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학생체육관을 뜨겁게 달구었던 예선전이 끝난 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가고 스피릿MC 결선은 어느새 이번 주 토요일로 다가왔다.
결선을 앞두고 사실상 김종왕 선수의 우승 가능성이 가장 크게 점쳐지고 있는가운데 네티즌과 격투기 매니아의 관심은 각 선수가 어떤 플레이를 보여 줄 지에 몰리고 있다.
비록 와일드카드의 경기 예상은 하기 힘들겠지만 예선통과자 4명의 스타일은 예선전을 통해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뜨거웠던 예선전의 분위기도 다시 느껴 볼 겸 조별 예선우승자 4명의 경기 분석을 통해 결선에서의 파이팅도 기대해보자.
A조 우승자 - 백종권
훤칠한 키에 준수한 마스크, 격투가 다운 몸매.
링에 올라선 백종권 선수를 보고 처음 받은 인상은 일단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빛 좋은 개살구라고 했던가. 외모만한 실력을 갖춘 인물인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하지만 반신반의하던 나의 태도는 곧 감탄으로 이어졌다.
냉정한 판단, 적극적인 경기 운영, 깔끔한 기술...로 예선 3 경기를 모두 1분대에 끝내 버리고 마지막 8강전에서는 경기 시작 37초만에 상대의 목을 졸라 승리를 거둔 그의 플레이는 누군가의 말을 빌자면 '흡사 힉슨 그레이시를 보는 듯' 하여 '브라질 유술의 전도사'라는 닉네임이 어색하지 않았다.
물론 그가 몇 개월 간의 브라질유술 수련 만으로 이런 수준을 이루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이 밖에도 태권도, 유도, 검도, 합기도 등 다양한 무술을 섭렵했고 또 경호비서학과 학생이다.
비록 정식 경기 경험은 적다 하더라도 상당한 경험과 노하우를 습득하고 있는 '현역'인 것이다.
이런 바탕 위에 브라질유술이라는 효율적인 전술기술체계를 익힘으로써 지금의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의 1차전 상대인 김민수 선수로 국가대표상비군 출신의 아마레슬러이다.
비록 지금은 현역이 아니라고 하지만 경기 경험이라든지 중심 이동이나 제압에 관한 노하우 등은 백종권 선수에 비해 월등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확실한 제압기를 쓰기 위한 포지션플레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레슬링의 그것과 이종격투기의 방식은 또 다르다.
백종권 선수가 이 점을 적극 활용할 수만 있다면 승기는 있다고 본다.
만약 2차전에 진출하게 된다면 B조에서 누가 올라오든 타격기 계열 선수를 만나게 된다.
백종권 선수가 예선전처럼만 플레이를 펼쳐준다면 2차전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B조 우승자 - 이면주
이면주 선수는 일본 K-1에서도 관심을 가질만큼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이미 국내에서 손꼽히는 강자로 인정받고 있었기 때문에 와일드카드 선정을 놓고 그도 예선전을 거쳤는데 과연 그 이상의 선수가 있는가 라는 반론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역시 입식타격기 그것도 무에타이라는 단일종목만을 수련한 그가 이종혼합격투기에서 얼마나 선전할 지 혹은 어이 없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더구나 이면주(제왕회관총본부) 선수는 이번 대회를 대비해서도 유술기나 그라운드 기술에 대해 별다른 연구를 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기술로 승부를 내고 싶다고 말했기 때문에 더더욱 큰 불안요소를 안고 있는 셈이었다.
예선 1차전에서 그라운드 기술을 펼치는 상대를 오히려 목들어조르기(길로틴)로 제압하면서 사실은 몰래 유술기를 배운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게다가 예선 2차전과 4차전을 부전승과 기권승으로 통과했기 때문에 대진 운이 좋았던 것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흔히 대진 운도 실력이라는 말도 하거니와 다채로운 그라운드 기술을 펼쳐 들어오는 김형균 선수와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벌인 예선 3차전 경기 하나만 보더라도 그의 실력이 명불허전(名不虛傳)임을 증명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예선전 내내 그는 타격기 위주의 플레이를 펼쳤는데 인상적이었던 것은 상대방이 그라운드 상태로 끌어 가려고 하는 것을 적절히 봉쇄하고 자신의 페이스로 경기를 이끌어 가는 영리한 포지션 플레이와 그 와중에서도 쉴 새 없이 공격을 해대는 스태미너였다.
