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협조 요청 거부하는 국정원 직원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직원 인터넷 불법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역삼동 한 오피스텔에서
지난 2012년 12월 11일 오후 수서경찰서 권은희 수사과장이
"문을 열어 달라"며 협조를 요청하고 있으나,
안에 있는 국정원 여직원이 문을 잠근 채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
'607호'
국가정보원(아래 국정원)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국정원 댓글공작 사건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S오피스텔에서 시작됐다.
18대 대선을 8일 앞둔 지난 2012년 12월 11일 민주통합당과 선관위, 경찰이 S오피스텔 607호 앞으로 몰려들었다.
국정원 심리정보국 요원이 이곳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제보가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 불법 선거운동 의혹은 곧 '국정원 댓글공작'으로 불렸다.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 아래 '민주당'으로 통칭)은 이미 1년여 전인 지난 2011년 10월 국정원 댓글공작 의혹을 제보받았다.
당시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였던 최재성 의원은 "2011년 10월 국정원이 대북심리전단과 동급의 국내심리전단을 운영하고 있다는 국정원 내부 제보가 들어왔다"라며 "PC방을 이용하거나 별도 사무실을 통해 댓글 작업 등을 한다는 내용이었다"라고 전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이종명 국정원 3차장은 이러한 의혹을 부인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12년 10월 전직 국정원 직원이었던 김상욱씨가 국정원 댓글공작을 당에 제보했다.
이에 유인태 의원이 같은 해 10월 국정원 국정감사에서 "대북심리정보국 3개팀 70여명이 (인터넷 댓글 달기) 작업을 한다는 제보가 있는데 사실이냐?"라고 물었고, 원세훈 국정원장과 민병주 심리정보국장은 "없다"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2개월 뒤에 'S오피스텔 607호' 적발을 신호탄으로 국정원 댓글공작은 서서히 '사실'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원세훈 국정원장, 댓글공작 실행부서 만들다
원세훈 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그를 서울시 기획예산실장과 경영기획실장, 행정1부시장에 발탁했고,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는 초대 행정안전부장관에 이어 국정원장에까지 중용했다.
이 대통령이 최측근인 원세훈 원장을 국정원장에 발탁한 정치적 의미는 각별했다.
국정원을 '정권보위기관'으로 적극 활용하기 위해 국정원 조직을 확실하게 장악할 인사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에 원세훈 원장은 국정원 댓글공작으로 화답했다.
이명박 정권을 위기로 몰아간 광우병 쇠고기 촛불집회의 충격파가 결국 국정원 댓글공작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럴 정도로 '촛불'은 이명박 정권의 가장 치명적인 트라우마였다.
'국가안보'가 아닌 '정권안보'의 임무를 부여받은 원세훈 원장은 취임한 직후인 지난 2009년 3월 국정원 3차장 산하에 있던 심리전단을 독립부서로 편제하고 사이버팀을 2개팀으로 확대했다.
국정원 댓글공작을 실행할 조직인 '심리정보국'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초대 심리정보국장에는 민병주 전 전북지부장이 발탁됐다.
국정원은 끝까지 '심리전단'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단' 조직을 '국' 조직으로 확대개편한 것을 숨기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많다.
국정원 댓글공작 최초 제보자인 김상욱씨는 "원래 심리전단은 대북심리전을 벌이는 부서인데 원세훈 원장이 온 뒤에 심리전단을 심리정보국으로 확대개편했다"라며 "심리정보국을 이끈 민병주는 '2급 단장'이 아니라 '1급 국장'이었다"라고 말했다.
심리정보국은 민병주 국장 아래 구아무개 단장('1기획관')의 제1단과 이아무개 단장('2기획관')의 제2단으로 구성됐다.
제1단은 심리전단(심리정보국으로 확대 개편되기 이전의 조직)의 고유업무인 대북심리전을 맡았고, 제2단은 댓글공작을 실행하는 1.2.3.5팀으로 이루어졌다.
