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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회관 휴게실/삶 이야기

불현듯 떠오른 학창시절의 기억

by Ajan Master_Choi 2020. 10. 26.

초등학교때,
선생님이라고 할 수 없는 '인간말종'이 있었습니다.

제가 반장을 맡고 있었는데,
교실 청소가 제대로 안 되어 있다고,
학급 대표인 저에게 책임을 물어,
책상 다리를 그 자리에서 발로 분지르더니,
무기와 다름없는 각목으로 어린 제게 체벌을 가하여,
가녀린 제 허벅지가 터져버렸지요.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한참이나 교실에 혼자 남아 서럽게 울었던,
그때의 아픔이 가끔 선명하게 되살아나,
저로 하여금 치를 떨게 합니다.

반면에, 제게 진정한 스승상이 무엇인가를 행동으로 보여준,
선생님도 있었답니다.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도시락을 싸오지 못하는 제자가 안쓰러워,
슬그머니 당신의 도시락을 제게 내밀었던,
정말 가슴 따뜻한 분이셨습니다.

가난으로 어려서부터 일찍 철이 든지라,
점심시간이면 선생님을 피해 숨어 다니곤 했지요.

그러나 선생님은 항상 저를 찾아내 손목을 잡아끌고
다른 애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교내에 있는 소사 아저씨의 사택 마루에 앉아,
제가 먹지 않으면 당신도 안 드시겠다면서
도시락에 물을 붓던 모습이 아직까지 눈에 선합니다.

그때 참 많이 울었습니다.ㅠㅠ

좋은 기억은 희미해지는 것이 아니라,
세월이 흐를수록 고운 향기를 내뿜으며
서서히 스며들게 마련입니다.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 주는
나무 같았던 선생님과 함께한 따뜻한 기억 때문일까?

만약 제가 성공 가도를 달리는 명사가 되었더라면,
KBS 1TV의 [TV는 사랑을 싣고]란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당당하게 그 선생님을 찾았을 것입니다.

어쩌면 지금은 돌아가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말정말 뵙고 싶은데...

오스트리아의 철학자였던 <이반 일리치(Ivan Illich)>가 남긴 말입니다.

"현대 사회에는 학교는 많으나 교육이 없고, 선생은 많으나 스승이 없고, 학생은 많으나 제자가 없다."

https://youtu.be/g8y93mVg8v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