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을 볼품없는 존재로 만들어라'
라는 허수아비 전략이 있습니다.
논리에 등장하는 허수아비는 그 누구에게도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겁 많은 까마귀도 허수아비를 쓰러뜨리려면 날갯짓으로 충분합니다.
이처럼 허수아비는 너무도 쉽게 쓰러뜨릴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논증을 반박할 방도가 없을 때 이를 대신 만들어 쓰러뜨리는 것입니다.
즉, 허수아비는 상대방의 주장을 무너뜨려야겠다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그 주장을 허위로 만드는 것입니다.
“마리화나에 대한 법의 제약을 풀어야 합니다.”
“그건 안 됩니다. 마약을 자유롭게 구할 수 있는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게을러지고 표피적인 쾌락만 추구할 겁니다.”
일반적으로 허수아비는 상대방이 과장되게 주장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세우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주장이 극단을 흐르면 반론을 펴기가 수월합니다.
그러나 그가 극단주의자가 아닐 경우 허수아비를 이용해서 그렇게 만들면 됩니다.
과장된 주장에는 쉽게 반론을 펼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치명타를 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허수아비는 그 주제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한 바 없기 때문에 정당하지 않습니다.
마치 논점 일탈의 세계처럼 허수아비 자체가 완전히 논점에서 벗어나 있는 것입니다.
허수아비의 역할은 그것을 쓰러뜨리기 용이하다는 점을 이용해서 허수아비가 대신하는 실제 인물에게 청중들의 조소가 쏟아지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허수아비 전략 전문가들은 어수룩한 사람들을 이용하는 수법을 써먹습니다.
즉, 허수아비를 만들 필요조차 없다는 뜻입니다.
상대편 지지자 중 허술한 사람을 골라 주연 대신 그를 일부러 공격하면서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입니다.
심지어 오늘날에는 다윈을 잘만 반박할 수 있으면 진화론을 반박하고도 박수갈채를 받을 수 있습니다.
현대의 진화론은 상당히 진보한 것은 물론 이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유전학과 같은 지식까지도 포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윈을 허수아비로 세워서 그를 쓰러뜨리면 마치 진화론을 반박한 듯한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선거철에는 상대 당에서 가장 어리석거나 무지한 대변인을 공격하는 일이 늘상 일어납니다.
그를 극단주의자로 내몰아 불명예스럽게 중도하차 시키는 일 또한 빠질 수 없습니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한 노조위원이 공공연하게 북한과 같은 ‘노동자국가’를 옹호하고 있는 마당에 어떻게 우리가 민주당을 지지할 수 있겠습니까?"
퍽! 털썩!
또 다른 허수아비가 쓰러졌습니다.
그 노조위원은 상대 당의 실업가처럼 정치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되는 초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당을 이끄는 노련한 구렁이보다 훨씬 다루기 쉬운 타깃이 될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허수아비는 변화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역할을 도맡았습니다.
소수의 개혁가나 급진주의자들이 더 많은 자유를 부르짖든 더 많은 관용을 부르짖든 상관없이 무정부주의, 방종, 사회 전복, 양민 학살 등을 외치는 무수한 허수아비들 때문에 유린당해 왔습니다.
어쨌든 허수아비를 이용하는 것은 재미있습니다.
사기 진작의 차원에서도 한두 번 정도는 승리를 맛볼 필요가 있습니다.
진정한 승리를 쟁취할 수 없을 때 허수아비라도 세워 쓰러뜨리면 기분전환이 됩니다.
이외에 한 가지 더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면 상대방이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마친 후 적기에 허수아비를 세워 쓰러뜨려야 합니다.
만약 상대방이 그 허수아비가 자기 것이 아니라고 응수하면 허수아비는 정말 먼지 더미에 누워 있는 바보 꼴이 될 것입니다.
반면에 상대방이 그 자리에 없거나 이미 말을 마친 후라면 자신의 발 밑에 놓여 있는 그 볼품없는 형상이 바로 전에 맞섰던 상대방이라는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것이 실제로는 상대방을 쓰러뜨리기 위해 짚으로 조잡하게 만든 모형인데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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