제1단은 대북심리전을, 제2단은 대남심리전을 벌인 셈이다.
총 70여명이 활동한 1.2.3.5팀은 '사이버팀' 혹은 '안보팀'으로 불렸다.
특히 제1단을 이끌었던 구아무개 단장은 심리정보국을 만드는 데 일등공신으로 알려졌다.
신경민 의원은 "구 단장은 민병주 국장 밑에서 일했던 댓글사건의 실질적인 책임자"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의 평가를 그대로 따르자면 대북심리전을 지휘해야 할 단장이 자국민을 상대로 한 댓글공작을 기획·실행한 것이다.
구 단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2013년 6월 UN 주재 한국대표부 공사로 발령나 '도피 의혹'이 일었다.
제2단 아래의 팀들은 분업체제를 구축했다.
1팀은 심리전 기획, 2팀은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대형 포털사이트, 3팀은 블로그와 오늘의 유머, 뽐뿌, 보배드림 등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 5팀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맡았다.
'S오피스텔 607호'의 주인공 김하영씨는 3팀에서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각 팀은 1.2.3.5파트 등 네 개의 하부조직을 거느렸고, 각 파트는 '파트장'의 책임 아래 움직였다.
1.2.3.5팀 가운데 가장 많은 요원들이 활동한 곳은 'SNS팀'으로도 불렸던 5팀이었다.
국정원은 지난 2011년 10월 이후 5팀의 인력을 10여 명에서 20여 명으로 늘렸다.
이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가 당선된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원세훈 원장은 지난 2011년 11월 18일 전부서장 회의에서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여당 소속 나경원 후보가 트위터 등을 중심으로 1억원 피부숍 논란이 일면서 낙선했다"며 "혹세무민하는 것을 정상화하고, 사이버상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총 20여 명이 활동했던 5팀 아래에는 각각 6~8명으로 이루어진 4개 파트가 있었다.
특정후보를 지지하거나 비하하는 글을 생산해내는 파트, 이를 유포시키는 파트, 프로그램을 이용해 자동으로 트윗글을 올리는 봇(Bot) 계정을 담당하는 파트 등으로 역할을 분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5팀이 관리한 트위터 계정만 402개에 이르고, 402개 계정 가운데 292개는 국정원 심리정보국 소속 직원 22명의 명의로 개설된 것이다.
노트북과 스마트폰 지급... 국정원측 "스마트폰은 지급 안해"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심리정보국은 '원세훈 원장-이종명 3차장-민병주 심리정보국장-구아무개 제1단장(1기획관)·이아무개 제2단장(2기획관)의 지휘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원세훈 원장은 매달 각 부서장이 참석하는 '전부서장회의'나 각 부서장·지역지부장이 참석하는 '확대부서장회의'를 열고 '종북세력 척결'과 'MB정부 국정홍보'를 주문했다. 이러한 회의에서 나온 원세훈 원장의 발언 일부는 '원장님 지시·강조말씀'이라는 문건으로 작성돼 국정원 내부망에도 올려졌다.
검찰도 지난 2013년 6월 '국정원 선거·정치개입 의혹 사건' 수사결과 발표에서 "원세훈 원장이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수행을 방해하는 종북좌파에 대응해 효과적인 국정홍보 대응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국정원의 중요한 과업이라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댓글공작도 '종북세력 척결'과 'MB정부 국정홍보'라는 전략적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민병주 심리정보국장은 매주 월요일 구 단장과 이 단장, 각 팀장들이 참석하는 간부회의를 열었다.
이 간부회의에서는 원세훈 원장의 지시사항이 전달됐고, 이 지시사항은 팀장을 통해 파트장과 요원들에게 순차적으로 전파됐다.
심리정보국 4개팀에서 활동하는 요원들은 매일 '이슈와 논지'를 건네받아 포털사이트와 인터넷 커뮤니티,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 접속해 글 게시, 추천(찬성)·반대 클릭 등 댓글공작에 나섰다.
