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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회관 휴게실/세상이야기

국내 리그와 해외 리그로 바라본 부패와의 전쟁

by Ajan Master_Choi 2020. 6. 7.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극소수를 제외한 거의 모든 축구리그가 중지되었다.

네덜란드 에레디비시 리그는 무효화를 선언한 유럽 최초의 리그가 되었다.

우승이 거의 예약되었던 명문 클럽 아약스에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것은 이젠 불가능한 일이 되고 말았다.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세계 최고의 방역체계를 인정받은 대한민국 K리그는 지난 5월 8일 이미 개막되어 무관중 경기를 이어가며 세계 축구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개막전 경기였던 '전북현대 VS 수원삼성' 전을 시작으로 '하나원큐 K리그 2020'이 독일 Sportdigital, 홍콩TVB등으로 17개국에 생중계 되었다.

2002월드컵 4강, 2018월드컵 조별리그 예선경기 독일 격침에 이르기까지 축구변방 아시아에서 세계의 중심으로 그 축이 자연스레 옮겨가고 있다.

이런 지금 시간의 벽을 뛰어 넘어 약 9년전 5월에 있었던 '2011 K리그 승부조작 사건'을 떠올린다.

부패와의 전쟁 1 - K리그 승부조작 사건에 관하여

1. 2008년 K3리그(현 K3.K4) 승부조작 사건

2007년 시범리그를 거쳐 닻을 올린 K3 성인 아마추어 리그에서 출범 이듬해 중국발 불법도박 사이트와 관련된 승부조작 사건이 검찰에 적발되었다.

서울시 은평구를 연고로 하는 서울 파발FC(전 은평 청구성심병원 FC)는 주장을 포함한 선수단 상당수가 가담해 중국 사기 도박업자와 짜고 경기당 1억을 받기로 한 뒤 비슷한 전력을 가진 다른 팀들과의 경기에서 일부러 패하는 방식으로 승부조작을 했다.

이 사건 이후 관련된 선수 전원이 협회 징계를 받고 영구 제명되었고 해당 구단은 자진 해체의 길을 걷게 되었다.

출범한지 채 1년되지 않은 낮은 인지도 탓에 크게 확대 보도되지 않았고 곧 팬들의 뇌리에서 잊혀져갔다.

 

하지만 K3 리그를 어렵게 출범시킨 다른 10여개 팀과 당시 협회 관계자, K3 리그에 관심을 가졌던 축구인과 팬들은 큰 충격에 빠졌고 아마추어 선수들이 검은 돈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는 것에 우려와 지적이 이어지게 되었다.

2. 2008년 N리그(내셔널리그,현 K3리그)

K3 리그에 이어 실업리그인 내셔널리그에서도 승부조작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의 수사를 통해서 서울에서 열린 내셔널리그 경기에서 상대팀에 져주는 조건으로 1억원을 받기로 하는등 세 경기의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가 드러났다.


"승부조작 사실이 이미 알려져 돈을 받지 못했다"

는 진술과 함께 서울 용산경찰서는 내셔널리그 소속 우모(26)선수등 4명과 구단관계자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3. 2011년 K리그 승부조작 사건

2011년 5월25일 K리그 현력선수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었고 그중에 국가대표급 선수가 포함되었다고 알려지면서 충격적인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게 되었다.

2011년 5월 6일 K리그 인천Utd 소속 GK 윤기원 선수가 차량안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한 채 발견된 사건에서 시작되었다.

이 충격적인 자살사건으로 한 때 루머로만 떠돌던 K리그 승부조작 의혹이 네티즌과 언론을 자극하였다.
그 차량에서 유서도 없이 발견된 100만원이 든 돈봉투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 해 전인 2010년 게임 스타 크래프트 승부조작 사건으로 7~8명의 프로게이머가 벌금형으로 약식기소되었고 브로커 P모씨는 징역2년, 프로게이머 M모씨는 징역1년 6월의 처벌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으로 e스포츠의 존립가치가 땅에 떨어지고 승부조작의 문제가 잊혀질 즈음에 터진 승부조작 사건이어서 더더욱 아쉬웠다.

