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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회관 휴게실/세상이야기

신뢰 연습

by Ajan Master_Choi 2014. 9. 29.

 

 

전미도서상은 좋아하는 작품이 많은 소설상입니다.
이번에 한국계 미국인 최초로 수상을 했다고 해서 궁금해 읽어보았습니다.
수전 최는 한국인 아버지와 러시아계 유대인 혈통의 어머니 슬하에 태어났고, 오랜 세월 소설을 썼으며, <신뢰 연습>은 다섯 번째 작품입니다.

다음은 인상적인 부분의 일부입니다.

“사라, 너한테 알려주고 싶은 게 있어. 네게 도움이 될 거야. 너 같은 젊은 친구들은 우리 같은 어른들보다 고통을 더 강렬하게 경험해. 감정의 고통을 말하는 거야. 네 고통은 기간과 강도가 더 크지. 견디기가 더 어려워. 이건 은유가 아니야. 사살이지, 생리적으로. 심리학적으로도. 네 감수성은 부모나 교사들보다 우월해. 그래서 인생의 이 시기가…… 열다섯 살, 열여섯 살, 열일곱 살이 그리도 힘들지만 중요하지. 그런 이유로 이 나이에 재능을 키우는 게 아주 중요해. 이 극대화된 감정적 고통은 선물이야. 고달픈 선물.”

세라는 자기도 모르게 귀담아 듣는다.
한참 후 가까스로 입을 연다.

“그러니까 앞으로, 더 나이 들면 마음의 아픔이 덜하다는 뜻이에요?”
“맞아, 정확해. 하지만 사라, 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어.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 더 나이 들면, 그래, 넌 더 단단해질거야. 그건 축복이자 저주야.”

로조 선생은 문을 열라고 채근하지 않고, 그것만으로도 세라는 마음을 연다.
두 사람은 한참 그렇게 있고, 화장실 문을 사이에 두고 시간이 얼마나 흐르는지 세라는 모른다.
그러다가 속삭이듯 말한다.

“감사합니다.”
“시간을 갖고 천천히 나오렴.”

로조 선생이 떠나면서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