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립 유치원의 비리 문제로 논란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언론이나 정치권에서는 일부 사립유치원 원장의 개인적 비리나 정상적이지 못한 유치원의 운영에 비판을 집중하고 있다.
물론 그러한 비판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며 일부 유치원의 비리는 당연히 비판받아야 한다.
그러나 정부나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이유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을 뿐만아니라 그 대책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언론 역시 일부유치원의 반발이나 그에 따른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만 비판적인 보도를 하고 있을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사실 이문제의 본질은 단순하다.
이문제는 유아의 보육과 조기교육을 국가가 방기하고 사적 자본에 내맡긴 결과다.
도대체 국가가 무엇이며 무엇을 해야하는가를 망각하므로 해서 생긴 일이다.
교육을 사적 시장에 내맡기고 그들의 압력에 굴복해서 공립 유치원도 마음대로 설립하지 못하는 지구상의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교육부와 정치권은 그동안 사립유치원 단체의 로비와 압력에 의해 유아교육을 방치하다시피 해왔다.
애초 유치원에 대한 수요가 생길 때 교육부에서는 공립유치원 설립을 준비해야 했다.
그런데 유치원을 통한 조기 교육에 대한 수요가 점점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설초등학교에서 조차 병설유치원을 확대 하지 않았고, 공립유치원의 신설에 대해서도 사립유치원의 반발이 있으면 무산되기 일수 였다.
유아에 대한 보육과 교육에 대한 수요가 생기기 시작하고 그러한 수요가 점점 확대 되어갈 것이라는 것은 30년 전에도 대부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국가는 그러한 예측을 바탕으로 그때부터 공립유치원을 확대시켜나가야 했다.
80년대 이후 건설된 수많은 신도시에 신설 초등학교가 들어섰다.
그런데도 일부 병설유치원 설립을 제외하면 새로운 공립유치원은 확대되지 못했다.
모든 신설초등학교내에 유치원을 함께 운영했다면 오늘날의 사립유치원 문제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관료에게 그러한 일을 하라고 세금으로 월급을 주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책무를 회피하고 방기해 왔던 것이다.
심지어 최근 대단지 아파트 인가 과정에서 아파트내에 공립유치원을 함께 설립을 하기로 했다가 주변 사립유치원의 반발로 무산된 사례도 있었다.
교육부의 관료, 아니 교육 마피아들은 사립유치원 원장의 반발이 그리도 두려웠을까?
아니면 그들의 로비가 그토록 달콤했을까?
유아 교육은 전체 교육과정에서 보면 첫 출발에 해당된다고 할만큼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적 자본에 맡겨둔채 30여년간
방치해왔다.
보육이나 교육이 돈벌이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순간 그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돌아간다.
이제라도 사적자본에 맡겨진 유아의 보육과 교육을 공립화시켜 잃어버린 교육의 공공성을 되찾아야 한다.
국가가 해야 할 책임을 방기한 것은 이뿐이 아니다.
2000년대 부터 우후죽순으로 생기기 시작한 요양윈도 이미 사적 자본에 거의 잠식된 상태다.
핵가족화와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가정내에서의 요양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요양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측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이에 대한 어떠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요양원도 사적 자본의 돈벌이 수단이 되어 시설이나 서비스가 엉망이 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었다.
요양원에 가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하나의 방에 많게는 8명씩 수용하는 곳도 부지기수다.
간병인의 수가 턱없이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요양원이 도심에 있다보니 주변환경 또한 열악하기 그지 없다.
1인 1실을 기본으로 하는 선진국의 요양원과 비교하면 이는거의 감옥 수준이다.
생의 마지막을 보내야할 곳이 수용소나 다름없는데도 이러한 문제를 개선해야 할 국가는 일부 요양비를 지원하는 것이 전부다.
요양시설 역시 당연히 지자체와 국가의 주도아래 설립과 운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일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시립요양원도 구색 갖추기에 불과할뿐 실제 수요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앞으로 노인인구는 더 증가할 것이고 따라서 요양원에 대한 수요역시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가는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정부, 지자체는 물론이고 정치권 역시 그 책임을 내팽개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교육과 노인들의 요양을 사적 자본에 맡겨두고
정부는 뒷짐을 진채 구경만 하고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호들갑을 떠는 행태만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이 세금을 내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일들에 국민의 세금을 쓰라고 있는 것이지 정치인이나 관료의 배를 불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공적 영역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와 사적 영역에서 담당해야 할 일들을 구분조차 하지 못하고 유아교육의 80% 요양시설의 90%이상을 사적 자본에 맡겨두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대한민국이 국가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공적영역에서의 국가가 역할을 포기한 것은 이 두가지 문제만은 아니다.
의료, 전기, 심지어 도로같은 분야도 사적 자본에 내맡기고 있다.
국가의 역할이 사적 자본에 봉사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정치인과 관료들은 그동안 무얼해왔으며 지금은 또 무얼하고 있는 것일까?
그들은 그자리에서 오직 자신들의 배불리기는 것 외에 국민의 교육이나 복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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