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09년의 마지막 날이자 밤 12시가 되면 2010년 새해의 첫날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하게 새해을 맞이한다. 요즘 대부분의 유럽인들은 가까운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새해를 맞이한다. 각자가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준비해 어느 친구집에 모인다. 함께 저녁을 준비해 먹고, 술을 마시면서 밤 12시가 될 때까지 노래를 하거나 춤을 추거나 놀이를 한다.
밤 12시 직전에 샴페인병과 함께 넓은 공터로 나간다. 이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불꽃놀이를 구경하거나 가져온 폭죽을 터트린다. 샴페인을 컵에 붓고 00시 00분 01초를 기다린다. 이 시각이 되면 일제히 건배를 하면서 "행복한 새해"를 외친다. 친구뿐만 아니라 주위에 모인 사람 모두와 함께 건배를 하고 뽀뽀를 하면서 덕담을 나눈다. (하단에 있는 영상 참조)
▲ 2008년 새해맞이 (상), 2009년 새해맞이 (하)
하지만 옛날 리투아니아인들은 잠을 자지 않고 해를 기다리면서 다양한 점술과 놀이를 했다. 이들은 새해를 맞는 중요한 때를 잠으로 놓친다면 다가오는 일년 내내 게으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리투아니아의 옛 풍습을 아래에 소개한다.
그믐날과 설날의 최대 관심사는 미래를 알아보는 것이다. 처녀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물음은 새해에 시집갈지, 누가 애인이나 남편이 될지 등이었다. 총각들 또한 가정을 이루는 일로 골몰했다. 어떤 처녀가 그에게 사랑에 빠질지, 착하고 아름답고 근면하고 부유한 아내를 얻을지 궁금하기 그지없었다.
장년들은 수확은 풍성할지, 가축은 잘 자랄지, 폭우·폭풍·뇌우가 있을지 등을 알고 싶어했다. 노인들은 이 세상에서 일년을 더 살 수 있을지, 건강은 어떠할지 등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이를 위해 여러 가지 점술과 놀이가 행해졌다.
그믐날 물이 담긴 컵에 약간의 재를 넣고 휘젓고 난 후 컵 바닥에 남자 얼굴이 나타나는 지 살펴본다. 만약 나타나면 새해에 시집간다. 자정에 혼자 촛불 12개를 켜고 거울 앞에 앉아 거울을 응시한다. 남자 얼굴이 나타나면 시집간다. 머리를 문 쪽으로 하고 방바닥에 등으로 눕는다. 발을 위로 올리고 신발을 머리 너머로 던진다. 이때 신발 앞이 문 쪽을 보고 있으며 시집간다. 열매를 한 줌 집는다. 홀수이면 시집간다.
그믐날 밤에 빗이나 자물쇠를 베개 밑에 놓는다. 꿈속에서 머리를 빗겨주거나 문을 여는 남자가 남편이 된다. 종이 12장에 각각 다른 남자 이름을 적고 열 세 번 째 종이는 백지로 놓아둔다. 이 종이들을 섞어 베개 밑에 놓는다. 설날 아침에 일어나 종이 한 장을 꺼내 햇빛으로 읽는다. 종이 적힌 이름의 남자에게 시집간다. 만약 백지이면 홀로 그 해를 보낸다.
젊은 남녀들이 탁자 주위에 모여 가운데 촛불을 밝힌다. 돌아가면서 남자 혹은 여자는 누가 그를 혹은 그녀를 사랑하는 지 묻고 조심스럽게 촛불을 불어 끈다. 이 때 모든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서 촛불 연기가 어느 쪽으로 흘러가는 지를 지켜본다. 연기 방향에 앉은 사람이 바로 질문자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연기가 곧 바로 위로 치솟으면 아무도 그 질문자를 사랑하고 있지 않다. 연기가 갑자기 아래쪽으로 방향을 틀면 방안에 있는 누군가 그 질문자를 미워하고 있다.
