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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wang Muaythai GYM/제왕회관 자료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by Ajan Master_Choi 2019. 11. 23.

 

스핑크스는 원래 '지평선의 호루스'라 불렸는데, 그 이름을 잃고 지금은 사람들이 '스핑크스'라고 부른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스핑크스는

그리스의 오이디푸스 신화에 나오는 인간 여자의 머리에 여러 짐승이 합쳐진 몸을 한 전형적인 악마 아니 괴물이다.

 

우리는 스핑크스 대신 '지평선의 호루스', 아니면 '세세푸우 잉크'나 그냥 '세세푸우'라 불러야 한다고, 양정무 교수는 자신의 책 『미술이야기 1』에서 주장한다.

 

'세세푸우 잉크'나 '세세푸우'라는 말은 고대 이집트인들이 사용하던 이름으로, 왕의 모습을 닮은 것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집트인들의 세계관이 반영된, 제대로 된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스 용어를 자꾸 따라 쓰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그리스인이 만들어낸 부정적 이미지에 설득 당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리 생활에 남아있는 일본어의 찌꺼기를 쓰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 '지평선의 호루스'가 만들어진 것은 이집트 고왕국 시대이다.

 

재미 있는 건 그것을 발굴한 사람 역시 고대 이집트인이었다.

그 '세세푸우(스핑크스)'가 만들어지고 나서 1,000년이 흐른 뒤에 투르모세 4세가 찾아냈다.

 

그는 세세푸우를 발굴하고 나서 비석 하나를 남겼다.

우리는 그 비석을 '스핑크스 꿈의 석비(Dream stele)'라 부른다.

투르모세 4세는 세세푸우를 발견하기 전에 꿈 하나를 꾸었다고 한다.

 

그 내용은 이런 것이다.

 

왕위에 오르기 전 사냥을 나갔던 그는 어딘 가에 기대어 깜빡 잠이 들었는데, 꿈에서 자신을 덮고 있는 모래를 치워주면 왕으로 만들어주겠다는 태양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래 잠에서 깨어나 자리 밑의 모래를 파보았더니 세세푸우가 묻혀 있다 라는 것이다.

그는 자기가 발굴한 태양신을 '지평선의 호루스'라는 멋진 이름으로 불렀다.

 

이 '지평선의 호루스'는 얼굴 부분이 많이 훼손되었지만 그 규모와 생김새에서 당당한 위용이 느껴진다.

마치 파라오의 무덤을 지키는 파수꾼 같다.

 

오이디푸스 신화 속에서 스핑크스는 ‘여기'와 ‘저기'의 경계에 있는 괴물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알려는 비극적인 인물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고향 테베로 들어갈 참이다.

역병에 시달리고 있는 이 도시 성문에는, 스핑크스라는 괴물이 앉아 있다.

스핑크스는 그리스어로 ‘(대답을 하지 못하면, 그 대상을) 목 졸라 죽이는 존재’라는 뜻이다.

스핑크스는 오이디푸스에게 묻는다.

 

“아침에는 네발로 걷고, 점심에는 두발로 걷고, 저녁에는 세발로 걷는 존재가 무엇이냐?”

 

오이디푸스 이전에는 그 누구도 이 질문을 대답하지 못했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이름처럼 ‘발이(푸스) 퉁퉁 부어(오이디)’ 스스로 걷지 못했다.

그러나 오이디푸스는 이제 자신의 발을 마비시켰던 실을 풀고, 스핑크스에게 대답한다.

 

“인간이다!”

 

오이디푸스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에 인간이라는 답을 맞히면서 스핑크스를 죽이는데 만족하지 말고 ‘인간의 운명'을 인간의 보편적인 운명 혹은 오이디푸스 자신의 운명으로 마땅히 인식했어야 했다.

 

인간은 반드시 죽어야 한다.

 

스핑크스를 죽이고 테바이를 차지하고, 왕비 이오카스테(사실은 자기 어머니)까지 얻으니 오이디푸스는 얼마나 오만해 졌을까?

 

그리고 영원히 자신의 권력이 지속되는 줄 알았을 것이다.

스핑크스는 오만한 폭군으로 만들려고 신들이 놓은 장치가 그의 신탁이었을까?

 

오이디푸스는 왔으면서 어디서 왔는지, 살면서도 누구와 살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오이디푸스는 살고 있으면서 어디에 사는지, 태어났으면서도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알지 못하고 파멸하게 된다.

 

여기에 등장하는 괴물이 스핑크스인데, 그리스 인들은 고대 이집트의 '세세푸우'의 겉모습만 보고, 그것을 '스핑크스'라고 했던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다.

그래 오늘은 이 시를 공유한다.

 

'어처구니' / 마경덕

 

나무와 돌이 한 몸이 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

 

근본이 다르고 핏줄도 다른데

눈 맞추고 살을 섞는다는 것

아무래도 어처구니없는 일

 

한곳에 붙어살며 귀가 트였는지,

 

벽창호 같은 맷돌 어처구니 따라

동그라미를 그리며 순하게 돌아간다

 

한 줌 저 나무

고집 센 맷돌을 한 손으로 부리다니

참 어처구니없는 일

 

*어처구니는 맷돌의 나무 손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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