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얼굴은 참 오묘합니다.
눈, 코, 입이 조금씩 다른데도 전혀 다른 사람이 되니...
또 얼굴에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가 대충은 쓰여있습니다.
나이 40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은 그래서 생긴거겠죠.
잘 그린 초상화에서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가 느껴집니다.
이 그림은 라파엘의 1512년 작,
교황 율리어스 2세의 초상입니다.
깊게 패인 미간.. 힘주어 다문 입..
무언가를 골똘이 생각하고 있는 눈...
그런데...왠지...
신의 뜻이 무엇인지..
신의 뜻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의상은 성직자인데...
얼굴은 권모술수에 통달한
욕심 많은 노인의 느낌입니다.
저 옷의 질감... 아오~~~~
손의 자태...
권위가 느껴지네요.
그런데 손톱이...ㅜㅜ
아래 그림의 손톱 좀 보세요.
손가락에는 반지가 양손 합쳐 6개네요.
중지에만 반지를 안낀 이유는 뭘까요?
율리우스 2세는 예술과 문학의 후원자로 후세에 이름을 남긴 교황입니다.
라파엘과 미켈란젤로를 로마로 부른 장본인이지요.
조각가인 미켈란젤로에게 시스틴 성당의 천장화를 맡겨
그 유명한 천지창조를 탄생시킨 것도 이 사람입니다.
최고의 성직자에...
예술의 후원자인 사람을
왜 이렇게 그렸을까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르네상스 최고의 천재화가인 라파엘이..
율리우스 2세의 시절에 교황은
카톨릭의 수장이자 교황령의 군주였습니다.
이웃 나라의 군주들과 힘겨루기를 하고..
합종연횡을 모의하고..
군대를 이끌고 전쟁터에 나가고..
숨겨 놓은 여자에게서 애도 낳고..
이런 교황이 예술에 눈을 떠 인류에게 위대한 작품을 선물했으니...
세상사는 그리 단순하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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