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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회관 휴게실/세상이야기

국가공원 1호 용산공원, 이렇게 탄생할 순 없다

by Ajan Master_Choi 2021. 7. 20.

2020년 7월21일 서울 용산공원 부지 내 장교숙소 5단지 개방 행사가 열렸다. 당시 정세균 국무총리와 유홍준 용산공원조성추진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비 제막을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0년은 용산공원 조성 과정에 큰 변곡점이었다.

2020년 12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를 통해 주한미군에 공여한 부지 중 일부 미군기지 반환을 완료했기 때문이다.

2004년 12월 용산기지 이전 합의(UA/IA)가 체결됐으니 협정 체결 뒤 16년 만에 첫 용산기지 반환이 이뤄진 것이다.

반환 부지는 ‘주한미군 장교 숙소 5단지’ 내 소프트볼장과 국립중앙박물관 북쪽에 접한 스포츠필드다.

역사·문화적 가치가 있는 시설물이 있는 곳은 아니다.

주한미군에 공여한 용산미군기지 전체에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에 따른 공원 조성지구인 ‘본체 부지’로 한정해보면 빙산의 일각 수준이다.

하지만 용산기지 부지 반환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이전 앞둔 건물 정치적 지형 속에 잔류 시간 결정

용산미군기지 면적은 여의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용산기지를 방문해보면, 군사지역이라는 느낌보다 미국 교외 지역의 작은 도시에 온 듯한 인상이 든다.

주거지역, 그리고 업무지역과 연결된 도로를 사이에 두고 커뮤니티 시설과 각종 기반시설이 눈에 띈다.

용산기지를 처음 출입했던 2013년에 비해 지금은 한미연합사를 제외한 주요 부대와 병력이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을 완료해 유령도시 같은 느낌마저 든다.

앞으로 이전을 앞둔 곳은 한미연합사령부와 드래곤힐호텔,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 단지이다.

이런 시설은 한반도 안보와 전시작전권 환수 등 외교관계와 직간접적 영향을 받은 주요 시설이라 정치적 역학 속에 잔류 시간이 결정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을 비롯해 중앙정부의 관계 기관장, 정치계 인사들은 기지 내 폐쇄 시설 유지와 온전한 기지 반환이 이뤄지도록 포괄적인 사업관리와 지속적인 지원에 힘써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2020년 12월 용산공원 정비구역 최종 면적을 300만㎡로 확정 고시했다.

2011년 국토교통부(당시 국토해양부)는 용산공원 조성지구를 용산미군기지 본체 부지 중 헬기장, 출입·방호시설, 드래곤힐호텔 부지를 제외한 242만㎡라고 발표했다.

약 10년이 지나 국립중앙박물관, 전쟁기념관, 용산가족공원, 옛 방위사업청(초대 해병대사령부)·군인아파트 부지까지 편입해 용산공원 조성구역을 확장했다.

용산공원 면적이 91만 평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의 대형 공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됐다.

이어서 국토교통부는 2021년 상반기에 용산공원 기본설계 및 조성계획안 변경 용역을 발주했다.

용산미군기지 부지를 단계별로 부분 반환 받으며 공원을 조성해 2030년 용산공원 전체를 개방하겠다는 큰 그림 아래 진행 중이다.

2030년을 목표로 2012년 국제공모에서 당선된 ‘West8+이로재+동일기술공사’ 팀이 제안한 ‘미래를 지향하는 치유의 공원’(Healing: The Future)안을 2021년 상반기 국민참여단의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 계획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 편입된 시설 관리자들과 협력체 구성을

변경된 공원 조성지구를 대상으로 공원 계획안 작성을 착수한 지금, 설계 이전에 필요한 현장조사 결과와 대국민 의견수렴의 결실을 보기도 전에 또다시 성급하게 추진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설계 용역 발주보다 사업 주관·담당 관리자가 편입된 부지(전쟁기념관, 국립중앙박물관, 용산가족공원 등)의 시설관리 담당자와 먼저 협력체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협력체계가 어느 정도 잘 운영될 때 용산공원 조성 기본설계를 추진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확장되는 용산공원 조성 부지에 맞춰 운영 조직과 방식을 어떻게 변경할지 모색할 시간을 충분히 가져볼 법한데 대안과 시도가 없었던 것이 아쉽다.

현재 용산기지 내 시설물 조사는 전체 시설물의 절반 정도를 살펴본 상황이다.

아직 기지 반환이 진행 중이고, 폐쇄된 시설의 담당자가 모호해진 상황에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돼 시설물 조사팀도 감독자 통제를 받으며 미군기지 출입이 허용되는 실정이다.

공원 계획을 수립하는 사람들이 현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느끼는 데는 수년이 필요할 수 있다.

정확한 현장 조사 없이 막연한 목표 시간에 맞춰 ‘국가공원 1호’가 탄생하도록 할 수는 없다.

이제 막 용산미군기지 반환이 시작됐고, 앞으로 차차 어떤 이슈가 생겨 반환 시기에 영향을 미칠지 예단하기 어렵다.

우리 국민이, 서울시민이 300만㎡에 이르는 드넓은 용산공원에서 마음껏 뛰고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기까지 풀어야 할 숙제를 나열해보자.

펼쳐진 사항들을 보면 국토교통부만의 과제가 아님을 금방 알 수 있다.

지역과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오염 정화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일제강점기 한반도 침탈의 심장부였던 용산 일본군 병영 시설은 어떻게 남길 것인지, 6·25전쟁 이후 동아시아 평화와 한-미 동맹의 상징인 용산기지 시설은 또 어떻게 기록하고 활용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국토교통부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을 중심으로 한 협치가 필요하며, 용산기지 공원화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정리하고, 공공기관과 시민사회의 신뢰를 통해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는 과정으로 삼아야 한다.

그야말로 용산공원 조성은 건강하고 거대한 녹지를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성숙하는 과정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공원” 약속 실천해야

끝으로 2016년 11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용산공원 설계자인 네덜란드 도시조경가 아드리안 회저(West8)와 한국 건축가 승효상(종합건축사사무소 이로재)의 특별 대담회에서 두 사람이 나눈 메시지를 되새겨보자.

“용산공원 종합기본계획에 제시된 ‘2027년 공원 조성 완료’ 등의 추진 일정을 사회적 총의와 주변 여건의 변화에 따라 최대한 유연하게 운영할 계획이다. (…) ‘완성’이라는 의미보다는 공원의 기본적인 틀과 토대를 마련한다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내부의 내용물은 수세대에 걸쳐 계속해서 채워나가는 ‘끊임없이 진화하는 공원’을 목표로 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