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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회관 휴게실/세상이야기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by Ajan Master_Choi 2021. 9. 28.

책의 부제가 "유엔식량특별조사관이 아들에게 들려주는 기아의 현실"이다.

속지를 잠깐 흩어보니
큼지막한 파란 글씨는
저자의 아들 카임이 질문한 문장인가보다.

각각의 질문에 아버지가 답을 달며 써내려 갔다.

책을 고를 때, 父子간의 대화체에 제일 먼저 눈이 갔다.

게다가 표지에 실린 <2014년 서울대 수시 지원자 최다 선택 도서>, <2014년부터 2016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선정한 대학 신입생 추천 도서> 문구는 호기심을 더욱 부추켰다.

저자인 장 지글러는 1934년생으로 제네바대학과 소르본 대학의 사회학 교수를 역임하고, 2000년부터 8년간 유엔 식량특별조사관으로 근무하던 자신의 경험을 책으로 펴냈다.

좀 더 살펴보니 그는 세계의 빈곤과 기아에 대해 학문적 접근과 현장 중심의 해결방안을 제시한 전문가다.

인도의 붐베이 빈민촌,
브라질 상파울라의 판자촌,
칠레 산티아고의 빈민가,
페루 리마의 판자촌,
필리핀 마닐라의 쓰레기 더미들 속의 배고픈 아이들의 이야기다.

또 다른 곳에서는
평균 50리터의 자동차 연료탱크를 채우기 위해
358kg의 옥수수를 태운단다.

이는 1명의 어린이가 1년 먹을 양이라고,
장 저글리는 책의 이곳 저곳에서 또다른 여러 통계치와 함께 제시한다.

왜 이 지구위의 아이들은 굶어 죽어가고 있을까?

독서 내내 저녁 설겆이를 하며 먹다남은 음식쓰레기를 정리하는 내 손에 눈길이 멈춘다.

이 책은 내게 새로운 시선을 주고갔다.

전 세계 옥수수의 1/4을 소 사료로 사용하고 있다는 현실과
시카고 곡물 거래소의 상업적 투기가
어떻게 20억명의 배고픈 이들을 벼랑위로 몰고 가는지.

더 나아가 내가 인식하지 못한 채
이 세상을 지배하는 글로벌 금융과두제들의 민낯을 보게 했다.
결국 살인적이고 불합리한
세계 경제질서가 주범 중 하나였던 것이다.

1973년, 칠레의 아옌데 대통령이 암살 된 배경에
다국적 식음료 회사 네슬레가
칠레의 유아들에게 돌아가는 무상분유 배급을 저지하기 위함이었다는 사실도 내가 알지 못했던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다.

나는 점점 이 책이
왜 2007년부터 대학 우수도서 목록에 올라와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우리의 젊은 아이들은
세상의 이런 불합리한 현실을
우리 세대보다 먼저 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의 또 하나의 선물은
책 부록에 담긴 주경복 교수의 "신자유주의를 말하다"라는 짧은 논문이었다.

논문은
한국 사회가 영국이나 미국보다
어떻게 해서 더 심한 시장자본주의로 진행되었는지를 쉽게 가르쳐 준다.

내 이웃과 공동체, 더 나아가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또 다른 세상에서 일어나는 비극과 불행에 나는 외면했다.
몰라서 혹은 공감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하지만 그보다 솔직한 이유는,
과장되었을 것이라는 혹은 극소수일 것이라는 나의 편견과 왜곡때문이다.
나는 과연 올바른 사람인가?
책장을 덮고 감아버렸던 눈을 뜨지 못했다.
창피해서....

※ 책에서 얻은 문장
- 기아희생자들과 우리를 갈라 놓은 것은 단지 출생의 우연 뿐이다.
- 기아는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기아는 인간이 종식시킬 수 있다.
- 미국 3억의 인구가 세계 산업재화의 25%를 생산하고,
하루 2,000만톤의 석유를 소비한다.
- 기아가 초래한 순교의 피라미드와 기아가 낳은 일상적
대학살이 10살 미만의 어린이를 5초에 한 명꼴로
희생시키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2005년 기준)
- 4분마다 아동 1명이 비타민 A 결핍으로 시력을 잃는다.
- 금융자본의 이데올로기가 신자유주의 (시장원리주의)로
무장되어 있다.
- 우리의 세상은 무엇이 인간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인가? 무엇이 이 사회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가?를 따지지 않은 채 그저 경제 합리성이라는 구호만 외친다
- 인간은 다른 사람이 처한 고통에 함께 아파 할 수 있는 유일한 생물이다.
- 사회적으로 가장 약자인 어린이들이 구조적 부조리에서 제일 먼저 당하게 되는 사회적 사건을 기아다. 이에 대한 원인 제공은 해당 국가의 내부문제, 국제적 관계 혹은 식민지 유산, 국제기구의 권력관계에서다. 이를 모두 구조惡이라 칭한다.
- 남반구에서 기아 희생자들의 피라미드가 쌓이고 있는 반면에, 북반구에서는 다국적 금융자본과 그 과두제가 부를 쌓아가고 있다.
- 1989년, 워싱턴 합의는 미국과 국제금융자본이 미국식 경제체제를 개발도상국의 발전모델로 합의한 사건이다.
그 주요 내용은,
①사유재산 보호,
②정부규제 축소,
③국가기간 산업의 민영화,
④외국 자본 체한 철폐,
⑤무역자유화와 시장개방,
⑥경쟁력있는 환율제도 채용,
⑦자본시장 자유화,
⑧관세인하와 과세영역 확대,
⑨정부예산 삭감, 경제 효율화
- 자유주의의 변천사
애덤 스미스의 자유주의 경제 → 1920년대 미국의
"새로운 자유 정책(윌슨, 루즈벨트) → 케인스의
수정자본주의 (개량주의)→ 독일의 "질서 자유주의"
( 프라이부르크 학파 : 사회질서 관리는 정부가, 생산
소비 직업선택은 개인이) → 1980년대 신자유주의
(시카고 학파,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 → 1990년대
세계화가 신자유주의를 업그레이드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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