'이슈와 논지'는 하루 동안 포털사이트 등에 달아야 하는 댓글 메시지가 들어 있는 '일일 작업 지시서'였다.
요원들은 오전 8시 30분 국정원에 출근해 전날 자신들이 작업한 내용을 보고서로 작성한 뒤 서류봉투에 밀봉해 파트장 등 상급자에게 보고한다.
이후 서울 강남 일대와 경기도 미사리 카페촌 등으로 나가 포털사이트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4대강 사업을 옹호하거나 민주당·통합진보당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올리는 등 인터넷 여론전을 벌였다.
이는 여론조작 활동이자 정치·대선개입이었다.
인터넷에 2125회 글을 올리고, 1214회에 걸쳐 특정 게시글에 찬성-반대 클릭 활동을 벌였다는 것이 검찰의 최종 판단이었다.
요원들에게는 노트북과 스마트폰이 제공됐다.
이동성, 댓글작업이나 리트윗 등을 할 때의 편리성뿐만 아니라 아이피(IP) 추적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폰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트위터에서 리트윗(RT, 남의 글을 재전송하는 행위)하거나, '오늘의 유머'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찬성-반대'를 클릭하는 데 편리하다.
하지만 국정원은 "노트북은 지급했지만 스마트폰은 지급하지 않았다"라고 해명했다.
국정원 댓글공작 사건은 '온라인 공작'이라는 새로운 특징을 갖고 있다.
'북풍', '총풍' 등 '오프라인'에서 벌이는 공작이 아니라 포털사이트와 커뮤니티, SNS 등 인터넷을 무대로 한 공작이었다는 얘기다.
특히 SNS에서 국정원의 댓글공작이 활발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검찰과 일부 언론이 찾아낸 트윗글만 수십만 건에 이른다.
지난 201년 11월에는 'SNS의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이라는 일명 'SNS 장악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정보통신기술(IT)의 발전이 국정원의 공작을 새로운 차원으로 진화시킨 셈이다.
'좌익효수'는 심리정보국 소속 요원이 아니었다
원세훈, '국정원 대선개입' 파기환송심 공판 출석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7월 10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파기환송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국정원 댓글공작 사건은 경찰수와 검찰수사, 국정조사 등을 거쳤고, 핵심 인물인 원세훈 전 원장의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이 오는 8월 30일에 열린다.
하지만 국정원 댓글공작 사건의 전모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9대 국회 동안 국회 정보위에서 활동한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전모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라며 "검찰조사는 그 전모의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에 제대로 전모를 조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신 의원은 "현재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심리정보국의 '단' 한 곳에서 한 것만 알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고 있는 것은 (전모의) 몇 분의 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사실 그것만 봐도 엄청난데…."
먼저 국정원 댓글공작이 3차장 아래 심리정보국에서만 이루어졌을까 하는 점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홍어 종자" 등 호남과 야당 정치인, 여성을 폄하·비하하는 글을 올린 아이디 '좌익효수'(유아무개씨)가 2차장 산하의 대공수사국(안보수사국) 소속으로 확인되면서 의혹이 증폭됐다.
