻으로 폭넓게 받아들이고자 할 때는 그것이 예술가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오찬호씨는 감수성 갑이다.

사회적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은 특히 불편한 자극에 민감하며 그것을 설득력있게 잘 표현할 줄 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오찬호씨가 새로 펴낸 책들에 주목할 것이며 그의 책을 계속 펼쳐볼 용의가 있다.

 

아직 한 번도 실망한 적이 없다는 것도 한 이유이겠지만, 간혹 인간적 실수는 할 지라도 바탕이 참 따뜻하고 올곧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글을 통해 전해진다.

 

그는 성찰하고 또 성찰한다.

그래서 나 또한 성찰하게 되고 그의 성찰을 통해 나는 조금이라도 나은 인간이 된다.

이런 느낌으로 책 한 권을 덮을 때가 나는 가장 행복하다.

 

『하나도 괜찮지않습니다』는 감정 오작동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 한국 사회는 부끄러워해야 할 일은 부끄러워하지 않고 부끄러워하지 않아야 할 일에 대해서는 과하게 부끄러워한다.

 

part 1에서는 괜찮지 않은 일에 대해 소제목을 달아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구조적 불평등을 보지 못하게 하는 긍정성의 과잉과 사회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자기 아집에 빠져 자기의 가치관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꼰대기질을 비판한 부분이 인상깊었다.

 

특히 꼰대는 나이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 젊은 꼰대 또한 꼰대질에서는 늙은 꼰대 못지 않다는 것이 눈에 띄었다.

 

우리 사회에서 용한 처세술처럼 남발대는 '억울하면 출세하라' 라든가 '모난 정이 돌 맞는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얼마나 부끄러운 말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인간다움의 조건중 하나가 '부끄러움'이라는 것은 맹자의 '수오지심'을 들먹이지 않아도 된다. 부끄러운 걸 모르는 사람은 아무 말이나 던져놓고도 참 당당하다. 살면서 많이들 겪지 않았으려나?

 

차별을 차별이 아니라 하는, 폭력도 때론 필요하다는, 혐오를 할 만한 이유가 있다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가난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자꾸만 예외적인 이야기를 꺼내며 성실, 노력같은 단어로 우롱하고, 자기 권리랍시고 타인을 조롱하는 사람들이 만연하는 이유는 다 그래도 되기 때문이다.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사는 사람만 바보가 될 뿐.-113p

 

참 부끄러운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part 2에서는 앞 장과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우리가 부끄러워하지 않아야 할 항목에 대해 과하게 부끄러워하는 이유는 강박 때문이란다.

여기서는 다양한 강박이 소개되는데 주로 이런 것들이다.

 

남자다움과 여자다움 강박/쉼 강박/혼족 강박/평범함 강박/긍정성의 강박/몸 관리 강박/인맥 강박/소비 강박/중립 강박 등.

 

사회생활을 무난하게 한다는 사람 치고 강박에 걸리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강박의 종류가 다양하다.

주변이나 미디어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을 한 번이라도 가만히 귀기울여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내가 이렇게 가만히 있다가 뒤처지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과하게 불안감이 치솟았던 순간.

 

물론 나도 있다.

강박에 사로잡히면 평범한 것도 스트레스다.

구구절절 공감하며 짚어나가는 독서였고, 나의 과거를 돌아보는 독서였다.

 

part 3에서는 그렇다면 우리에게 중요한 게 무엇인지 묻고 있는 장이다.

영화 <곡성>에서 나온 유명한 대사 '뭣이 중헌디?'가 떠오르는 장이기도 하다.

 

하나도 안괜찮다는 저자 앞에서 얼굴을 붉히고 따지는 사람들은 있었다.

우리 사회는 성장했다고!

물론 과거에 비해서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진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성장이 비뚤어지고 왜곡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이지 성장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아니지 않나.

그런 사람들에게는 통계를 제시하는 게 제일 좋은 해결책일지도 모른다.

 

"행복지수 세계 58위, 자살률 OECD국가 중에서 압도적 1위가 보여주는 것은?"

 

이라고 말이다.

우리는 무소불위의 자살 1위국이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는지는 말 안해도 알지만 감히 대놓고 말하기 싫은 것일 뿐.

왜 눈가리고 아웅하면서 자기계발에만 힘을 쏟는 것일까?

점차 궁금해지는 나의 이런 의문에 대한 같은 의문의 공유.

이것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충분했다.

 

책의 마지막 문장을 옮겨 본다.

 

잘못을 해도 집단이 수치를 안 주면 죄가 아니고 잘못이 아니어도 집단이 수치를 주면 죄가 되는 사회, 그런 사회가 한국이고 이를 수치의 문화라 한다.

 

당신이 타인에게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삶에 대한 광범위한 성찰이 필요하다.

직접적으로 차별과 폭력에 가담하지 않아도 자신이 무의식중에 토양을 제공하는 건 아닌지 따져 봐야 한다.

 

주변인들에게 언어 습관의 문제를 지적하면 분명 핀잔을 들을 거다.

인류를 오랫동안 괴롭힌 차별과 폭력의 씨앗이 진지하지 않아도 발견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개인에 대한 적절한 제재를 가하는 것이 타당한 것처럼 합의된 절대 악은 지나칠 정도의 자기 검열을 통해서 예방되어야 한다.

 

남들은 별말 안하는데 너무 예민한거 아니냐고 묻는다면 그게 바로 '수치의 문화'의 문제점이라고 하면서 이리 말하겠다.

 

"도대체 뭐가 중한디?"-24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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