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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회관 휴게실/세상이야기

동호직필

by Ajan Master_Choi 2019. 11. 22.

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 재밌는 부분이 있어 옮깁니다^^

좋은 뒷부분이 많은데 손꾸락이 아파서^^

 

춘추시대 진나라의 상경 조순은

포악한 임금 이고에게 간언을 하다가

임금에게 미움을 사게 되고

급기야 목숨까지 위태로워져서 도망을 쳤다.

 

국경을 넘기 직전, 사냥을 다녀오느라

이런 사실들을 전혀 알지 못했던 조카 조천을 만나게 되고,

무고한 백성을 괴롭히고 죽이는 임금 이고에게 간언을 하다가 이렇게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고 털어놓는다.

 

조천은 숙부 조순에게 절대 국경 바깥으로는 나가지말고

당분간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으라한다.

곧 다시 연락을 취할 것이라 약속하며...

 

강성으로 돌아온 조천은

부하들을 충동질해서 임금 이고를 시해한다.

 

세상 사람들은 그것이 조천의 짓인 줄 뻔히 알면서도

아무도 그를 욕하지 않았다.

 

이고는 백성을 고통스럽게 죽이는 것이 취미인

포악한 임금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은근히 기뻐했다.

 

임금이 시해되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조순도

강성으로 되돌아오고, 다시 벼슬자리에 올랐다.

 

나라가 안정을 되찾고 임금이 시해된 사건도 사람들의 기억에서 희미하게 사라져 갔으나 조순의 마음 한 구석은 늘 그것으로 인해 어두웠다.

 

어느 날 사관 동호를 불렀다.

 

"지난 가을에 있었던 일이 사초에 어떻게 기록되었는가?"

 

동호가 내놓은 사초를 보고 조순은 기절초풍했다.

사초에는 이렇게 씌여있었다.

 

<9월 을축 일에 진나라의 조순이 임금 이고를 죽이다>

 

조순은 임금이 시해될 당시

자신은 국경근처에 있었고,

피살되는 것도 몰랐다고 펄쩍뛰며

이 기록을 고쳐달라고 말한다.

 

그러나 동호는 단호하게 말한다.

 

"그대는 국경을 넘지 않았으며, 돌아와서는 임금 죽인 자를 찾아내어 죄를 묻지 않았으니 책임은 결국 그대가 질 수 밖에 없소이다. 그러므로 임금을 죽인 사람은 그대라고 썼소."

 

조순은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었고,

막강한 자리에 있었지만 곧은 붓을 꺾을 수 없었다.

그는 그 후 더욱 조심해서 훌륭한 재상 노릇을 했다.

후세 사람들은 이를 일컬어 <동호직필>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