또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운명을 점친다. 그믐날 사람들은 마른 나뭇가지를 눈 속에 꽂아놓는다. 설날 아침 자신의 나뭇가지가 넘어져 있으면, 그는 그 해 죽는다. 잠들기 전 소금을 침대 가장 가까이에 있는 탁자 위에 놓는다. 아침에 소금이 축축하면 그 해 죽고, 소금이 건조하면 계속 산다.
여러 물건을 탁자에 놓고 각각 접시로 덮어놓는다. 접시를 서로 섞어서 한 사람씩 순서대로 접시 하나를 열어본다. 물건마다 고유한 뜻이 담겨져 있다: 반지 - 결혼, 칼 - 사고, 연필 - 학업, 초 - 죽음, 호환 - 명예, 빵 - 만족, 새 - 사랑, 장난감 - 탄생, 열쇠 - 집. 자신이 선택한 물건이 새해 운세를 말한다.
날씨나 정황으로 새해의 운세를 예측한다. 설날 날씨가 맑으면 풍년이다. 몹시 추우면 부활절은 아주 따뜻하다. 아침에 온통 서리가 뜰에 앉으면, 좋은 해이다. 안개가 끼면, 전염병과 질병이 맹위를 떨쳐 사람들이 많이 죽는다. 함박눈이 내리면 젖소는 젖을 많이 낸다.
뜰에 까치가 많이 모여 지저귀면, 일년 내내 손님이 많고 행복하다. 첫 손님이 여성이면, 불운한 해이고, 남성이면 운이 좋은 해이다. 설날에 넘어지는 사람은 일년 내내 재수가 없다. 설날에 들은 첫 소식이 좋으면, 일년 내내 좋은 소식이 많다.
설날에 사람들은 서로 덕담을 나누었다. 총각들은 처녀들에게 새 베틀, 연인을 기원했고, 처녀들은 총각들에게 귀여운 여인, 보드카를 기원했다. 젊은이들은 선령(善靈), 악령(惡靈), 저승사자, 거지, 동물 모습 등을 한 옷을 입고 온 마을을 돌아다니며 마을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풍작을 기원했다. 마을 사람들은 이들에게 음식물로 환대했고, 선물도 주었다.
설날에 한 태도가 일년 내내 간다고 믿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다투거나 싸우지 않았고, 많이 웃으며 서로를 도와주었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거나 벌을 주지 않았고, 아이들은 착하게 행동했다. 부부는 서로의 앙금을 지우고 마음을 맞추기 위해 사과를 나누어 먹었다. 제마이티야 지방에서는 지난해의 잡귀들을 쫓기 위해 짚다발을 불태우기도 했다.
오늘날 리투아니아인들은 옛 사람들이 진지하게 해오던 이러한 점술이나 놀이로 인생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예견하는 것을 실제로 믿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것을 통해 온 가족이 이웃이나 친구들과 함께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요즈음 이러한 놀이 풍습마저도 점점 사라지고 있으며, 특히 많은 젊은이들은 그믐날 저녁부터 설날 아침까지 마음껏 먹고 마시고 춤을 추면서 보낸다.
거울 속에서 미래 남편을 찾으려고 애쓰는 처녀의 간절한 모습, 마을 어른들을 찾아다니며 풍작을 기원하는 젊은이들의 예절 있는 모습, 앙금을 씻고 한 마음을 이루기 위해 사과를 나누어 먹던 부부의 정다운 모습 등을 이제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게 되어 아쉽기도 하다.
위 영상은 일반적으로 유럽인들이 새해를 맞이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유럽인들에게 새해의 일출구경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우선 해가 아침 8시 40분경에 뜬다. 구름 낀 날이 많으니 아침 해를 볼 날이 거의 없다. 그래서 이들은 00시 00분 01초에 열광한다. 그리고 새벽까지 먹고 마시면서 해가 뜨는 시간에는 아직 쿨쿨 잠에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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