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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회관 휴게실/세상이야기

세조의 여자들

by Ajan Master_Choi 2004. 5. 30.

ㅡ 제7대 세조(이유)의 여자들 ㅡ

조선 시대 폭군하면 연산군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면 가장 잔인한 왕은 누구일까?

제3대 태종과 제7대 세조이다.
누가 누가 더 잔인하다고 생각될까?
슷비슷비하다!

태종은 제1차 왕자의 난을 일으켜
새엄마의 아들 방번이와 방석이를 죽였다.

또 제2차 왕자의 난을 일으켜 친형인 방간을 유폐시켰다.


이는 조선건국의 일등공신인 방원이가 제대로 대접을 못 받고,

신덕왕후 강씨의 지나친 지 새끼 챙기기로 화를 자초한 면이 많다.

그래서 태종이 형제 간에 골육상쟁을 했더라도 조금 인정 점수를 받는다.


''오죽했으면...''
''그럴 만도 혀...''

그런데 세조 수양 대군은 아니다.
형 문종의 외아들이며 자신의 조카 단종을 용상에서 끌어내리고 비참하게 죽였다.
그리고 안평대군과 금성대군 등 형제들도 죽였다.

왜?
권력에 대한 개인적인 욕심 때문이다.
한마디로 유교국가인 조선에서 명분 없는 짓거리(?)를 한 것이다.
그래서 태종보다 세조가 후세에 더 욕을 먹는다.

원래 착하게 살면 언젠가는 복을 받고,
악하게 살면 언젠가는 벌을 받는다.


이것이 인과응보요, 사필귀정이다.


수양대군,
이제부터는 세조로 부르겠지만

그 욕심으로 많은 피를 보고 원성을 듣게 된다.
단종의 어미 현덕왕후 권씨가 오죽하면 꿈에 나타나 저주를 했겠는가?

도덕경 46장에 나오는 말이다.

"禍莫大於不知足(화막대어부지족)"
화 중에는 만족을 모르는 것보다 막대한(더 큰) 것이 없고,
"咎莫大於欲得(구막대어욕득)"
허물 중에는 얻으려고만 하는 욕심보다 막대한(더 큰) 것이 없다.
故知足之足, 常足矣(고지족지족, 상족의)
그러므로, 만족을 아는 것에 만족한다는 것은 늘 (있는 그대로를) 만족하는 것이다.

즉, '족함을 아는 것이 최고의 만족이다'라는 노자의 말씀이다.
세조가 이 글을 읽고 깨달았더라면 이런 글도 없었을텐데 좀 아쉽다.
인생지사 별거 아닌데 말이다.
그놈의 권력이 뭔데 남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눈에 피눈물을 흘리게 만드나... ㅠㅠ

세조는 왕위를 지는 선양 받았다고 하지만

명백한 찬탈이다.


나쁜짓 하면 끝이 안 좋다.
과거나..
현재나..
미래에도..

그래도 세조는 애처가였다.
이 무슨 소리냐 하면 후궁을 많이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랑도 사랑총량법칙이 있다.

사람도 원래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의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 사람에게 줄 사랑을 열 사람에 나눠주면 각자는 1/10밖에 받을 수 없다.
저 카사노바나 돈 후안 같은 친구는 "아니다!"라고 부정하겠지만...^^

세조는 부인 정희왕후 윤씨를 매우 사랑했다.
그래서 후궁을 들이지 않으려고 했는데

신하들이 그래도 '예비대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바람에

마지못해 근빈 박씨를 후궁으로 맞는다.


사육신 중에 하나인 박팽년의 따님이시다.
그렇지만 박씨에는 박씨(?)를 안 주어서 그런지 자녀를 두지 않았다.^^
일설에는 두 명의 아들이 있다고 한다.

정희왕후 윤씨!

태종 18년(1418년) 11월에 충청도 홍주(홍성)에서

본관이 파평인 판중추부사 윤번과 어머니 인천 이씨 막내로 태어났다.
파평 윤씨...
앞으로 한가락 할 집안이다.^^

윤씨는 세종 10년에 11살에 12살인 수양대군과 결혼하고

의경세자와 해양대군 그리고 의경공주를 낳는다.


옛날에는 여자는 남자를 잘 만나는 것이 팔자가 좋은 거였다.

남편 잘 만나 사주에 없는 왕후가 되었다.

단종의 어머니 현덕왕후 권씨 저주로 큰아들 도원군(덕종)이 비명횡사를 하고

작은 아들 해양대군이 14세에 예종(8대)으로 등극하자

조선 최초로 수렴청정을 한다.


예종이 죽자 왕대비가 되어서도 손자 성종(9대)의 대리청정을 한다.
소위 엄청 끗발 좋은 여자가 된 것이다.
ㅎㅎ
윤씨 집안에 쨍~하고 해가 떴다.

또 한 여자는
세조의 며느리인 소혜왕후다.


그녀는 세종 19년(1437년) 9월

청주 한씨 한확과 어머니 남양 홍씨 사이에 태어났다.