특히 무에타이 대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무릎차기를 주로 사용했는데 서있을 때는 낭심이나 그라운드 상태에서 후두부와 척추라인까지 가격하는 약간의 반칙성 플레이를 보이기도 했지만 망설이지 않고 공격하는 과감한 플레이는 프로 파이터다운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그와 결선 1차전에서 맞붙게 된 격투기 선수 김진우는 이면주 선수와 1차전을 치르게 되어 잘 된 것 같다고 하면서도 사실 가장 만나고 싶지 않았던 상대로도 이면주 선수를 꼽았다.
아마도 같은 입식 타격계 선수로서 부담과 자존심 등이 복잡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입식 타격계의 강자끼리 만난 이번 대결은 주목할 만 하다.
C조 우승자 - 최정규
최정규 선수는 본선 진출까지 한 번도 부전승이나 기권승을 거둔 적이 없다.
그리고 만난 상대들도 한결 같이 터프한 상대였다.
솔직히 대진운이 좋은 편은 아니다.
심지어 결선 1차전 상대조차 김종왕 선수이다.
전적이나 경력 등을 봐도 그가 김종왕 선수를 이기고 결선 2차전에서 진출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예선전 경기를 봐도 최정규 선수가 기술을 건 회수에 비해 확실히 제압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아직 기술 완성도가 불안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든다.
실제로 그는 브라질유술 수련은 3개월 남짓에 불과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에게는 근성이 있다.
왠지 무뚝뚝하고 주눅든 듯한 표정이지만 눈빛에서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은근한 오기가 보인다.
게다가 부족한 기술을 근성으로 커버하면서 결선까지 올라오면서 어느 정도 자신감도 붙었을 것이다.
어차피 예선전에서도 최정규 선수가 결선에 진출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역시 '경험을 쌓기' 위해 출전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냉철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기술을 쓸 줄 알았다.
그의 경기 모습에 화려한 플레이는 없었지만 기회를 놓치지 않고 상대를 기술로 제압하여 모든 경기를 2분대에 끝냈다.
결정 기술 역시 관절기, 마운트 펀치, 조르기 등 다양하다.
브라질유술의 전술을 이해하고 있고 그에 따라 효과적인 경기 운영을 할 줄 안다는 뜻이다.
최정규 선수는 지금 김종왕 선수의 경기 테이프 등을 분석하면서 김종왕 선수와 맞서서도 최선의 플레이를 펼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어떤 전술과 기술로 김종왕 선수에게 도전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D조 우승자 - 이은수
이은수 선수는 킥복싱을 배운 프리스타일 파이터로 알려져 있지만 작년부터 팀태클의 전신인 '최무배 아마추어레슬링 교실'에서 레슬링 훈련을 해왔다.
그는 작년 10월 1회 KPW 대회에도 출전했었는데 기술적으로나 스태미너 면에서 부족한 점을 많이 보였었다.
그 이후 스스로도 부족한 점을 많이 느낀 그는 최무배 코치에게 특훈을 부탁했고 그에 따라 서울체고 레슬링부 훈련에 동참하는 등 자신을 담금질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시작된 스피릿MC 예선전?
그는 지난 5개월 간 얼마나 발전했을까?
결과는 결선 진출.
예선 1차전에서는 1라운드 34초만에 상대를 KO시켰다.
이 강렬한 파이팅 때문이었을까, 2차전 상대가 경기를 포기함으로써 부전승.
3차전에서는 브라질 유술 갈색띠인 손광석 선수가 상대였다.
이번 출전자 중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였던 그를 상대로 어떤 플레이를 펼칠 것인지 사뭇 기대가 되었다.
적어도 고전을 면치는 못하리라.
그런데 결과는 뜻 밖이었다.
경기 시작 56초 만에 파워풀한 안면 펀치로 KO(레프리 스톱)를 얻은 것이다.
이변이었다.
그리고 4차전은 상대 선수의 발목 부상으로 다시금 기권승.
굳이 KPW 때와 비교를 해보자면 실제로 그의 파이팅 스타일이 변하지는 않았다.
레슬링을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그라운드 상태를 시도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페인팅 없이 과감하게 풀 스윙으로 던지는 로우킥과 던지는 펀치 등 입식 상태에서 상대를 쓰러뜨리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마치 어린 아이가 불안함에 막무가내로 주먹을 휘두르는 듯한 지난 모습과 달리 그의 공격은 자신감으로 넘쳤고 거기서 나오는 안정감을 가지고 있었다.
특훈의 성과는 바로 이것이었다.
그의 결선 1차전 상대는 택견을 수련한 권익선 선수.
신체 조건이나 파이팅 스타일 등에서 모두들 이은수 선수의 낙승을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뚜껑은 열어 봐야 한다.
이은수 선수 역시 방심하지 않고 "상대가 누구든 최선을 다 하겠다"라는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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