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부터 100일간 지속된 미국 작가노조의 파업은 노조의 힘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당시 파업은 거대 제작사의 수익은 날로 느는데 작가 수입은 변함이 없는데 대한 반발에서 시작됐다.
배우노조가 작가노조 를 지지하는 뜻으로 골든글로브 시상식 참석을 거부 하면서 권위있는 시상식까지 취소되는 전례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1만2000명이 동참한 파업으로 작가들은 뉴미디어 부문 저작권 수익을 얻게 됐다.
한국의 외주 제작 현실은 과거 영국을 닮았다.
방송사는 편성을 지렛대로 제작사에 외주를 주면서 제작비는 충분히 지급하지 않는다.
방송사는 저작권을 가져가면 제작비의 60~70%, 제작사가 가지면 50% 미만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작비가 부족한 제작사 들은 광고 및 협찬으로 제작비를 채우고, 이를 위해 ‘쪽대본’을 불사한다.
스태프의 노동시간은 늘리고 임금을 깎는다.
이 때문에 한국도 영국처럼 방송사와 외주 제작사간 ‘불공정거래’를 바로 잡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스태프들이 연대해 직접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나설 수 있도록 협상력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스태프 조합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최근 방송스태프노조, 한빛노동미디어인권센터 등이 결성됐지만, 아직 방송자·제작사와 협상을 할 ‘파트너’ 로서의 위치를 갖진 못한 상황이다.
전직 드라마 PD인 노동렬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스태프들의 처우 개선은 하루 아침에 되지 않는 만큼 국가기관이 5년 정도는 스태프들이 협상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후 스스로 자생적으로 (제작자들과) 협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와 TV 분야에서 스태프의 장시간 노동은 사실 한국만의 특이한 일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그 강도는 다르지만 이 분야는 어디에서나 근무 시간이 긴 편이다. 다만 한국과 미국이 다른 것은 기본 근무 시간을 넘었을 때 그에 대해 제대로 임금을 보상받는지 여부다. 미국은 제작사들의 연합인 AMPTP와 스태프 노동조합 인 IATSE 사이에 맺은 단체협약과 프로젝트별 개별 계약에 의거해 기본 근무시간, 휴식시간, 초과근무 수당 등이 결정된다. 주 5일 근무는 최대한 지켜지는 편이다. 또한 전날 일이 끝났을 때부터 다음날 일을 시작할 때 까지 8시간 이상의 휴식을 보장해주도록 정해져 있다.”
물론 미국에서도 촬영스태프들이 장시간 노동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계약서에 따라 추가수당과 휴식 시간을 확실히 보장받는다.
새 협약에선 하루 14시간 넘게 일하는 스태프에게 그동안보다 더 많은 휴식을 보장하고, 왕복 교통비와 숙소도 제공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최종 협약서에는 더 상세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스타작가, 스타PD를 찾는 건 마찬가지다.
유명한 PD나 작가, 스태프는 까다로운 근무조건과 높은 임금을 제시할 수 있다.
스타들과 달리 스태프는 개별적으로는 권리를 주장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은 노조나 협회에 소속되어 있고 이들 조직을 통해 보호받는다.
IATSE 외에도 감독조합 (DGA), 작가조합(WGA)등이 힘을 자랑한다.
■연대로 힘을 키웠다
영국과 미국에서도 스태프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들 나라 스태프들의 인간다운 노동은 정부의 불공정거래 개선 노력과 스태프 스스로의 연대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영국에선 드라마를 만드는 외주제작사가 방영권을 쥐고 있는 방송사로부터 수익을 제대로 배분받지 못했다.
재정난에 시달리던 제작사들은 스태프에게 제대로 된 처우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2003년 커뮤니케이션법이 제정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 법은 영국 커뮤니케이션청(Ofcom)이 외주제작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방송사들이 이를 참고해 외주제작사와 공평하게 수익을 공유하기 위한 시행규칙을 마련하도록 했다.
커뮤니케이션청의 가이드라인은 공영방송을 포함한 모든 방송사에 적용된다.
영국 공영 방송 BBC의 시행규칙은 계약 진행, 저작권 배분. 제작비 분쟁해결과 같은 항목을 세부적으로 규정하고, 표준 제작비까지 제시한다.
방송 프로그램을 드라마, 예능, 교양, 어린이 4개 분야, 32개 항목으로 나눠 시간당 제작비 범위를 명시했다.
외주제작사가 방송사와 수익을 공평하게 분배받게 되면서 제작사에 고용된 스태프들의 처우를 개선할 여지가 생겼다.
스태프들은 힘을 합쳐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1991년 설립된 BECTU에는 카메라, 조명, 음향, 분장, 소품 등 방송 제작과 관련된 모든 직종의 스태프들이 모여있다.
미국 역시 스태프들이 연대해 힘을 키웠다.
미국 드라마 스태프 상당수가 소속된 IATSE는 1893년 극장 무대 노동자들이 설립했으나 지금은 미국과 캐나다의 예능 분야에서 기술직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의 단체로 몸집을 키웠다.
드라마는 방영시간이 길고, 촬영에 순발력이 필요하다.
이는 짧은 시간, 많은 노동력이 요구된다는 뜻이다.
이는 미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미국의 방송 스태프들 도 장시간 노동을 감내한다.
하지만 한국의 방송 스태프 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미국 텔레비전 업계에서 편집 스태프로 일하는 문성환씨(43·사진)는 경향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한국과 미국의 다른 점은, 기본 근무 시간을 넘었을 때 그에 대해 임금으로 충분히 보상 받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미국의 촬영장 스태프, 편집자도 1일 12시간 근무를 하곤 한다”며 “내 경우 주 45시간 이상의 추가 노동시간에 대해서는 1.5배의 임금을 받았다”고 전했다.
문씨는 2012년 도미해 <오리지널스> <볼드 타입> <제인 더 버진> 편집팀에서 보조편집자로 일했다.
관건은 정부의 역할인듯 하다.
당사자인 스테프 노조들이 아무리 노력한다 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미국과 영국의 사례만 봐도 국가 기관이 발벗고 나서서 관련법 개정하고 스테프 노조들이 제작사와 제대로 협상할 수 있도록 가이드 라인 제시하고 - 무엇보다도 창작활동 이라는 것이, 인간이 먹고 사는데 필수인 노동이라는 것에 대해 분명히 인식할 수 있도록 - 국가 차원에서 확고한 기준을 세워줘야 해결될 수 있는 일인듯 하다.
제작사와 방송사는 수익 구조 때문이라도 절대 약자인 스테프들을 동등한 협상 파트너로 인식하지는 않을 테니까 창작활동을 업으로 삼고 싶어하는 젊은 인력들이 노동시장에 널리고 널린게 현실인데, 이런 현실에서 자유시장경쟁 어쩌구 하면서 상황을 방치한다면 지금같은 끔찍한 노동착취 상황이 절대 변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은 창작 스테프들의 노동자성이 법적으로 인정이 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노동법 상의 근로기준법의 제대로 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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