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후반 이미 산업화를 완료한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은
원료 공급지와 상품 판매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후진국을 침략하여 식민지로 삼았다.
제국주의라고 하는 이 약육강식의 국제 질서는 곧 전 세계를 휩쓸었고 조선 역시 그 거대한 흐름을 피할 수 없었다.
조선은 일본과 강화도 조약이라 불리는 조·일 수호 조규를 체결함으로써 근대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강화도 조약은 조선의 자발적 움직임이 아닌 일본의 강요에 의해 체결된 불평등한 조약이었다.
양국이 대등한 관계에서 서로의 필요성을 인정하여 각자의 이해관계를 반영해 체결한 것이 아니라 일본의 필요에 의해 일방적으로 강요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당시 조선의 체결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이후 강화도 조약의 체결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이후 강화도 조약의 불평등성을 파악한 조선 정부는 이를 시정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지만, 일본의 침탈은 이미 심화된 후였다.
그럼 지금부터 강화도 조약의 어떤 조항들이 불평등성을 나타내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제1관 조선국은 자주국이며 일본국과 평등한 권리를 가진다.
이 조항을 얼핏 보면 강화도 조약이 평등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의 속뜻은 ‘조선은 청나라의 간섭을 받지 않는 자주국이다.’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동아시아의 보편적인 국제 질서인 조공-책봉 체제 내에서는 동아시아의 대국인 청이 조선에 대해 종주권을 행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관계가 아무리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외교 관계라 하더라도 일본의 입장에서는 조선을 침략하기에 앞서 청의 간섭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었다.
또한 일본 역시 자주국인 조선과 평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명시함으로써 동아시아에서 일반적으로 행해지던 중국 중심의 조공-책봉 체제를 무시한 것이었다.
결국 이 조항은 청의 간섭을 배제하고 조선을 침략하려는 의도로 작성된 것이었다.
제4관 조선국은 부산 이외에 제5관에서 제시하는 2개 항구를 개항하고 일본인이 자유롭게 왕래하면서 통상할 수 있게 한다.
제5관 경기, 충청, 전라, 경상, 함경 5도 연해 가운데 통상에 편리한 항구 2개를 개항한다.
제7관 조선국은 연해의 도서와 암초를 조사하지 않아 극히 위험하다. 일본국 항해자가 자유로이 해안을 측량하도록 허가한다.
제4관과 제5관의 조항은 표면상으로는 통상 무역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산 이외의 두 개 항구가 이 조약을 작성할 당시에는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일본이 교역을 통해 경제적 목적을 넘어 조선에 정치·군사적 거점을 마련할 목적으로 작성한 조항이기 때문이다.
부산 외에 개항한 두 개의 항구는 원산과 인천이다.
원산은 러시아의 남하 정책에 대비할 수 있는 항구이고, 인천은 수도인 한양의 입구였다.
즉, 군사적 목적과 정치적 영향력까지 고려해 항구를 지정한 것이었다.
또한 일본이 조선의 연해를 자유로이 측량한다는 제7관 조항은 누가 보아도 조선의 영토 주권을 침해하는 불평등한 조약이다.
제9관 양국 국민은 각자 임의에 따라 무역을 한다. 양국의 관리는 조금도 이에 관여하거나 금지 또는 제한하지 못한다.
이 조항은 양국 간에 자유 무역을 규정함으로써 일본 상인들의 경제 활동을 보장받으려 한 것이다.
경제 수준이 비슷한 두 국가 사이에서는 자유 무역이 서로의 경제 발전을 위한 최선책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메이지 유신을 통해 근대화 정책을 추진한 일본과 쇄국 정책 및 봉건적 사회 체제를 고수하던 조선 사이에는 경제력이나 자본주의 수준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즉, 조선은 자국의 상인 및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그 어떠한 조취도 취하지 못함으로써 일본 경제에 예속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는 조항이었다.
제10관 일본국 인민이 조선이 지정한 각 항구에 머무르는 동안 죄를 범한 것이 조선국 인민에게 관계되는 사건일 때는 모두 일본국 관원이 심판한다.
개항장에 거주하는 일본인 범죄자를 일본인이 일본의 법으로 재판할 것을 규정한 영사재판권(치외 법권) 조항도 강화도 조약의 불평등성을 드러낸다.
즉, 개항장은 조선의 영토지만 조선의 지배력이 미치지는 못하는 지역이라는 뜻이므로, 조선의 사법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었다.
강화도 조약을 체결하고 얼마 후에는 이 조약의 내용을 보완·첨가하는 수호 조규부록과 통상 장적(무역 규칙)이 맺어졌다.
이에 의해 일본 외교관의 국내 여행이 자유로워졌고, 일본 화폐의 유통, 일본의 수출입 상품에 대한 무관세 규정, 양곡의 무제한 유출 등이 허용되었다.
그 결과 조선은 일본과의 무역 및 상거래와 관련하여 국내 시장에 대한 보호 조치를 거의 취할 수 없게 되면서 큰 피해를 입게 되었다.
이에 조선 정부는 불리한 조항을 개정하기 위해 일본 정부에게 끊임없이 외교적 교섭을 청하였으나 그 노력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고, 일본의 위협에 굴복하여 거듭 불평등한 조약을 체결하였다.
이처럼 조선을 국제무대에 등장하게 해준 것도, 그 무대에서 무방비 상태로 만들어 곤란에 빠지게 한 것도 모두 강화도 조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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