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4일은 무슨 날일까요? '발렌타이데이'라구요 ㅠㅠ

이 날을 그저 초콜렛이나 주고받는 '발렌타이데이'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
저도 와이프가 초콜릿을 주길래 물어보았습니다.
"오늘이 무슨 날?"
그랬더니 초콜릿 주는 날이라고~ ㅎㅎ발렌타인데이는 그리스도교의 성인 발렌티노의 축일로 오늘날에는 영미를 중심으로 연인들이 선물을 주고 받는 날로 알려졌습니다.

3세기경 로마의 황제 클라우디우스 2세는 당시 결혼을 통해 병역소집령을 기피하려는 젊은이들의 행태나 군인들의 군기 문란 등을 이유로 금혼령을 내렸습니다.
이에 로마 카톨릭교회의 성 발렌타인이 황제의 결혼 금지령에 반대해 사랑하는 남녀를 교회로 불러 결혼을 성사시켜주었고 이 사실을 안 황제는 발렌타인을 처형했습니다.
성 발렌타인이 순직한 날이 바로 서기 269년 2월14일 입니다.

본격적으로 발렌타인데이에 쵸콜렛을 주는 문화가 시작된 것은 1936년 일본 고베의 한 제과업체의 발렌타인 초콜렛 광고를 시작으로 1960년 일본 모리나가 제과가 여성들에게 쵸콜렛을 통해 사랑고백 캠페인을 벌인 것을 계기로 정착됐습니다.
즉, 일본 제과업체의 발렌타인 순직한 날에 맞춘 영업 상술에 의해 지금의 발렌타이데이가 탄생한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2월14일을 연인들끼리 초콜렛을 주고 받는 로맨틱한 날로만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타국 젋은이들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젋은이들은 2월14일을 그렇게 로맨틱한 날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1910년 2월 14일은 일제에 의해 안중근의사가 사형을 최종적으로 확정선고 받은 날이었습니다.
최근에 와서야 Sns상에는 2월14일이 안중근 순국일로 알려지며 조금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만, 사실 그것도 잘못 알려진 것입니다.

안중근 의사 사형 집행일은 3월26일 입니다.
2월14일은 안중근의사에게 사형이 최종 선고 되었던 날 이고요.
안중근 의사는 사형선고를 받고 항소를 포기 합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안중근 어머니의 편지로 알려져 있는데요.

안중근 어머니가 죽음을 앞둔 안중근에게 보낸 편지 내용 또한 우리 가슴을 울립니다.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은 것을 불효라고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사람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것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 즉 딴 맘 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걸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다. 어미는 현세에 너와 재회하기를 기대치 않으니 다음세상에는 반드시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너라!"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었습니다.
안중근은 어머니 말처럼 항소를 포기하고 선고된 뒤 한 달이 조금 넘은 3월 26일 오전 10시,
여순감옥의 형장에서 순국하였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10.26일 입니다.
10.26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박정희와 김재규이죠.
그런데 1909.10.26 이또히로부미가 중국 하얼빈에서 안중근에게 사살 된 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안중근 거사 일은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으며 안중근의 의거로 조선의 멸망이 더 빨라졌다는 말도 있습니다.

사실 안중근과 이또 이 두 사람은 서로 죽이고 죽은 관계이지만 생각이 비슷한 점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은 현재 각자 나라에서는 최고의 영웅으로 칭송 받고 있는 점도 같습니다.
그런데 또 각 국에서는 한 명은 침략자로 또 한 명은 테러리스트로 공인되어 있으니 나라에 따라 인물평가도 확연히 달라집니다.

우선 안중근과 이또히로부미는 둘 다 '대동아공영론'을 부르짖었습니다.
밀려오는 서양세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동아시아 한.중.일 세 나라가 서로 뭉쳐야 된다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겉 말은 비슷하지만 속 의미는 완전히 다릅니다.
안중근의 '대동아공영론'은 '동양평화론'이라고도 부릅니다.

"한중일 각 국가가 열등하거나 우월하지 않고 각자의 특색을 갖고 각기 역사적으로 의존 및 투쟁을 반복하면서 성장해왔다. 그러다 어느 한 쪽이 한 쪽을 지배하는 형상을 가졌을 때는 한중일의 균형이 무너져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또한 한 쪽의 힘이 증대되면 한쪽은 연합해 한 쪽을 견재하는 그런 저울같은 관계였다. 한중일 이 세 나라가 힘의 균형을 가지기 위해서는 한중일 누구도 외세에 영향 받지 않고 자존할 수 있게 힘의 균형을 가지면서 평화를 추구하자"

