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리학을 표방하고 나라를 세웠지만 조선조차도 전래의 무속을 무시할 수가 없었습니다.
종묘와 사직을 같은 무게로 두어 유학자들 조차 사직단에 가서 제를 올리는 것에 정성을 다 했습니다.
사직단을 전국에 두어 나라의 안녕을 빌면서 그것이 천하다고 여긴 무속에서 비롯된 것임을 몰랐을까요?
'종묘사직'이라고 사극에서 하도 많이 들어서 사직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그 정확한 뜻을 아는 사람은 드문거 같은데요.
사직의 뜻은 토지신인 국사신과 곡물신인 곡직신, 이 두 신의 이름이고 사직단은 이 두 신을 모신 제단이라는 뜻입니다.
땅과 곡식은 나라를 이루고 지탱하는 근본이 되는 것이니 고대 때 부터 전국에 사직단을 두어 임금이 제사를 모셨습니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사직동이란 이름의 뜻은 그 곳에 사직단이 있었다는 증표입니다.
조선의 개국조인 태조 이성계는 경복궁의 서쪽에 사직단을 설치했습니다.
동쪽엔 종묘를 두었으니 국가의 성조들과 사직신을 동격으로 대한 것입니다.
종묘와 사직으로 함께 보존하는 것이 왕실의 가장 큰 책무였으니 유학을 근본으로 하는 나라치고는 참 이율배반이라는 생각입니다.
일 년에 네 번의 대사를 지내었고 그외 기우제 등도 사직단에서 했으니 가정의 안택이나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원하는 것만을 취해 나라에서 받들고 그외에는 척결할 대상으로 여긴 조선 양반들의 심중을 모르겠습니다.
일 년에 한 번 날을 정해 제석굿을 따로 하는데 환인 환웅 단군을 모시는 굿입니다.
무속의 가장 높은 신으로 상제와 환인 환웅 단군을 모셔 화려하고 장엄한 무가를 펼치는 것으로 제석거리와 제석풀이 등과는 다릅니다.
무당의 영력에 따라 제석굿은 여러 신기한 볼거리들이 보여지기도 하는데 지금도 제석굿을 하는 무당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석굿은 무속이 성했을 때는 나라굿 이나 다름없었고 많은 무녀들이 나와서 신력이 오르는대로 온갖 기예들이 펼쳐 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조선조에 들어서면서 나라굿 으로의 기능은 점차 상실되고 무가의 한 형태로 남아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제 마을굿도 하는 곳이 거의 없고 해안 지방이나 산간 지방에 문화제 형식으로 남아 있어 구경삼아 가기도 합니다.
인천만 해도 소래 포구나 연안부두에서 김금화만신의 주도로 굿이 열렸는데 지금은 모르겠습니다.
무격이라고 말을 하듯이 무당이 격을 높이는 것은 많은 굿을 할줄 알고 바른 점사를 하며 옳은 분별을 할줄 알아야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 얼마나 많은 수련과 공부로 자신을 단련해야 하겠습니까?
남자는 눈물을 흘리면서 최보살의 말을 듣더니 입을 열었습니다.
- 우리 혜원이는요, 지금도 혜원이가 옆에 있습니까? -
-있다, 인자는 가야 하는데 가는 길을 잊었구나, 보내주지 않으면 어미는 아아들 옆을 떠나지 몬한다 . -
- 옆에 있으면서 아이들 평생을 함께 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
- 무신 소리! 아아들의 옆에 있으려는 염이 점점 강해지면 결국은 악귀가 되니라, 아아들이 자라면서 쌈질도 하고 욕도 볼낀데 그 때 마다 붙어서 떨어지지 몬하는 어미는 지가 할 수 있는 대로 그 상대방에게 온갖 무서운 짓을 부릴낀데 그것을 우얄끼고? 그 무서운 죄는 인간이 저지르는 것보다 더 큰 인과율을 만들 것이니 그런 죄는 지으면 안되니라. -
남자는 고개를 꺽으며 온 몸을 떨면서 흐느꼈습니다.
