涇渭三七十(경위삼칠십)
경위(涇渭)가 삼칠장(三七十)이다
경위가 없다 = 경위가 망통이다 = 옳고 그름이 없다란 뜻으로 투전(화투.노름)에서 끗수가 3.7.10이면 끗수가 없는 판이 된다는 데에서 사물의 옳고 그름과 좋고 나쁨을 가리지 못함을 이르는 말.
(화투에서 단풍을 열끗이라고도 하고 장이라고도 함)
어른에게 싹싹하고 예의바른 행동을 하거나 하면
“젊은 친구가 참 경우가 바르군”
하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이때 ‘경우가 바르다’고 하는 말은 ‘경위가 바르다’고 해야 정확한 말이 됩니다.
하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경우가 바르다’고 하는 바람에 잘못된 말이 그대로 굳어져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경우(境遇)라는 말은
‘사리나 도리’ 혹은 ‘놓여 있는 조건이나 놓이게 된 형편이나 사정’을 말합니다.
그리고 경위(涇渭)는
‘사리의 옳고 그름이나 이러하고 저러함에 대한 분별’을 말합니다.
언뜻 생각하면 두 말이 같은 뜻으로 사용되는 것 같지만
경우는 옳고 그름을 따지기 이전의 단순한 상황을 말하고,
경위는 상황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행위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며느리는 시어머니에게 옳은 말을 하고도 말대답이라고 야단맞는다는 뜻으로,
자신이 괜히 대드는 것이 아니라 경우가 그러함을 이르는 말로
‘시어미 말대답이 아니라 경우가 그러하외다’
라는 속담을 쓰는데,
이때 쓰인 ‘경우’라는 낱말이 바로 ‘경우(境遇)’를 가리킵니다.
경위는 보통 ‘경위가 밝다’, ‘경위가 분명하다’, ‘경위를 따지다’, ‘경위가 바르다’와 같은 형태로 쓰입니다.
속담에 쓰인 경위(涇渭)는
중국 황하의 지류인 징수이(涇水)와 웨이수이(渭水)의 머리말에서 각기 한 글자씩 따서 만든 말입니다.
징수이(涇水) 강의 강물은 흐리고
웨이수이(渭水) 강의 강물은 맑아 뚜렷이 구별이 되며, 두 물이 만나 합쳐져서 흐르는 동안에도 구별이 분명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경위(涇渭)라는 말은
징수이(涇水)와 웨이수이(渭水)의 물이 분명히 구별되듯이, 옳고 그름을 분별한다는 뜻을 지니게 된 것이지요.
그런데 ‘삼칠장’이라는 말은 또 어디서 온 말일까요?
삼칠장은 노름을 하는 투전판에서 나온 말로, 장은 10을 말합니다.
투전에서 끗수가 3, 7, 10이면 다 합쳤을 때 끝자리가 0이 됩니다.
투전에서 끗수가 0인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지요.
이러한 패를 지녔을 때 ‘망통’ 혹은 그냥 ‘통’이라고도 하며, 가장 쳐주지 않는 끗수입니다.
그래서 ‘경위가 삼칠장이라’고 하는 속담은 투전에서 아무 끗수가 없는 판이 되는 것처럼 사물의 옳고 그름과 좋고 나쁨을 가리지 못함을 이르는 말로 씁니다.
★ 涇 강이름 경
渭 강이름 위
三 석 삼
七 일곱 칠
十 열 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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