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염장이

염습(한문:殮襲, 영어: mound shroud, grave clothes) 또는 염(殮).

염습은 죽은 사람의 몸을 씻기고 깨끗한 옷을 입힌 뒤 관에 모시는 일을 말한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을 '염장이'라 한다.
요즘 직업으로 장례지도사다.
대한민국 장례명장 1호, 장례관련 박사.
저자는 무연고자, 이주 노동자, 연예인, 재벌 총수, 그리고 여섯 분의 전직 대통령을 포함한 많은 유명 인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한 '장례지 도사'다.
사람은 태어나 반드시 죽는다.
사람의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장례지도사 만큼 그 경계의 영역 에 깊숙이 들어가 있는 사람이 있을까....
죽은 사람을 염습하는 과정을 통해 저자가 느끼고 생각하고 깨달은 것들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지난 30년 동안 만나고 치른 죽음과 장례에 대한 이야기들을 솔직하고 담담하 게 풀어내었고, '장례 지도사'라는 직업에 대한 이야기도 진솔하게 다루어 내면서 사람의 삶과 죽음에 대한 그리고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에 대한 고심들을 진지하고 묵직하게 이야기한 책이다.

.......자신의 장례식에 대해 유언을 하거나 글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할머니는 본인의 장례식을 준비하고 계셨던거다.
할머니의 준비 덕분에 자녀들은 우왕좌왕하지 않고 차분하게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할머니는 마지막 호흡까지도 느끼고 떠나셨으리라.
나도 그렇게 가고 싶다.
내 힘이 다 빠져나가기 전에 주변을 정돈하고, 인간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생전 이별식을 하고, 숨쉬기 힘들어지면 할머니처럼 목욕재계하고 좋아하는 옷 입고 마지막 호흡을 느끼면서 떠나고 싶다.

.....고용주는 비교적 적은 월급을 주고 외국인 불법 체류자를 요긴하 게 부렸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사고로 죽으면 나몰라라 하는 냉혈한들이 생각보다 많다.
설마 쓰다 버리는 부속품처럼 여기는 건 가 불법 체류자의 고용주도 불법을 저질렀으니 그 책임이 무거워 숨었을 것이라고 애써 짐작해본다.
하지만 자신과 깊은 연을 맺은 한 인생이 황망하고 때로는 억울하게 세상을 떠나는데, 그걸 모른 척했을 때의 죄책감, 그 무게는 더 무겁지 않을까.

......아흔을 넘겨 세상을 떠난 고인의 발을 가지런히 모아주며 그가 밟아온 길이 얼마나 길었는지를 잠깐 떠올려본다.
90년이라는 세 월을 두 발로 버티며 살아온 인생에 어찌 아름다운 일만 있었으랴.
굴곡 없는 인생이 있을까?
드라마가 아닌 인생이 있을까?
오르막과 내리막을 번갈아가며 긴 인생을 걸었을 그 발 앞에서 저절로 숙연 해진다.

.......오전까지 만장 2천 개를 겨우 완성한 뒤 서울시청으로 보내려고 할 찰나, 행안부 만장 담당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만장 깃대를 대나무 대신 PVC 파이프로 바꿔달라는 것이다.
이유를 물으니 그건 묻 지 말아달라고 했다.
무슨 사정이 있겠거니 하고, 기껏 어렵게 마련 한 대나무를 떼어내고 밤새 PVC로 바꿔 달았다.
나중에 전해 들으니, 만장에 사용한 대나무가 죽창이 되어 청와대로 향하게 될 위험 때문이었다나?
장례 중에 그런 판단을 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 걱정을 할 정도라면, 봉하 분향소에는 들르지 않더라도 전국 수백 개 분향소 중 어디라도 새벽에 기자들 동행해서 헌화라도 했으면 상황은 좀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그랬으면 세계적으로 방영된 영결식에서 "살인자”라는 말을 듣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을 것을..

.....스님이 오신 것 같았다.
"번 잡한 것은 하지 말라고 했잖아”
라고 하시는 것 같았다.
49재도 '나답게' 해달라는 스님의 뜻인 것만 같아 멈칫했다.
그런데 어쩌라.
사람들은 예상대로 구름같이 몰렸고 준비한 의자도 모자랐다.
"스님, 떠나보내기 아쉬워하는 우리 마음도 이해해주세요."
지금도 내 마음에 문득 들어온 욕심으로 괴로워질 때면 "무소유"를 읽는다.
스님은 사는 동안 갖지 않는 것의 충만함을 누렸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스님에게는 당신을 존경하고 따르는 수많은 사람이 있었다.
물론 원한 적도 없고 자신의 것도 아니라고 하시겠지만...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인생인데 우리는 '내일'이 당연할 줄 알 고 살아간다.
나는 사고의 순간 까딱하면 '내일'을 맞지 못할 뻔했 다.
후회 없이 산 인생이 잘 산 인생이라는데, 우리는 매일 후회할 일을 하며 산다.
죽기 전에는 후회할 일을 청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죽음의 기로에 서보니, 매일 후회할 일을 반성하지 않으면 죽기전에 그 일을 청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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