아이들은 건강해져서 돌아갔고 며칠 후 천도제가 신당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혜원씨는 최보살의 극진한 공수를 받고 남편과 아이들의 배웅 속에 자신이 가야 할 곳을 찾아서 떠났습니다.
엄마에게 인사하라고 아빠가 시키자 큰아이가 사진을 향해 손을 흔들며
"엄마, 안녕... 꿈 속에서 만나요"
라고 말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창자가 끊어지는 듯 했습니다.
천도제가 끝나자 최보살은 두 아이를 품에 안고 볼을 부비면서 말했습니다
- 아가들아, 인자 엄마는 꿈에서도 몬 만난다. 엄마는 아주 먼 곳으로 갔니라. 그 곳에 가서 너희들을 잊을 것이니라. 여기까지가 너희들과 엄마의 연이었제. 아빠 말 잘 듣고 착하게 있으면 진짜 너희들 엄마가 찾아 오니라. 니들을 괴롭혔던 그 새엄마는 다시는 못 볼 것이고 너희들은 인자 괘안타. 아무 걱정하지 말고 잘 살거라. 이 할미도 잊아 뿌리고 이 집도 잊어야 하니라, 그렇게 할 수 있제? -
아이들이 대체 무엇을 알았을까요?
최보살의 말에 그렇게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아빠의 품에 안겼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는 그 당시에 아파트 한 채 살만한 돈을 신당에 놓고 갔고 최보살은 그 돈의 반을 내게 주었습니다.
혜원씨가 사정을 알고 주는 것이니 받으라고 말하는 것을 거절하지 못했습니다.
그 돈은 그 당시 힘들었던 남편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삼 년 후 남자는 결혼할 여자를 데려 오겠다고 최보살에게 전화를 걸어 왔지만 그녀가 매몰차게 거부했습니다.
- 이미 천도제를 지낸 것으로 우리의 인연은 다 했니라. 그 남자는 쓸데없이 무당집에 드나들면 안 되니라. 영력을 타고난 것이 있어 모르고 살아야 옳으니라, 그것만 조심하면 평생을 다복하게 잘 살게야. 전생에 오랜 수도 생활을 하면서 활인 공덕을 베푼 사람이어서 이생에서 잘 살고 적덕을 쌓으면 또 다른 생에서도 잘 살 것이니. -
어린 자식들을 낳고 이승을 떠나지 못한 엄마의 이야기가 길었지만 이 또한 내가 겪은 사실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들은 흔히 "귀신이 보이나?"라고 묻지만 귀신은 때에 따라서, 또는 사람에 따라 보이기도, 안 보이기도 하는 존재입니다.
이 세상에 남겨 놓은 념과 원과 한이 덩어리가 되었으니 그 인과에 따라, 또는 원념에 따라 형상으로 보이는 존재입니다.
귀신이 절대 보이지 않고 또 어느 귀신도 이길 수 없는 존재가 있으니 바로 무념의 사람입니다.
간혹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이 세계와 모든 신계는 그것을 믿고 원하고 추구하는 사람에게만 존재하는 세계라는 것을 어떻게 하면 이해할까요?
현대 양자물리학의 우주관
“인간이 우주에 적응하듯이 우주도 인간에게 적응하고 있다. 인간은 인식을 통해 자신만의 진실을 창조하고 있다. ”
이 말이 가장 근접한 해답인거 같픕니다.
'제왕회관 휴게실 > 세상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간 큰신하 (0) | 2020.10.23 |
---|---|
성공하는 사람들의 습관 (0) | 2020.09.19 |
유리알 유희 그리고 넝쿨장미 (0) | 2020.09.09 |
주문공권학문ㅡ주희 (0) | 2020.09.01 |
혼란한 시기,,, 전문가가 필요한 적기다 (0) | 2020.08.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