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태로 본, 히잡에 관해 4가지 오해

지난 9월 이란에서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 끌려간 뒤 의문사하면서 촉발된 이란 시위가 100일이 지났습니다.
이번 시위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에서 가장 오래 지속된 반정부 시위라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히잡의 의미를 잘 정리한 유튜브 채널(지식브런치)이 있습니다. 알아두면 좋을 내용인 것 같아서, 제가 임의로 정리하여 소개해 드립니다.

<이란 사태로 본, 히잡에 관해 4가지 오해>

1. 히잡은 종교적 유물이 아니다.
아랍어로 가리다는 뜻을 가진 히잡은, 중동의 뜨거운 태양과 모래 바람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아주 오래전부터 메소포타미아에서 베일을 쓰기 시작한게 그 기원으로, 여성은 물론, 남성에게도 생존을 위한 필수품이었다.

코란에는 히잡을 언급하지 않는다. 다만, '남성을 유혹하지 않기 위해 여성은 아름다운 곳을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 라고 되어 있을 뿐이다. 이슬람이 발생한 7세기는 부족들간의 분쟁으로 여성들이 성적으로 유린당하거나 노예로 팔려가는 경우가 많아서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성적 매력이 드러나지 않도록 옷을 입는게 유리했다.

그래서 오랫동안 이슬람 학자들은 베일이 아니라 여성의 정숙한 의상 자체를 히잡이라고 해석했다.

그런데 지역마다 정숙한 의상의 기준은 제각각이라 머리카락과 가슴을 가리는 히잡, 얼굴을 남기고 전신을 가리는 차도로, 눈을 제외한 전부를 가리는 니캅, 눈까지 망사로 가리는 부르카 등을 입게 된 것이다.
그런데 후대로 갈수록 이슬람 율법 학자들은 애매한 구절을 확대해서 여성들에게 히잡을 강요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히잡을 이슬람 정체성으로 만든 건 20세기 중엽부터이다.

이스라엘과의 4차례의 중동 전쟁에서 모두 패한 무슬림은 전쟁 패배의 원인을 신앙심 부족에서 찾았고, 이슬람 정부는 속속 이슬람 원리주의 정권으로 교체되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아랍은 아니지만, 시아파 이슬람의 종주국인 이란이다.
이슬람 혁명으로 정권을 잡은 호메이니 정부는 '여자의 머리카락은 빛을내어 남자들을 흥분시킨다'면서 여성의 히잡 착용을 의무화시켰다.

2. 히잡은 이슬람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히잡은 따지고 보면 이슬람뿐 아니라 거의 모든 종교가 따르는 관습이다. 유대교,
기독교, 힌두교, 조로아스터교, 시크교 등에서 종교 의례 시 사용하는 모자는 머리카락을 가린다는 점에서 히잡과 다를 바가 없다.

여성의 성적 매력을 숨기는 히잡의 용도 역시 마찬가지다.
비잔틴 여성도 베일을 쓰고 있었고, 근세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여성들도 지금의 후드티 형태의 모자를 착용했으며, 우리도 일제강점기까지 장옷을 걸쳐 여성의 매력을 감추었다.
지금의 가톨릭 미사포와 수녀들의 복장 역시 용도를 비교해보면 무슬림의 히잡과 사실상 다른 점이 없다.

3. 히잡이 이슬람 여성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들이 여성들에게 히잡의 극단적인 형태인 부르카를 강요하면서, 히잡이 여성 억압의 상징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되어 버렸지만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중동에서 히잡은 오랜 세월 익숙해진 터라 히잡이 전혀 불편하지도 않을 뿐더러 억압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무슬림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히잡이 여성의 자유를 박탈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늘 더 많다.

20세기의 히잡은 서구 세계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었다.
사실상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이집트는 꼭두각시 정부가 여성을 해방한다는 명목으로 히잡을 금지하자 이에 대한 반발로 오히려 여대생들이 히잡 입기 운동을 벌였다.

튀르키에서도 국부라 불리는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히잡 전면 금지령을 내렸다가 여성들의 반발에 물러섰으며, 알제리에서는 여성 들이 히잡 속에 무기와 비밀 문서를 숨겨서 운반하는 역할을 했고, 히잡은 식민주의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었다.

이렇듯 히잡이 여성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서구의 시각은 무슬림 여성들의 주체성을 무시하는, 그리고 중동의 역사 흐름을 이해하지 못한 편견일 수도 있다.

4. 이란 여성이 진정 원하는 것은 히잡을 벗는 것이 아니다.
이슬람 혁명 전의 팔레비 왕조는 왕조 초기인 1936년 히잡 착용을 강제로 금지시켰다.
그러나 수치심을 느끼는 여성들의 반발이 워낙 극심하여 히잡 금지를 철회했다.

반면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린 호메이니 이슬람 혁명 정부는 차도르의 착용을 의무화했다.
지금도 히잡을 단속하는 도덕경찰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은 여성들에게 그 자리에서 매질을 할 수 있다.

팔레비 왕조든 이슬람 정권이든 히잡 정책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히잡을 쓰든 벗든 그 당사자는 여성인데, 법안의 결정은 남성들이 했다는 것이다.
이란의 여성들이 반발하는 내용은 한 가지다.
히잡에 대한 선택권을 여성에게 달라는 거다.

현재 이슬람 국가 57개국 가운데 히잡 착용을 이슬람 율법으로 의무한 나라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두 나라 뿐이다.
사회분위기상 쓸 수밖에 없는 나라들도 꽤 있지만 어쨌든 나머지 이슬람 국가들은 히잡 착용이 개인의 자유의사에 맡겨져 있다.

이 얇은 가리개 하나 때문에 정말 사람이 죽어야 하는가?
내 복장 하나 선택할 수 없는 나라가 어떻게 국민을 위한 나라인가?
지금 거리 시위에 나선이란 여성들의 외침이다.

여성들은 히잡 자체에 대한 거부가 아니라 정부가 빼앗아간 개인의 기본권을 되찾기 위해 죽음을 무릅쓴 싸움을 하고 있는 중이다.

즉, 이란 사태의 핵심은 히잡이 아니라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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