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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회관 휴게실/세상이야기

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

by Ajan Master_Choi 2023. 2. 11.

고전이란 게 사실 벽돌 같은 것 이어서 잘 읽어두면 하나하나 쌓여 사유의 건축물을 만드는 것이지만,
동시에 벽돌처럼 딱딱해서 소화가 잘 안되는 책들입니다.

그 이유는 이 책들이 사실은 그 안에 무수한 다른 고전들과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어서 각각의 전제들, 핵심 개념들의 변형, 사상사적 연결 고리를 잘 파악하지 않으면 마치 고영양 음식이 소화되지 않은 채 그냥 빠져나가는 것 같은 현상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동양의 고전을 파악하는데 한자나 문법실력만으로 안되고 풍부한 전거에 대한 이해가 동반되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래서 고전은 그냥 읽어서는 파악하기 힘든,
사실은 공부를 해야 하는 책이란게 제 생각입니다.
그래서 사전에 그 책이 기존 사상이나 책과 겨루고자 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그를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 어떤 것인지,
그리하여 새롭게 세우고자 하는 자신의 주장의 좌표는 무엇인지에 대해 파악하지 않으면 대개 뜬 구름 잡기가 되기 싶습니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역시 그러한 책입니다.
특히 명쾌한 철학적 서술이 아니라 문학적, 예술적 창작물처럼 기술되어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공부한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참조하시면 혹 도움이 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기본 텍스트는 책세상,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로 했습니다.
니체 전문가들이 유고까지 포함해 번역하고 정리한 확정판 니체 전집이기 때문입니다.
그외, 청하본, 문예출판사본, 케임브리지본 영역본을 참조했습니다.
이것은 번역본의 경우 번역자에 따라 한글 해석이 잘 이해가 안될 경우 타 번역을 보면 이해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문예출판사 본의 경우 각주가 있어 본문 파악이 좀 더 용이합니다.
처음보시는 분은 이 판본을 권합니다.

그리고 모든 고전이 그러하듯 좌표를 잡지 않으면 이해가 힘들어서, 고전이란 게 전체를 알지 않으면 부분을 알기 힘들고 부분을 모르면 전체가 안잡히는 악순환을 하는지라, 사전 정지 작업으로 다음 책들을 읽었습니다.

다케다 세이치의 <니체 다시 읽기>,
안네마리 피이퍼의 <니이체의 짜라투스트라에 대한 철학적 해석>,
고병권의 <니체의 위험한 책-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니체, 천개의 눈, 천개의 길>을 읽고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니체 전집 읽기와 관련해서는,
고명섭의 <니체극장>을 참조하시면 매 저작의 배경과 사상적 지향에 대해 쉽게 설명되어 있어 그때그때 참조하면 좋고, 
백승영의 <니체, 디오니소스적 긍정의 철학>은 정리용으로 좋습니다.
독일가서 니체만 파고 든, 그리고 니체로 철학 박사를 받은 니체 전문가의 책입니다.
여기서 더 깊이 들어 가고 싶은 분은 하이데거의 <니체1>, <니체2 >(한길사)가 나와 있으니 참조 바랍니다.

이 정도 읽으시면, 나머지는 그때그때 필요한 책을 구해 읽어도 크게 무리없이 소화가 되실겁니다.

고전은 어렵게 공부하는 만큼 흔적을 남겨두는 것이 나중에 참고할 때 고생한 게 덜 억울해집니다.
귀찮더라도 남겨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