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헤집어 살펴보는 것이 관찰이라면,
마음으로 꼬집어 헤아리는 것이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선순 시인의 ‘……미스킴’은
관찰과 생각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시다.
여성이 이런 시를,
이렇게 과감하게 썼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이 시에는 여성이기에 지나치고 만 부분도 있다는 것을 먼저 지적하고 시작한다.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별다방과, 수많은 미스킴이 있다.
이름이 달라도 별다방이요,
얼굴이 바뀌어도 미스킴이다.
미스킴은 레이서다.
아슬아슬하게 입은 미스킴이
커피 주전자를 발치에 실은 채 멋지게 커브를 돌 때면
진짜 레이서도 울고 갈 정도다.
그러다가 어떤 때는
스쿠터를 타는 자신의 멋진 모습에 스스로 도취해
너무 쎄게, 너무 화려한 코너링을 시전하려다 그만 자빠라지기도 한다.
우리는 종종 다리를 절뚝거리는 미스킴을 만나게 되는데,
그러면 남정네들은
늙은것들은 젊은 여자에게,
젊은것들은 탱탱한 여자에게 어김없이
박애주의가 작동되는지라
미스킴 대신 아파주고 싶기까지 하는 것이다.
미스킴은 풍선불기의 달인이다.
빨간 입술로 쉴새없이 풍선을 만든다.
미스킴은 알고 있는 것이다.
남정네들이 그녀가 만든 탐스럽고 풍만한 풍선을 찔러서 터트리고 싶은 욕망과 함께 언제나 시퍼렇게 날이 서 있지 싶은 가슴도 찔러서 터트리고 싶어 환장한다는 것을.
젊은 넘 중에는
가슴을 찌르다가 진짜 손을 베이는 넘도 있다.
미스킴은
보일 듯 말 듯, 닿을 듯 말 듯해야
남정네들이 더 환장한다는 것을 안다.
아무래도 어떤 비밀스러운 장소에
‘미스킴 양성소‘가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니라면 옷은 어떻게 입어야,
몸짓은 어떻게 해야 젊은넘들이 아랫도리에 텐트를 치고,
늙은것들이 눈에 텐트를 치는지 알 것인가.
(이게 시인이 놓치고 있는 지점이다. 늙은것들은 마음 뿐이지 아랫도리에는 텐트를 치고 싶어도 안 쳐진다)
아니라면 남정네들이 눈 앞엣것은 무조건 욕망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고 자꾸만 가슴부터 들이미는가 말이다.
미스킴은 타임머신이다.
늙은것들을 삽시간에 몇십 년 전 젊은 시절로 되돌려 준다.
살살 녹는 콧소리로 미스킴이 불러주는 ‘옵뽜아!’ 때문에 젊어진 것같은,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착각에 빠진 늙은것들은 자판기 커피보다 열 배 비싼 별다방 커피로 바꿔 마시는 것이다.
이밖에도 미스킴의 엉덩이에 대해서도 할 이야기가 천지베까리지만 시간관계상 생략한다.
어쨌거나, 그렇다고
미스킴이 이곳 별다방에 오래 있는 것도 아니다.
길게는 1년, 짧게는 서너 달 후에는 인근 남정네들의 넋을 다 빨아먹고—‘넋이 비정상’인 상태로 만들어 놓고— 미스킴은 다른 곳의 별다방으로 전출을 간다.
그리고 새로운 미스킴이
풍선껌을 쭈왁쭈왁 씹으며
스크터를 타고 날아와 남정네들을 부른다.
“옵뽜아아!”
후끈한 바람이 먼저 그녀를 훑고 지난다
속눈썹 짙게 그늘져 아스라한 눈매
요염하게 까만점 하나가 붙은 도톰하고 샛빨간 입술
찰싹 달라붙은 땡땡이 주홍 블라우스에 초록 미니 스커트
아찔한 뒷태를 황홀히도 떠받친 하이힐,
떴다! 육감적인 그녀가
입술을 오므리고
풍선껌을 불어 터트리는 모습에
사내들은 차라리
그 입안의 껌이라도 되어 노곤노곤해지고 싶겠지
금방이라도 앞 단추를 터트리며 해방을 부르짖을 것만 같은
블라우스 속 하얀 유방이
위태, 위태
“옵빠 안녕“
빨간 화이바에 스쿠터를 탄 치명적인 그녀의 콧소리에
늙거나 젊거나 수컷들의 심장은 터질듯 뜀박질을 서두르고
자제력 잃은 아랫도리는 뻐근하게 텐트를 치겠지
바람은 알까!
옵빠란 촌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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