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그 집 하인에게 용변을 볼 장소를 묻자 그는 뜰을 가리켰다. '저기서 누십시오.' 내가 '어디 말이오?'라고 묻자, 그는 '어디든지 마음에 드시는 곳에다'..."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괴테가 독일, 이탈리아 국경 마을인 로베레토를 지나 토르볼레에 도착해 여장을 푼 여관에는 변소가 없었다.
그래서 하인에게 물어 본즉슨 그런 대답을 얻은 것이다.
옛날에 읽었던 책들을
지금 다시 뒤적거려 보면
눈이 멈춰지는 지점이 더러 있다.
그 지점은
예전 읽었을 때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는데,
이제서야 뭔가 새롭고 큰 게시를 주는 것처럼 관심과 흥미를 주는 대목이다.
'어디든지 마음에 드는 곳, 혹은 마음대로 오줌을 눌 수 있는 곳'을 지금은 어디 상상이라도 해 볼 수 있을까.
배뇨 문제로 좀 앓은 탓에
이 대목은 나에게 무한한 자유감을 안기는 것이다.
내 나이쯤은 다들 그럴 것이다.
이 책은 괴테가 1786년 9월부터 1년 7개월 동안 이탈리아 전역을 여행하면서 남긴 기행문과 편지 모음집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한편으로는 대문호 괴테의 깊은 성찰과 사색의 글들이 기분 좋은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