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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

by Ajan Master_Choi 2017. 7. 3.

 

"작가는 민중보다 한발 앞서 가라. 그러나 한발은 민중속에 딛고 있어라."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이반 일리치의 죽음', '부활' 등 불후의 명작들을 남긴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에 대해 살펴봅니다.


 

1.작가 데뷔 전까지

 

세상과 인간의 실존과 현실에서 바다처럼 모든 걸 받아들이면서도 파도처럼 저항했던 톨스토이.

그의 일생은 끊임없는 모순에 대한 저항과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갈등의 연속이었죠.

1828년 러시아 남부 야스야나 폴랴나에서 명문 귀족의 아들로 태어난 톨스토이.

"노동하지 않으면 삶은 부패한다. 그러나 영혼 없는 노동은 삶을 질식시킨다." (까뮈)

그는 귀족이지만 농노를 착취하는 봉건적 귀족들을 혐오했고, 지성인이지만 지식을 자랑하는 허위의 인간들을 증오했죠.

결국 그는 평생을 이상과 현실을 방황하며 모순된 삶을 살았는데 이런 모순적인 삶의 방식은 말년까지 그를 괴롭히는 요인이 되지만 역설적으로 그의 작품과 사상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죠.

"내가 만약 신(神)이라면, 청춘을 인생 제일 마지막에 넣겠다."

그는 어릴 때부터 풍족한 환경속에서 풍부한 교양을 쌓아 10여 개 국어에 능통했는데 나이 80에 러일전쟁이 일어나자 그때 다시 일본어를 공부했다고 하니 정말 그 집념과 열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듯...

한편 그는 16세 때인 1844년 카잔 대학에 입학하지만 3년 만에 중퇴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농민학교를 운영하며 브나로드를 실천하는 등 농촌계몽운동에 투신하는데...

"톨스토이 이전에 러시아 문학에서 진정한 농민의 모습은 없었다. 그는 러시아 혁명의 거울이다."

마르크스주의에 의한 세계최초의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성공한 레닌의 평가인데, 지식인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하고 몸소 실천한 그야말로 말과 글이 아니라 행동하는 인텔리겐치아의 표상이 아닐지...

 

2.전쟁과 평화(1869)

 

"내가 아는 모든 것은 오직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다. (Everything that I understand, I understand only because I love)"

1851년 그는 군인이었던 형을 따라 육군 장교로 입대하여 크림 전쟁에 참전하는데...

예술은 손과 머리로 만든 작품이 아니라 예술가가 경험한 감정의 전달인 것.

이는 그의 불후의 대작 '전쟁과 평화'의 창작 동기가 되죠.

"세상에 좋은 전쟁​이나 나쁜 평화는 없다."

1812년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등장 인물만 599명에 달하는 대작으로 세계 문학계를 뒤바꾼 불후의 명작이죠.

19세기 초반 유럽의 정세와 제정 러시아를 압축해 놓은 이 소설을 통해 그는 니콜라이 1세의 광폭한 반동정치와 외세의 침략에 결사항전하며 조국 러시아를 방어했던 농민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쏟아 붓죠.

"어떠한 순간에도 삶은 계속된다. 슬픔도 인생이고, 행복도 인생이고, 사랑도 인생이고, 절망도 인생이다."

역사의 도도한 물줄기는 개인의 의지로 어찌할 수 없는 것, 결국 이 작품의 주제는 '인간의 자유의지와 운명간의 대결'로 볼 수 있지 않을지...

한편 육체노동의 신성함과 비폭력에 대한 그의 신념은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에게도 큰 영향을 주게 되는데, 즉 간디는 전쟁의 혼란과 참상을 생생하게 묘사한 이 작품에 깊은 감동을 받아 그와 서신 교환을 시작한 후 '평화주의'와 '무저항주의'를 채택하게 되죠.

 

3.안나 카레니나(1877)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Happy families are all alike; every unhappy family is unhappy in its own way)"

아름다운 외모와 교양을 갖춘 사교계의 꽃 안나 카레니나.

그녀는 러시아 정계의 최고 정치가인 남편 카레닌과 호화로운 저택에서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지만, 고루하고 이성적인 남편에게 염증을 느끼죠.

그런 그녀 앞에 매력적인 외모의 젊은 장교 브론스킨이 나타나고 그의 저돌적인 애정공세에 결국 그녀는 불륜이라는 신의 규칙을 깨는 행위에 빠지고, 끝내 자살이라는 불행한 결말을 맞이하는데 결혼은 환상이 아니며 완벽한 상대란 없는 것, 불같이 뜨거운 사랑은 결혼을 성사시키는 조건은 되지만 지속시키는 데는 그 이상의 ‘무엇’이 필요한 것.