K리그 선수 4명이 구속되었고, 국가대표 최성국등 선수 40명과 브로커 7명에 대해 영구제명 처리했으며 K리그와 관련된 일체의 업무에 종사할 수 없도록 결정하였다.

당시 승부조작 대상으로 지목된 경기는 총 21경기였고, 그중 18경기를 성공하며 이득을 챙겼으며, 관련 팀은 총 7개 구단에 이르렀다.

하지만 K리그 승부조작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단순히 선수들이 가담하는 상황을 넘어 심판을 매수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하게 된다.

2016시즌 '전북현대 VS 경남FC' 경기에서 벌어진 일이다.

당시 승점 10점 감점과 벌금형으로 처리되어 강등없이 벌점만으로 K2 리그로 내려간 경남FC와 강등없이 승점9점 삭감만으로 해당시즌 우승을 FC서울에 넘겨준 전북현대의 처벌등 솜방망이 징계결정은 스페인의 라리가등 외국의 경우와 비교해 볼 때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거기다가 2019년 K리그 올스타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를 통해 불법토토 광고가 문제없이 송출된 것을 보면서 대한축구협회(KFA)의 위 결정에 대한 아쉬움이 더욱 컸음은 부인할 수 없다.

 


부패와의 전쟁 2 -해외리그의 경우

 

1. 이탈리아 세리에A 리그

2006년 이탈리아 세리에 A 칼치오폴리(승부조작)사건은 축구팬이라면 대부분 기억할 것이다.
칼치오폴리는 유벤투스의 당시 루치아노 모지 단장이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서 유벤투스에게 유리한 판정이 나게끔 심판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사건이다.

결국 유벤투스는 '세리에A 우승 박탈, 세리에B로 강등'이라는 초유의 처분을 당했다.
그후로 이어진 추가조사로 AC밀란,피오렌티나 등이 유사한 혐의로 승점이 감점된 채 다음 시즌을 맞이 하게 되었다.
이로써 영국 프리미어리그,스페인 라리가와 함께 세계 3대 리그중 하나인 이탈리아 세리에A는 긴 침체기를 맞게 된다

2,스페인 라 리가

2019년 5월말경, 한 해 전에 벌어진 스페인 라리가 경기에서 문제점이 발견되어 이에 관한 조사가 진행되었다.
1,2부리그에서 활약하던 9명의 선수들이 승부조작 혐의로 체포되었다.
전 레알마드리드 출신의 라울 브라보가 주범으로 지목되었고 2018~2019시즌 19위로 강등된 1부리그 팀인 우에스카(Huesca)FC의 회장(구단주)인 아구스틴 라사오사가 체포되어 충격을 안겨주었다.

당시로서 라리가 스캔들은 칼치오폴리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그 사건 외에 비슷한 스캔들이 있는지 스페인 축구계 전반에 관해 들여다 볼 것으로 전망되어 유럽 축구계를 긴장시켰다.

이 사건은 전.현직 선수가 관련된 스캔들로 2011 K리그 승부조작 사건과 비슷한 면이 있다.
2018~2019 시즌 유럽대항전에서 처절한 실패를 겪게 된 라리가는 승부조작 스캔들까지 겹쳐 최악의 시즌으로 마감하게 된다.

3. 이탈리아 유벤투스와 전북현대.

한 명의 스카우터에게 심판매수의 책임을 뒤집어 씌우며 강등없이 승점 9점 감점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전북은 2016 시즌 우승을 FC서울에 넘겨주었으나 이듬해부터 2017~2019 3시즌 연속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다.
유벤투스는 2006 시즌 승부조작 사건으로 가차없이 세리에B로 강등된다.

그뿐만아니라 2004/05 시즌과 2005/06 시즌 우승 타이틀을 박탈당하게 된다.
강등이 된 후에도 승점 9점이 깍인채 시즌을 시작했다.

그 후 14년이 지난 지금 리그 8회 연속 우승이라는 업적을 세우며 급반등하게 된다.

만약 전북현대가 유벤투스같은 강력한 처벌을 받았더라면 어땠을까?
전북현대와 유벤투스는 과연 결과로 봤을 때 큰 차이가 없는 것일까?

