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가족」천명관 지음. 문학동네. 2010.
동명의 영화를 먼저 보았다.
그보다 먼저 2006년 개봉된 김태용 감독의「가족의 탄생」이라는 영화를 보고 참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했다.
어찌어찌해서 가족이어야 할 원래의 인물들, 부모, 남매 이런 관계들은 다 엇나가고 새로이 탄생한 가족이라는건 혈연 관계로 맺어지지 않은 사람들.
그리고 사랑이 헤픈 사람들.
「가족의 탄생」은 여러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랑은 공효진의 엄마인 그 여사님.
젊어서 무수한 남자를 거치며 헤프게 살았고, 이제는 늙으막에 낳은 유치원생 아들 하나를 데리고 산다.
그리고 불치병에 걸린듯.
그런데 그 옆을 지키는 남자.
돈많은 홀애비도 아니고 문제많은 가정의 가장도 아니다.
번듯한 자식에 교양있는 아내도 있는 다복한 가정이다.
그런데 일부러 망신주러 찾아간 공효진 앞에서
"니 엄마를 사랑한다"고 고백하던 사람.
말기암 걸린 애딸린 늙은 아줌마를 택한 그분이 보여주는 사랑.
아마도 영화는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면서 한솥밥을 먹는 가족이라는 것이 굳이 혈연으로 맺어져야할 필요가 있을까?를 말하고 있는 듯하다.
「고령화가족」비슷한 느낌이었다.
「가족의 탄생」보다 4년정도 늦게 쓰여진 책이라는 점을 고려해봤을때 「가족의 탄생」영화를 보고 약간의 모티프를 얻지않았을까?
어느날 평균나이 49세.
다 큰자식들이 70을 바라보는 엄마집으로 온다.
삼남매는 부모가 같지 않다.
씨가 다르거나,배가 다른 형제들이다.
늙은 에미는 왜 실패했느냐고 무엇때문에 그리 힘드냐고 묻지않는다.
그저 모이를 물어다 주는 어미새처럼 밥을 지어 먹인다.
어린시절 고기한번 못먹였던 때가 생각나 만날 고기를 해먹이면서 그저 넙죽넙죽 잘도 먹는 자식들을 보며 알수없는 생기를 느낀다.
누구나 살다보면 죽을것 같은 절망과 위기에 몰릴때를 만날것이다.
운이좋은 누군가는 매순간이 꽃밭길일수도 있지만...
죽고싶을만큼 힘들때 누군가가 내밀어주는 따뜻한 밥한끼는 어쩌면 누군가를 살려내는 불씨가 될수도 있을 것이다.
형제라는건,어찌보면 경쟁과 질투라는 천형과 같은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 평생이 서로와의 경쟁이라고 이기적 유전자에서는 말하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차마 떨쳐내지 못하는 형제애라는 것도 있으니 참으로 징글징글하고 끈질긴 연이라는 생각도 든다.
천명관의 「고래」를 좋아하는 분들은 작가의 장대한 서사극같은 이야기꾼의 스케일을 느끼진 못하겠지만
"가족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가족
ㅡ진은영ㅡ
밖에선
그토록 빛나고 아름다운 것
집에만 가져가면
꽃들이
화분이
다 죽었다
이런 가족일지라도 보듬어 안는게 "엄마"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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