진실한 사랑과 결혼, 예술, 종교, 죽음 등 삶에 관한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이 작품은 그의 삶에 이정표를 세운 그의 문학의 집대성이죠.

이 작품은 특히 톰 울프, 스티븐 킹 등 최고의 영미권 작가 125명이 꼽은 최고의 소설 1위로 뽑히기도 했는데 혹시 아직 읽지 못한 회원님들은 꼭 한번 읽어보시길...

 

4.혼란속의 말년

 

"모두가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생각하지만, 정작 스스로 변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위 작품들로 인해 명성을 얻은 그는 이후 삶과 죽음, 종교의 문제를 깊이 숙고하는데 1879년 출간된 '참회록'은 그의 생애를 사실주의 문학 중심의 전반기와 종교 사상 중심의 후반기로 나누는 분기점이 되죠.

즉, 이때부터 문학보다 신학과 성서 연구에 전념한 그는 기존의 기독교에 실망한 나머지 자비, 비폭력, 금욕을 강조하는 새로운 신앙을 제창하는데, 바로 기독교적 아나키즘으로 평가되는 '톨스토이주의'죠.

이로 인해 그는 러시아 정교에서 파문당하고, 격렬한 사회 비판으로 정부와 충돌하고, 판권 문제로 가족과 갈등을 빚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게 되는데...

이런 혼란속에서도 그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1886), '부활'(1899) 등 뛰어난 명작들을 남기죠.

이 중 '부활'은 허위와 위선의 사회에 대해 직접적이고 진실한 저항정신을 표현하여 국가, 교회, 사회, 경제 등의 기존 질서를 붕괴시켰는데, '전쟁과 평화'보다 무려 스무 배나 많이 팔려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게 되죠.

이후에도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뇌하고, 방황하고, 갈등하던 그는 결국 1910년 부인과의 갈등으로 가출하여(?) 기차 여행 중 폐렴으로 작은 간이역 아스타포브에서 사망하는데 세계적 대문호의 죽음치고는 너무나 허무하네요.

"행복한 결혼 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 얼마나 잘 맞는가보다 다른 점을 어떻게 극복해나가는가이다."

"모든 전사 중 가장 강한 전사는 이 두 가지, 시간과 인내다."

이와 같이 갈파한 그가 왜 좀 더 인내하며 서로의 다름을 극복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는지 참으로 안타깝네요.

"무덤을 만들 때 농노 등 다른 사람의 수고를 빌려서는 안된다."

그의 유언에 따라 그의 무덤은 비석도, 묘비명도 없는 세계에서 가장 인상적인 소박한 무덤이 되었는데, 이와 같은 인간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이야말로 진정 그의 위대한 점이 아닐지...

 

5.마치며

 

고대 그리스가 꽃 피운 민주주의, 르네상스 시기 이탈리아 예술, 일본 에도시대의 상업문화 등 인류 역사에는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빼어난 순간들이 있는데...

푸쉬킨에서 시작해 레르몬토프, 고골, 투르게네프,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를 거쳐 체호프에서 끝나는 19세기 러시아 문학도 그중 하나죠.

혁명의 전야에서 철저히 러시아 농민의 입장에 서서 자본주의 교회, 착취하는 국가에 비판을 가하며 악에 대한 무저항의 종교를 설파한 톨스토이.

그의 인품이나 사상에 대해서는 '예술의 신'이라는 극찬부터 '인격 파탄자'라는 비난까지 수많은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그의 작품에 대해서만은 인물 묘사의 정확성이나 감정 묘사의 세밀함, 충만한 생동감 등 그가 세계 문학의 가장 위대한 작가의 하나라는 점에는 거의 이견이 없죠.

'작은 변화가 일어날 때 진정한 삶을 살게 된다'는 평생의 좌우명으로 세계 문학사에 지워지지 않는 뚜렷한 자취를 남긴 톨스토이.

"인간은 분수(分數, fraction)와 같다. 분자는 자신의 실제이며 분모는 자신에 대한 평가이다. 분모가 클수록 분수는 작아진다."

이처럼 그는 스스로에게 한없이 겸손했지만 그는 러시아 문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는 아닐지라도 가장 거대한 인간이라는 미르스키의 말처럼 생전에 누구보다 영향력 있고 존경 받았죠.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현재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내가 대하고 있는 사람이며,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선(善)을 행하는 일이다."

그의 단편소설 '세 가지 의문'의 결론인데, 이는 결국 그의 실천적 신앙 원리가 되죠.

수많은 그의 작품이 각종 교과서에 실려있고 그에 대한 연구서가 도서관 하나를 채울 정도지만 아직도 영원한 미완성의 장편소설처럼 베일에 가려 있는 톨스토이.

부족한 이 글이 회원님들께 그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그의 작품을 접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ㅡ 서정욱변호사님 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