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여 백혈병을 앓던 친구 딸의 장례식에 다녀왔다.
엄마는 너무 울어 인사하기도 힘들었다.
영정사진 밑에 국화와 나란히 있던 친구 딸의 사진들을 보다가 눈물이 핑 돌았다.
부모의 상은 많이 다니지만,
자녀 상은 처음이라 난감한데,
당사자인 친구 내외는 오죽할까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문상 온 친구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충격을 받았다.
친구 셋이 자금을 모아 큰 PC방을 하나 차릴려고 했는데
한 명이 자금을 들고 날랐단다.
친한 사이라서 믿다가 당한듯
디어라이프에 <코리>편을 보면,
부유한 집의 딸 코리가 하워드라는 유부남과 불륜을 저지른다. 소아마비를 앓았던 코리는
하워드가 가정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의 컴플렉스 때문이었는지 하워드와의 만남을 원한다.
하지만 코리집 가정부였던 릴리언이
이 관계를 눈치채게 되고
코리는 돈으로 릴리언의 입을 막는다.
우체국에 사서함을 만들어 1년에 두번 돈을 입금한다.
훗날 코리의 아버지가 죽고 집안이 기운다.
또한 릴리언도 죽었다는 소리를 듣게 되는데...
코리는 이제 돈을 안보내도 된다는
그리고 불륜을 들키지도 않는다는 안도감을 느낀다.
그런데...
이 안도감은 반전을 통해 박탈감으로 변하는데
그 우체국 사서함의 입금을 관리한 것이 하워드였던 것이다.
사람은 정말 알 수 없는 존재다.
단테의 신곡에서도
<배신>이 지옥의 가장 밑에 있는 것은
그것이 주는 상처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캐나다의 소설가 앨리스 먼로는
그의 단편 <디어라이프> 에서 자신의 자전적인 불행했던 과거를 고백하며 용서를 언급한다.
"어떤 일들은 용서받을 수 없다고, 혹은 우리 자신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하지만 우리는 용서한다. 언제나 그런다."
(416쪽)
다소 불친절한 듯,
담담한 그녀의 작품이 쉽게 와닿지는 않지만,
이 분이 얘기하고 싶은 것이
"그래도 사람"을 얘기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이유는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들,
특히 우리가 지구별에 있는 80년 간
우리들의 '디어라이프'를 생각한다면...
용서해야 하는 걸까...
이 밤 딸의 입관을 지켜봤을 친구를 생각하니 울컥하지만,
우리네 삶이 더욱 소중하기에 이 슬픔 잘 극복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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