죽은 도원군(덕종)의 아내이고

그의 동생 해양대군 예종이 죽자,

그녀의 둘째 아들인 자을산군이 성종이 되자 인수대비가 된다.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그 유명한 인수대비마마 이시다.^^

자~ 이제 여인천하가 된다.

세조의 부인 정희왕후 윤씨!
왕비마다 앞에 '정'자가 많이 붙으니 좀 헷갈릴 것이다.
그냥 세조 부인이라고 하자!^^

다음은 [송와잡선]에 나오는 얘기다.

수양대군의 혼인 대상자는 처음에 정희왕후 언니였다.

아마 예비심사에서 유력한 후보였던 모양이다.
어느날 궁에서 감찰상궁이 윤씨 집을 방문한다.
미리 왕실 며느리 후보자를 살펴보기 위해서...

감찰상궁!
이거 대단한 힘, 소위 끗발(?)을 가진 상궁이다.

요즘의 압구정동 마담 뚜는 비교 대상도 안 될 정도로 말이다.

정희왕후 윤씨!

감찰상궁,
왕가의 사돈 집안을 물색하는 궁에서 중요 직책이다.
순실이보다는 못했을지 모르지만 권력에 뜻을 품은 집안에서는

이 감찰상궁에게 줄을 대려고 온갖 힘을 썼을 것이다.

감찰상궁이 윤씨 집에 도착했다.
귀하신 분이 오니 집안 청소도 깨끗이 하고 떡도 주문하고 식혜도 만들었다.

응접실, 아니 그때는 내당이었을 것이다.
감찰상궁과 윤씨 부인 그리고 정희왕후 언니가 대면 면접을 하고 있었다.
떡과 식혜를 묵으면서..
화기애애하게...

그런데...
후원에서 땅따먹기 하고 놀던 정희왕후가

짧은 치마를 입는 채로 내당으로 들어왔다.
아마 떡과 식혜를 먹으려고...
그러자 윤씨 부인이,


"네 차례는 아직 멀었다. 어찌 감히 이곳에 들어오느냐?"

 

라고 꾸짖고 밖으로 내몰았다.
그때...
운명의 여신, 아니 감찰상궁의 눈길이 정희왕후에게 꽂힌다.
번~쩍!
감찰상궁, 윤씨 부인에게


"저 아가씨는 보통 사람이 아니오니 다시 보기를 청합니다."

 

하면서 정희왕후를 불러 찬찬히 뜯어본다.

"ㅎㅑ~"


이 소리가 감찰상궁 입에서 흘러나왔다.
감찰상궁, 지난번 태종 방원을 알아본 하륜처럼 관상의 진정한 대가였다.
파도만 본 것만 아니라 바람도 본 것이다.
정희왕후가 크게 되리라는 것을...
당연하다.

이제 11살이니 더 크겠지!^^

감찰상궁은 궁으로 돌아가

세종과 소헌왕후에게 사실대로 자세히 고한다.
신부감은 그집 큰 애가 아니고 작은 애 정희왕후라고...

그래서 어찌 되었냐고?
세종대왕 부부의 허락을 얻어 수양의 배우자는 작은 아씨, 정희왕후로 낙점되었다.

이러고보니 정희왕후가 언니의 혼처를 가로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로 그런 것이 아니다.
땅따먹기 욕심을 줄였기 때문이다.^^


신라 김유신의 동생 문희가

언니 보희의 꿈을 사서

김춘추 무열왕과 결혼한 것과는 다르다.


꿈에 오줌싼 이야기는 없었다.^^

사람팔자 시간 문제라는 말이 있다.
만약 정희왕후가 후원에서 땅따먹기 놀이만 계속했더라면

감찰상궁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땅따먹기 욕심을 버렸기 때문에 귀인을 만난 것이다.

그러니 우리,
욕심을 내려놓고 귀인을 만날 준비를 하자.


누가 알겠는가?
(Who knows ?)
사람 팔자는 모른다!

정희왕후 윤씨,
수양대군과 결혼 후 시부모 세종대왕 부부에게 귀염을 많이 받는다.
정희왕후가 세종의 각별한 배려 하에 궁궐에서 첫 아들과 딸을 낳는다.
일종의 특혜였다.
얼마나 며느리가 이뻤으면...

소헌왕후가 어디서 돌아가셨는가?


둘째 아들 수양대군 집에서 운명하셨다.
따뜻한 효심으로 시어머니를 봉양한 정희왕후의 손에서...

부모님께 잘하면 복 받는다!

시간이 흘러흘러 갔다.
어느날 수양대군 집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이것은 조선왕조실록에 나온 것이니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문종 1년 8월,

어느날 수양대군 집에서 가마솥이 울었다고 한다.


''가마솥이 울었다!"


무피아 앞에 있는 개태사 철확도 아닌데 말이다.
수양대군은 이것을 잔치를 벌일 징조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한 무당이 부인 윤씨에게 찾아와서는

수양대군이 39세에 왕이 될 것이라고 예언을 하였다.


"왕이라고?"


