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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회관 휴게실/건강 이야기

아기들이 모기에 물리면 퉁퉁 붓는 이유는?

by Ajan Master_Choi 2014. 7. 10.

"이게 뭘까요, 선생님? 모기에 물린 것 같기는 한데, 너무 심하게 부어서요."

 

엄마와 아빠는 아기의 빨갛게 부어있는 눈꺼풀과 손등을 보여주십니다.

 

"네, 모기에 물린 것이 맞습니다. 그렇지만 아기의 피부는 모기에 물렸을 때,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붓기 때문에 가끔 엄마와 아빠를 놀라게 합니다. 왜 아기들은 모기에만 물려도 이렇게 심하게 부을까요? 피부가 얇으니 당연하다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똑같이 피부가 얇은 노인분들은 모기에 물려도 물린 듯 만 듯 지나가기도 하시거든요."
 
모기는 우리 피부에 침을 꽂는데 그 침에는 흡혈관과 타액관이 있습니다.

흡혈관으로 피를 빠는 동안 타액관을 통해서는 타액을 흘려넣어 피가 굳어지는 것을 방지하여 손쉽게 피를 빨게 됩니다.

타액관을 통해 들어온 모기의 타액을 우리의 면역체계는 외부 침입물질로 인식하여 공격하므로,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 가렵고 붓게 됩니다.

그래서 모기에 물려 가려운 곳에 알레르기 반응을 억제하는 성분의 약(항히스타민, 스테로이드 등)을 바르곤 하지요.

어른들의 경우 이미 수없이 모기에 물려왔기에, 모기의 타액에 대해서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무시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뭐 이전에도 겪어봤는데 별스럽게 문제되는 건 아니더구만' 하면서 알레르기 반응이 덜 나타나게 되는 것을 일종의 "면역관용(Immune Tolerance)"라고 합니다.
 
이렇게 모기에 물려도 많이 붓지 않는 어른들도, 늘상 물리던 종류의 모기가 아닌 새로운 모기에 물렸을 때는 "면역관용"을 발휘하지 못하게 됩니다.

산모기, 바다모기 무섭다는 말 들어보셨지요?
 
모기가 이방인만 골라서 공격하는 재주가 있는 건 아닐텐데도, 아마존의 원주민은 멀쩡하고 정글의법칙 출연진들만 호되게 모기에 물려 고생하는 장면들을 보셨을 겁니다.

이전에 접한 적이 없는 모기의 타액이다 보니,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오랜만에 제대로 발동한 덕분입니다.
 
아기들이 모기에 물렸을 때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이전에 모기에 물려본 적이 별로 없다 보니, 모기의 타액에 대해 "면역관용"이 생기지 않은 상태라, 심한 면역반응이 일어나 많이 붓고 많이 가려워하게 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어른들처럼 '너무 긁으면 안 된다'는 인식이 없어, 피부가 벗겨져 상처가 날 때까지 긁다 보니, 세균감염(농가진, 연조직염 등)이 생겨 항생제를 쓰게 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이런 면역관용이 모든 알레르기 질환에 생기면 참 좋을텐데, 안타깝게도 아토피피부염이나 알레르기비염/결막염에는 면역관용이 잘 생기지 않습니다.

집먼지진드기에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가 집먼지진드기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아토피피부염이 더 심해지게 됩니다.

아주 특수한 방식(주사로 항원을 주입하는 등)으로 알레르기 항원에 노출시켜야 그나마 약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하네요.
 
면역관용에 대해서는 다른 재미있는 의견도 있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의사인 비스친거 박사는 코딱지를 후벼서 먹는 아이들이 면역력이 더 좋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 있습니다.

콧털에 걸러진 여러가지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알레르기 항원을 먹어서 장을 통해 흡수하게 되면, 면역관용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원래가 장(소화기관)은 기본적으로 이물질에 대해서 관대한 편입니다.

매일 수십수백가지의 이물질이 별탈없이 장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코의 점막에 닿으면 점막을 자극하는 효과만 있는 알레르기 항원도, 관대하디 관대한 장을 통해서 들어가게 되면 '그냥 지나가게 두어라' 하지 않을까, 그러면 이런 관대한 효과가 코 점막에까지도 나타나지 않을까 상상을 하게 되더라구요.

치료 효과를 위해 코를 파 먹으라고까지는 못해도, 코 파는 아이들을 진료실에서 만날 때 그냥 웃으며 지나가게 된 것도 이 연구를 접하고 난 후부터입니다.
 
8월, 이제 슬슬 본격적인 모기철에 접어들겠죠?

면역반응은 없어도 문제, 너무 심해도 문제인 셈이니, 관용(똘레랑스)은 건강을 위해서도, 사회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인가 봅니다.

면역관용이 아직 형성되지 못해 모기에 물리면 퉁퉁 붓는 우리 아기들, 그래도 내년엔 좀 덜 부을 거고, 후내년엔 좀 덜 간지러울 겁니다.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