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백제 사비성의 구드래 나루 건너 평화로운 두메산골에 마음씨 곱고 부지런하며 금슬이 좋은 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들 부부에게는 자식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치성을 드리고 온갖 약재를 구해 달여 먹고 하였더니 어느 날, 꿈 속에 백발 노인이 나타나 자식이 있을 거라 말했습니다.
현몽대로 곧 아이를 잉태하여 낳고 보니 쌍둥이 자매였습니다.
이들 부부는 꽃과 같이 예쁜 자매의 이름을 금화와 은화라 하고 정성을 다하여 길렀습니다.
두 아이는 선녀같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마음씨도 고와 마을 사람들의 칭송이 자자하였습니다.
자매는 늘 그림자처럼 같이 붙어 다니며 우리는 같은 날 태어났으니 오래오래 같이 살다가 같은 날 함께 죽자며 다짐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언니인 금화가 덜컥 원인 모를 병에 걸려 앓아 누웠습니다.
열이 심하게 나면서 얼굴과 몸이 온통 붉게 되었습니다.
의원을 급히 불렀지만 의원은
"이것은 열병으로 약이 없습니다"
라고 말할 뿐이었습니다.
동생인 은화는 정성을 다하여 언니를 간병했지만 며칠 뒤 은화마저 열병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은화는 자신의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부모에게
"저희들은 비록 죽지만 죽어서 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초가 되겠습니다"
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뒤 두 자매가 죽은 무덤에서 이름 모를 약초가 돋아 자라고 3년 후 여름에 꽃이 피었는데 가만히 보니 처음은 흰색이었다가 점차 노란색으로 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그 꽃을 금화와 은화의 화신이라 여겨 '금은화金銀花'라고 이름지었습니다.
몇 년 뒤, 바로 그 마을에 두 자매를 죽게 했던 열병이 다시 돌았는데 그 때 마을 사람들은 은화의 말을 기억하고서 그 꽃을
달여 먹자 모두 병이 낫게 되었습니다.
두 사람의 유언처럼 금은화는 열병을 치료하는 주요한 약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안탕산雁蕩山에 약초를 캐는 한 노인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임동任冬이라 불렀다.
그는 일년 내내 산을 넘나들었고 참대로 만든 바구니를 등에 둘러멘 채 꼬챙이를 허리에 차고 험한 절벽을 승냥이, 범, 표범처럼 다녔다.
어느 해 여름, 안탕산에 사는 사람들에게 괴질이 돌았다.
증상은 눈이 충혈이 되고, 코와 입이 헐었다.
"무슨 약으로 치료를 하지?"
마을에는 사람들이 걸린 괴질에 맞는 치료약이 없었다.
사람들의 마음이 조급해졌다.
임동은 괴질을 고칠 수 있는 약초를 캐기로 마음먹었다.
"틀림없이 이런 병을 고칠 수 있는 약초가 어디엔가는 있을 거야!"
그는 등짐을 지고 안탕산 백이봉을 올라 약초를 찾아다녔다.
임동 노인에게는 쌍둥이 딸이 있었는데, 이름이 금화金花와 은화銀花였다.
아버지가 안탕산 백이봉으로 가신 후부터 자매는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한 달이 지나도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두 자매는 어느 저녁나절에 초가집 옆 멀구슬나무 밑에 기대어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
그때, 자매들은 아버지 꿈을 꾸었다.
아버지 임동 노인이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손에 한 뿌리의 금색과 은색의 풀을 쥐고 있었고, 그 꽃은 맑고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그런 꿈이었다.
"참으로 이상한 꿈이로구나!"
자매는 서로 같은 꿈을 꾼 것을 알고는 대성통곡 하였다.
그리고서 아버지의 약초 캐는 일을 가업으로 이어받기로 결심하였다.
그들은 눈물을 닦고 산행 채비를 하였다.
봇짐을 준비해 멘 자매는 아버지가 가신 안탕산 백이봉으로 떠났다.
층층이 안개와 검은 구름이 뒤덮인 안탕산 백이봉에서 61개의 바위와 46개의 동굴이 있는 곳을 모두 지나쳤다.
그들이 지나간 발자국 언저리에 한 개의 푸른 잎과 넝쿨이 보였다.
그 잎에 금황색과 은백색의 꽃이 피어 있고 짙은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정창(피부병)을 치료하자면 끓여서 먹어야 돼."
푸른 넝쿨이 쉰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만약에 열과 독을 없애려면 그것을 채취하여 끓여 마셔야 해."
금황색과 은백색의 꽃이 방울소리와 같은 소리로 말하였다.
이쪽에서 소리를 내니 저쪽에서 소리를 냈다.
그러다 보니 온 뜰이 함성 소리로 가득 찼다.
마을 사람들은 이 소리를 듣고 모두 산으로 올라와 꽃을 채취하였고, 또 줄기를 뽑아다가 달여 먹었다.
그랬더니 열과 독이 해소되었을 뿐 아니라 정창도 아물기 시작하였다.
마을 사람들은 그제서야 병에서 해방되었다.
그러나 임동 노인과 그의 쌍둥이 딸을 마을 사람들이 49일간 찾았지만 끝내 찾지 못하였다.
마을 사람들은 꽃들이 소리친 함성 중에 임동 노인은 줄기가 되었다고 믿어 인동忍冬 줄기라 불렀고, 자매인 금화金花와 은화銀花는 꽃이 되었다고 믿어 금은화金銀花로 불렀다.
인동덩굴의 꽃말은 '헌신적 사랑' 입니다.
아름답고 애절한 전설을 가지고 있는 꽃인 '인동(忍冬)덩굴'은 이름처럼 모진 겨울을 얇은 이파리 몇 개로 견디어 내는 인고의 식물입니다.
그러나 무성하게 자라는 성질과 기품있는 꽃이 어울리는 계절은 초여름으로 인동이 핀 것을 보고 우리는 여름이 온 것을 압니다.
인동은 그 꽃의 아름다움으로 사랑받습니다.
인동 꽃은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흰 꽃과 노란 꽃이 섞어 피는 것처럼 보이지만 처음에는 흰색으로 피었다가 며칠 지나면
노란색으로 변합니다.
그래서 인동 꽃을 '금은화(金銀花)라고 부릅니다.
금색, 은색의 꽃은 티없이 깨끗하고 향기도 좋으며 꿀이 많아 벌이 많이 모여듭니다.
우리나라 곳곳의 산기슭, 논밭둑, 개울가. 길섶에 흔히 자라므로 구하기도 쉽고 줄기, 잎, 꽃, 뿌리까지 약으로 사용하므로 버릴 것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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