'유벤투스 = 승부조작'을 곧바로 떠올리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않다.
하지만 전북현대와 경남FC는 심판매수라는 사건이 이미 그들을 대표하는 단어가 되었다.
'전북현대=매북', '경남FC=매남'으로 불리며 팬들의 비난으로부터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물론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도 승부조작이 일어났다.
중국은 승부조작에 연루된 상하이와 텐진이 2013 시즌을 승점 6점이 삭감된 채로 맞이해야 했고 12만 유로의 벌금를 내야했다.

설상가상으로 상하이는 2003년 슈퍼리그 우승을 박탈당했다.
2013년 2월 19일엔 태국 FA컵 결승전 심판을 맡았던 요시다 토시미츠가 AFC에 양팀중 한 팀의 제의를 받았다고 선언해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편 일본은 프로축구 승부조작을 방지하기위해 폭력조직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올시즌 그리스의 명문클럽인 올림피아코스가 강등의 위기에 처해있다.

유럽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의 단골 손님으로 우리에겐 매우 낯이 익은 팀이다.
올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손흥민의 토트넘을 꺽었고,유로파리그에선 아스널을 무너뜨리며 연속으로 프리미어리그 팀을 탈락시킨 바로 그 팀이다.
유럽에선 변방 리그였지만 많은 축구팬을 가지고 있던 이 클럽이 승부조작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과연 어떤 처벌이 내려질까?
전북현대쪽 일까?
아니면 유벤투스일까?

여기서 잠시 다른 기억을 떠올려보자.


지난 2018년 K리그에서 이한샘이라는 축구선수는 우리 축구사에 기록될 대표적 선례를 남기게 된다.
2018년 9월 K2리그 아산 무궁화클럽(전 경찰청 축구단)의 소속 선수이던 이한샘은 전 국가대표이자 프로축구 K리그 선수였던 장학영의 5,000만원짜리 숭부조작 제의를 거절하고 곧 바로 신고하였다.
그후 K리그측은 이한샘에게 7,0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했고,받은 포상금의 일부를 다시 기부하면서 이사건은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된다.

정의란 무엇인가?

2019년 후반,조국이라는 이름이 각종 언론과 SNS를 도배하더니,이젠 윤미향과 이용수라는 이름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하나의 이슈가 떠 오르면 거기로 벌떼처럼 몰려들어 네편과 내편을 나누고 서로 물어 뜯고 싸우며 상처를 내는 일이 유행병처럼 번져가는 사회,그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 정의를 얘기하며 진흙탕 싸움을 이어가는 지금,문닫고 폐업하는 가게는 속출하고 철탑위의 노동자는 아직도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다.

도대체 정의는 어디에 있기에 보이지 않는 것일까?

물론 우리가 일상 속에서 체험하는 정의의 가치는 국가차원의 거시적인 담론과는 결과 켜가 다르다.
우리는 오랜 경험을 통해 일상의 곳곳에서 정의나 공정을 찾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다.
치열한 경쟁사회,오직 승자와 1등만을 기억하는 현실 속에서 정의나 공정을 운운하는 것는 결코 슬기로운 셈법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앞만 보고 달리는 아우토반같은 삶은 인간에 대한 존엄과 공정.정의.도덕성등에 대한 가치를 돌아볼 틈을 주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던 '만원 엘리베이터 속의 경험'과 '출근길 앞 차 끼어들기의 경험'등에서 보듯 정의의 가치는 이 시대에 폐기처분돼야 할 대상이 아니라 올바르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처방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우리가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이고 품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이젠 진지하게 고민해야만한다.

정의는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거울이다.


오늘 반가운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천안 외곽의 축구장을 찾았다.

사관학교 시절부터 30여년의 군생활을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같은 고민속에서 치열하게 살았던 후배를 만나 그의 아들이 활약하는 서울 D고 연습경기를 보며 '공정과 정의사회'에 관한 짧은 얘기를 나누었다.

이젠 아들의 경기중 실수를 걱정하고 안타까워하는 평범한 학부모로 돌아온 그를 만나고 발걸음을 돌리며 6월 초여름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묻는다.

정의란 무엇인가?

2020년 6월 여름의 초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