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는 헤겔에게 <실제로는 이념의 주어를 이념의 산물, 또는 술어로 만들어 버렸다.
그는 대상으로부터 자신의 사고를 전개시키지 않고 오히려 자체적으로 완료되어 있고 논리의 추상적 영역에서 자족적인 것이 되어 버린 사고에 따라 대상을 전개시킨다.>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포이에르바하의 개혁적 비판을 헤겔에게만 적용시키는 것이 아니라 포이에르바하 자신에게도 ㅡ그리고 그의 스승이었던 바우어에게도 적용시키고 있다.
기독교, 전통적 학문, 정치, 국가, 유태인 해방, 자유주의적 개혁가 등을 차례차례로 그 비판적 투쟁에서 지적으로 제거해 나가는 이른바 바우어의 절차적 진행형의 비판전략과, 마르크스에게 방법적으로 가르침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1842년에 이미 이제 문제가 되는 것은 <종교 내부에서 정치적 상황을 비판하는 것보다는 정치적 상황의 비판내부에서 종교를 비판하는 것>이라고 마르크스에 의해 공격당한 포이에르바하의 비판이 양자는 세계사적 개인의 <머리와 가슴>으로서의 <철학과 프롤레타리아의 동맹>이라는 마르크스의 비전에 의해 극복하게 되었다.
마르크스에 있어서 <소외>란 포이에르바하에서 처럼 역사의 진행이나 법칙성을 포함하는 諸이론의 주지주의적인 과대평가라는 비대화의 과정이 아니다.
마르크스에 있어서 <소외>란 자본과 노동의 분리에 의해 야기된 인간과 인간 사이의 그리고 개개인 스스로의 내부에서 생겨나는 분열과정이다.
마르크스는 바우어의 반명제적인 관념론 행위 모델을 최종적으로 적용하여 동맹자 없이 진행할 수 있음을 뽐내던 그것을 반명제적 <유물론>으로 변형시킨다.
여기서 철학은 마침내 자신의 동맹자, 즉 철학(머리)을 위한 대중적 토대인 프롤레타리아(가슴)를 발견하게 된다.
소외라는 말을 가장 먼저 철학적인 개념으로 사용한 사람은 헤겔입니다.
하지만 헤겔의 경우 소외는 부정적인 의미보다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하였다는 점입니다.
헤겔이 사용하고 있는 소외의 개념은 인간이 자연성으로부터 분리되어서,자연을 대상화함으로써 사회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 자연성으로부터 분리되는 것을 <소외>라고 했는데, 정확하게는 <자기소외>라고 명명하였습니다.
그러므로 헤겔의 <소외>는 곧 대상화가 되고, 인간이 사회를 형성해내는 데 필연적인 것으로 되면서 긍정적인 것이 되고 있습니다.
이것을 좀 더 앞 세대로부터 따져 보면 이렇습니다.
자기가 자기라는 것을 거부 받고 <본래의 자기>와 대립하는 상태에 놓인다는 사고방식은 독일의 관념철학에서 나왔습니다.
J.G. 피히테는 이 상태를 자아활동의 소외로 인한 <비아(非我/對象世界/자연)>의 성립이라 인정했고, G.W.F. 헤겔은 피히테의 주관적 관념론의 입장을 초월하여 <비아(非我/對象世界/자연)>를 <소외된 정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자아빼고 자연인데 그 <자연>을 <소외>라고 인식했던 겁니다.
즉 <정신>이 자기를 대상화하는 것이 바로 소외라는 것입니다.
<정신>은 자기를 소외하고, 또 그것을 자기 안으로 되찾는 작업을 통해 <절대지>에 이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헤겔은 소외를 <정신>의 문제라고 파악했으므로 소외로부터의 회복도 인식활동에 따라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소외=대상화>에 대해서 최초로 이의를 제기한 철학자가 포이에르바흐를 시작으로 해서 <헤겔좌파>라고 불리는 사람들입니다.
포이에르바흐는 종교란 인간의 본질이 대상화된 것으로서 종교가 하나의 권위가 됨으로써 인간 스스로를 속박하고 있다고 파악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기독교를 비판했으며 확실히 <소외>라는 개념을 <본래적인 것ㅡ인간성ㅡ으로부터 배제되어 있다>는 의미로 사용한 것입니다.
그래서 포이에르바흐에게는 <본래적인 것>으로서의 인간성을 되찾는 것이 과제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어서 포이에르바흐는 이 헤겔의 <정신>이 그리스도교의 신과 마찬가지로 추상화되고 절대화된 인간의 본질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이 절대화에서 <소외>를 발견했습니다.
즉, 종교란 인간의 본질을 소외함으로써 성립되며, 관념론은 이성의 소외에 따른 것이라 하여 그들을 비판했던 것입니다.
헤겔이 <정신>에서 포이에르바흐가 <기독교>에서 <소외>라는 개념을 이끌어 냈지만, 마르크스에 이르러서는 결정적인 단절이 오고 있습니다.
마르크스는 인간 본질의 대상화인 <노동>이 어떤 사회적 조건 밑에서 소외된 노동이 되는가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소외된 노동은 원래 창조적으로 영위되어야 할 노동으로부터 배제된 것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헤겔이나 포이에르바흐나 마르크스나 이 소외라는 개념을 설명하고 있는 구도에는 항상 본래적인 것(그것이 정신이든 기독교이든 노동이든 간에 무엇이든 말이다)이 전제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소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관계의 모순을 분석하는 것이 과제로 남습니다.
마르크스는 이런 한계를 확정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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