는 것이었습니다.
안중근은 그런 의미에서 조선의 영세중립국도 주장했습니다.
동양평화론은 중국 손문이 먼저 시작했고 그 이념은 국민당(대만) 중화인민군(중국)의 건국 이념에도 들어가 있습니다.
이에 반해 일본 이또히로부미의 대동아공영론은 3국중 가장 먼저 근대화되어 일종의 문화적 우월감에 빠져 완전 일본 입장에서만 부르짖었습니다.
이또의 논리는

"한중일은 오랜 세월간 서로의 각축전으로 얼룩져 왔다. 그리고 이 3국 중 항상 패권국인 중국이 3국을 주도해왔다. 그런데 이제는 중국이 그 힘을 잃어버렸다. 그러므로 그 위치를 누군가 대신해야 한다. 그리고 패권국이 3국을 평화로 이끌어야한다. 즉 중국은 한 물 갔으니 이제 일본이 이 3국을 주도해 나가겠다"

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또가 이 대동아공영론을 주창 할 때는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두 전쟁에서 일본의 완벽한 승리로 일본의 기세가 욱일승천하고 조선을 거의 손아귀에 넣고 있을 때여서 이또는 자신만만 했습니다.
안중근 눈에는 조선을 먹고 중국도 곧 먹겠다는 이또의 수작이 눈에 훤히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이 당시 일본에서 이또는 온건파였습니다.
강경파 군부세력은 이또처럼

"논리적, 이론적으로 군불만 때며, 더 이상 시간끌지 말고 그냥 군사적 힘으로 조선을 합방하고 곧 바로 만주로 쳐들어 가자"

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이또는 당시 실세 총리로서 이런 일본 군부 군국주의세력을 어느 정도 막아 내고 있었습니다.
이또는 군사적 힘만 가지고는 조선과 중국을 영원히 속국으로 만들 수 없다고 보고 대동아공영론이라는 그럴싸한 더 큰 명분을 내세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실 이또의 생각이 일본군국주의자들 보다 훨씬 더 치밀하고 무서운 계획이었습니다.
조선을 일시적 강탈이 아니라 조선의 정신까지 빼앗아 영원히 일본의 속국화 시키려했으니까요.

안중근은 그런 이또의 속셈을 간파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또 암살을 결심하고 결행했습니다.

당시 이또 암살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이또가 중국 하얼빈에 온다는 것은 확실했지만 거기서 내릴지는 확실하지 않았고 이또의 얼굴도 몰랐습니다.

나도 권총을 안 쏴봐서 모르지만 권총 전문가들은 5미터 앞에서 권총으로 쏴서는 움직이는 물체를 맞추기 힘들다고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안중근은 10미터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 가장 앞에 가는 사람이 이또라고 짐작하고 권총으로 정확하게 3발을 쏘아 맞춥니다.
안중근은 엄청난 역사적 사건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침착했습니다.
그리고 뛰어난 명사수이기도 했습니다.
실제인지는 잘모르겠지만 이또가 죽기 직전에 자기를 쏜 사람이 누구였냐고 물어서 조선인이라고 하자 "빠가야로(바보같은자식!) "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또는 자기가 제거되면 일본 군부강경파가 곧 바로 무력으로 조선을 합방하리라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자기를 죽인 사람이 조선인 이라고 하니까 조선멸망을 재촉했다면서 그런 소리를 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 되었습니다.

안중근이 1909년 음력 9월 13일 오전 9시(양력 10월26일)에 이또를 사살하고 나서 채 1년도 안된 1910년 8월에 한일합방이 조인되어 효력이 발생 되고 맙니다.
그래서 일부 조선인들이 안중근이 바보같은 짓을 했다고 했으나 그러한 논리는 어처구니 없는 것입니다.
안중근의 이또 암살로 한일합방은 조금 앞 당겨졌을지는 모르지만 이또가 살아 있었으면 이또는 좀 더 교묘한 방법으로 조선을 옥죄여 같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한일합방은 시간이나 방법이 문제였지 일본에게는 기정사실화 되어 있었습니다.
이미 이또는 을사늑약과 정미7조약을 통하여 조선의 통치권을 완벽하게 가져 간 상태였기도 했으니까요.
만약 그런 상황에서 안중근의 의거가 없었다면 조선의 멸망은 더 초라하고 비참했을 것입니다.
나라를 빼앗긴 우리의 치욕이 안중근으로 인해 조금이나마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안중근은 공식적으로 임명되지는 않았지만 대한제국의 장수로서 홀로 일본과의 전쟁을 치루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안중근은 우리 민족에 영원한 자부심으로 남겨졌습니다.

그러나 안중근이 일제로부터 사형선고 확정 받은 2월14일을 발렌타이데이로만 알고 있으니 진정 안타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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