신경민 의원은 "좌익효수가 심리정보국이 아닌 대공수사국 소속이라는 점만 봐서도 심리정보국만 댓글작업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국정원 내 다른 부서에도 댓글작업 할당이 내려갔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3차장실에서 다 했다는 주장을 믿어본 적이 한 번도 없다"라며 "국정원이 총체적으로 조직을 동원해 댓글공작을 진행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국정원 댓글공작 최초 제보자 김상욱씨는 "심리정보국 요원들은 매일 공격하고 퍼뜨려야 할 내용이 담긴 '논지'(국정원 내에서는 '지논'이라고 표기했음-기자 말)라는 지시문건을 받았다"라며 "심리정보국은 댓글공작을 실행하는 단위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논지'를 주는 등 댓글공작의 실행을 뒷받침해준 조직이 별도로 있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그렇다면 심리정보국 70여 명에만 그치지 않는다"라며 "국정원 전체가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국정원 댓글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민주당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진상조사 특위' 간사를 지낸 김현 전 의원은 "2차장 아래 있는 박원동 국익정보국장은 원세훈 원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인물이었고, 이종명 3차장은 천상 군인출신이어서 잘 모르고, 오히려 억울해하는 분위기였다"라며 "그런 점에서 논지는 (차문희) 2차장실에서 선정해 배포했을 수 있다"라고 추정했다.
김상욱씨도 "댓글작업은 정치감각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심리정보국 요원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댓글작업은 국정원 내부에서 철저히 분업화돼 있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사항을 담은 '원장 지시·강조말씀' 자료에서 국정원의 정치관여행위가 3차장 산하 심리전단의 업무로 한정된 바 없고, 도리어 국정원 전 직원들이 해야 할 일로 강조되고 있다"라며 "따라서 3차장 산하 심리전단 외에 타부서, 그리고 국정원 1·2차장 산하 부서와 직원들도 여론조작행위 등에 나섰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라고 지적했다.
국정원감시네트워크에는 민들레-국가폭력피해자와 함께 하는 사람들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가 참여하고 있다. 지난 6월 21일 '국정원개혁위가 조사해야 할 국정원 적폐리스트 15가지'를 발표했다.
국정원 전직 직원이나 탈북민도 댓글공작에 동원?
국정원이 내부직원들뿐만 아니라 외부사람들까지 댓글공작에 끌여들인 흔적도 나왔다.
민간인인 이정복씨가 지난 2012년 대선 직전까지 국정원 심리정보국 요원이었던 김하영씨의 댓글작업을 도운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지난 2013년 국정원 국정감사에서 "이정복씨에게 매달 280만 원씩 11개월간 지급했다"라고 말했다.
결국 국정원이 외부조력자(PA)이정복씨에게 총 3080만 원의 '댓글 알바비'까지 지급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심리정보국 3팀 5파트장인 이아무개씨가 이정복씨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90학번 동기라는 점이다.
김현 전 의원은 "이정복씨는 김희정 전 의원이 총선에 출마했을 때 김 전 의원의 선거운동을 도왔고, 이아무개씨는 김하영씨에게 남자친구를 소개해줬다"라며 "김희정-이정복-이아무개 등 '연세대 정외과'로 얽힌 관계망에도 주목하고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상욱씨는 국정원 전직 직원들이 댓글공작에 동원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김씨는 "국정원 퇴직 직원들에게 보수를 지급하고 댓글작업 등을 시켰을 수 있다"라며 "여기에 양지회가 동원됐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1990년 8월 사단법인으로 등록한 '양지회'는 현직 직원들의 공제회인 양우회(옛 양우공제회)와 달리 퇴직 직원들의 친목단체다.
하지만 이렇게 국정원 댓글공작에 동원된 '외부조력자'의 규모와 운영체제 등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최근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이 지난 5월 "국정원이 '알파팀'이라는 민간여론조작조직을 운영하며 자금을 지원했다"라고 보도한 것을 헤아리면 외부조력자의 규모는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알파팀'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차후 다룰 예정임-기자말).
김상욱씨는 "외부조력자를 어떻게 운영했는지는 '알파팀'으로 드러났다"라며 "알파팀을 심리정보국에서 운영한 것 같지 않다, 누가 운영했는지 운영주체를 조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심리정보국 요원과 알파팀 팀원들이 움직이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라며 "박원동 국장이 이끌던 국익정보국에 보수단체들을 지원하는 팀이 있는데 거기에서 알파팀을 운영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국정원감시네트워트는 "얼마나 많은 외부 조력자를 동원해 여론조작행위를 지시했는지, 그들에게 지급된 자금의 정확한 규모는 얼마인지 등을 밝혀야 한다"라며 "더 나아가 민간인 외부조력자 중에서도 신분상의 지위가 취약한 북한이탈주민들도 포함돼 있는지, 보수단체·보수인터넷매체 운영자에게도 여론조작성 활동과 기사·칼럼 게재를 사주했는지 조사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국정원 댓글공작에 쏟은 예산은 얼마?