깜짝 놀란 윤씨가 무당에게 앞일을 물으려고 하니 그냥 휭~하고 가버린다.
윤씨는 그때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아마도 왕비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품었을 것이다.
수양대군이 계유정난을 일으키려고 했을 때

정보가 누설되어 망설이자,

이때 윤씨가 남편 수양대군에게

손수 갑옷을 입혀주면서 거사를 강행하도록 독려했다고 한다.

왜?
아마도 그녀의 머리에는

무당의 말이 떠나지 않고 항상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39세에 수양대군이 왕이 될 것이다."


실제로 39살 직전에 수양은 왕이 되었다.

세조는 대신들의 강압(?)에 의해 후궁으로 박팽년의 딸을 맞는다.
비록 단종복위사건으로 장인인 박팽년을 능지처참 시키지만

후궁 박씨를 폐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증거는 없지만 정희왕후가 근빈 박씨를 잘 보살폈기 때문이 아닐까?
같은 동서끼리...
참 인정 많은 정희왕후였다.

정희왕후 윤씨!

貞憙(정희), '곧게 기뻐한다'는 이름이다.
보통은 정희라는 이름은 곧을 貞(정)에 여자 姬(희)자를 쓴다.

남편 세조가 왕에 오른 지 13년(1468년) 9월 피부병이 악화되어

세자 해양대군(예종)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수강궁에서 저 세상으로 떠난다.


지금으로 따지면 피부암 정도일 것이다.
아마 저승 문앞에서 많은 혼백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문종과 형수님, 단종, 안평대군, 금성대군, 황보인과 김종서, 사육신들이 말이다.

세조를 이어 아들이 예종으로 왕에 오르자

정희왕후는 뒤에서 수렴청정을 한다.


조선왕조 최초로 대왕대비가 용상 뒤에 수렴(발 -커튼- 을 드리우는 것)을 드리우고 왕을 움직이게 된다.
그러면 정희왕후 뒤에는 누가 있었겠는가?

친정 파평 윤씨가 아니었을까?
파평 윤씨, 명문 집안이 된 것이다.

단종복위를 도모하다 죽은 사육신과 생육신 중에는 윤씨가 하나도 없다.


ㅡ 사육신 : 성삼문, 박팽년, 이개, 하위지, 유성원, 유응부.
ㅡ 생육신 : 김시습, 원호, 이맹전, 조려, 성담수, 남효온.

이들 사육신은

세조에게는 역적이었지만

후세에 영원한 충신으로 남아 있다.

내친김에 성삼문과 박팽년의 시를 한번 보고 가자.

이 몸이 죽어 가서 무엇이 될고 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랑장송 되었다가
백설이 만건곤할 제 독야청청하리라.
ㅡ 성삼문님

까마귀 눈 비 맞아 희는 듯 검노매라
야광명월이야 밤인들 어두우랴.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변한 줄이 있으랴.
ㅡ 박팽년님

두 분의 이름에다 '님'자를 붙인 것은 조금이라도 존경의 뜻을 전하기 위해서다.
"나~리 나~리 개~나리"
세조 앞에서 성삼문이 이렇게 세조를 조롱했다고 하니 참 대단한 기개를 지녔다.


성삼문 호는 매죽헌이다.
매화처럼..
대나무처럼..
향기롭고 강직하셨다.
요즘에도 저런 충신들이 있을까?

세조도 인정했다.

"너희들은 영원한 충신으로 남을 것이다. 비록 너희들이 나에게는 역적일지라도..."

참 멋진 말씀을 하셨다.
그래도 왕은 왕이었다.^^

세조의 뒤를 이은 예종, 현덕왕후의 저주 때문인지

왕에 오른 지 1년 2개월 만에 아버지 세조의 뒤를 따른다.

"긍게 왜 씰데없이 옥좌를 뺏어가지구..."


그 권력의 단맛 좀 보려다가

자기도 빨리 죽고 두 자식도 빨리 죽었다.

"도대체 세조, 무신 짓을 한겨?"

우리 모두에게 "차카게 살라!"는 교훈을 진하게 보여주었다.

정희왕후,
이제는 손자 성종의 대리청정을 한다.
7년 동안 치맛바람이 아닌 국정을 수렴청정을 하다가,

손자 성종과 사소한 일로 틀어져 권한을 성종에게 넘겨주고 물러난다.

 

실은 성종이 20세가 되어 수렴청정 구실이 없어져서다.^^

그리고 온양의 온궁 노천온천장에서 노시다가 성종 14년(1483년) 3월에 66세로 돌아가셨다.

정희왕후,
현재는 천연기념물 새인 크낙새가 많이 살고 있는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광릉에 세조와 함께 묻혀 계시다.


가장 잔인한 왕과 정희왕후!


부부금슬은 좋았다.
부모에게 효도도 잘했다.
그냥 조카 단종 잘 보살펴 주고,

대우 받으면서 이승의 여행을 해피하게 할 수 있었는데...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욕심!
어느 정도는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그 욕심으로 타인의 행복을 침해한다면,

그것은 탐욕이고 죄가 되는 것이다.


자신의 자유를 위해

남에게 불편을 끼치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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