검찰은 국정원 요원들이 1157개의 트위터 계정을 이용해 총 78만여 건의 정치·대선 관련 트윗글을 작성한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1심은 175대 계정에 11만 건, 2심은 716개 계정에 27만 건의 글만 증거로 인정했다.
게다가 대법원은 716개 계정 가운데 422개 계정과 그 계정들을 이용한 트윗·리트윗글을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트위터 본사가 미국에 있어서 국제공조가 필요한데 법무부의 비협조적 태도로 인해 검찰의 트위터 부문 수사가 원활하지 않았다"라며 "따라서 국정원 직원 등이 여론조작행위에 사용한 트위터 계정의 총 규모를 정확하게 조사하고 이를 통한 여론조작행위 규모도 전면 조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국정원이 댓글공작에 얼마의 예산을 사용했는지도 재조사해야 할 쟁점이다.
국정원이 지난 2013년 국회 정보위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국정원 심리정보국은 2009년 100억여 원, 2010년 200억 원, 2011년 150억여 원, 2012년 150억여 원 등 총 600억여 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총 600억여 원의 예산은 모두 기계장비 구입비였다.
이와 함께 이정복씨 등 외부조력자들에게 준 '댓글 알바비'가 심리정보국 예산이 아니라 국정원의 특수활동비에서 나온 것이라고 국정원이 해명한 바 있다.
이렇게 사용한 국정원 특수활동비와 심리정보국 예산을 합치면 국정원 댓글공작에 들어간 예산 규모는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김현 전 의원은 "심리정보국 예산 600억여 원은 기계장비를 구입한 것으로 돼 있다"라며 "매년 기계장비를 샀다고 하는데 진짜 기계장비를 산 것인지는 알 수 없다, 600억여 원은 외부조력자 비용과 오피스텔 구입비 등이 들어간 금액이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원세훈 원장의 'MB독대보고'에 댓글공작이 포함?
▲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5년 12월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 웨딩홀에서 열린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댓글공작에 개입했는지 여부도 매우 중요한 쟁점이다.
최측근인 원세훈 전 원장을 통해 국정원 댓글공작 진행상황과 성과 등을 보고받고 격려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폐지됐던 국정원장 독대보고가 이명박 정부에서 부활했고, 국정원장으로 재직하던 4년여 동안 원세훈 전 원장의 'MB독대보고'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김현 전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년 동안 원세훈 전 원장을 매주 만나 독대보고를 받았다"라며 "독대보고 내용에 댓글공작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신경민 의원도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댓글작업을 당연히 보고받았을 것이다"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장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의 댓글공작을 전혀 몰랐다고 하기 어렵다"라며 "어딘가에 이것을 입증할 증거가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국정원 댓글공작 최초 제보자인 김상욱씨는 "댓글공작의 지시 주체는 '국정원 직원'이 아니라 '국정원'이다"라며 "즉 댓글공작은 '국정원 직원'이 한 일이 아니라 '국정원'이 한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국정원이 댓글공작을 하려면 대통령(MB)의 지시가 있어야 한다"라며 "재조사 과정에서 반드시 그것을 드러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검찰 수사나 국회 국정조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원세훈 전 원장으로부터 여론조작행위 등 관련사항을 보고받았는지, 보고받은 뒤 이를 묵인방조하거나 독려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라며 "따라서 국정원의 여론조작행위를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는지, 보고했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조치나 반응은 무엇이었는지 조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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