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물감야물(加也勿減也勿)
더하지도 말고 덜하지도 말라
[더할 가(力/3) 이끼 야(乙/2) 말 물(勹/2) 덜 감(氵/9) 이끼 야(乙/2) 말 물(勹/2)]
음력 팔월 보름날에 맞는 명절 秋夕(추석)보다 정겨운 말,
한가위는 신라의 嘉俳(가배)에서 유래한 유서 깊은 이름이다.
만물이 풍성하게 자라 이맘때에는 오곡백과가 모두 영근다.
여름철 땀 흘려 지은 농사가 결실하여 즐기는 일만 남았기에 ‘5월 농부 8월 신선’이란 말도 나왔다.
햅쌀로 송편을 빚고 햇과일 등의 음식을 장만하여 음식을 이웃과 나누어 먹었다.
민족의 대이동으로 친지들이 모여 조상의 은덕을 기리는 차례를 지냈다.
그러니 모든 것이 어려운 옛날에도 인심이 넉넉한 일 년 가운데 가장 푸근한 날이라 ‘사람들뿐만 아니라
강아지나 소나 말이나 새들에게, 시궁창을 드나드는 쥐새끼들에게도 포식의 날’(박경리/ ‘토지’)이었다.
모든 것이 풍성한 때에 잘 먹고 잘 입고, 즐거운 놀이를 하며 편히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라는 속담이 생겼다.
바로 더하지도 말고(加也勿) 덜하지도 말고(減也勿) 늘 추석 때처럼만 되었으면 좋겠다는 서민의 바람이다.
조선 순조 때 金邁淳(김매순, 邁는 갈 매)이 지은 ‘洌陽歲時記(열양세시기, 洌은 찰 렬)’에 실려 있다.
열양은 한양, 오늘의 서울서 행해지던 세시풍속 80여종을 수록한 책이다.
같은 시기 洪錫謨(홍석모)가 편찬한 東國歲時記(동국세시기)와 함께 민속을 다룬 귀중한 자료다.
그 부분을 인용해보자.
‘추석 때가 되면 오곡백과 모두 익어서 풍성하므로 다른 이름으로 중추가절이라고 불렀다. 민간에서는 이 날을 가장 중요한 명절로 여겨서 아무리 벽촌의 가난한 집에서라도 모두 살로써 술을 빚고 닭을 잡아 반찬도 만들고 또한 과일도 푸짐하게 장만했다. 그래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 날만 같아라(爲之語曰 加也勿 減也勿, 但願長似 嘉俳日/ 위지어왈 가야물 감야물 단원장사 가배일)고 희망했다.’
중국에서는 中秋(중추)와 月夕(월석)이란 말이 합쳐져 추석이 됐다고 일부에서 주장하지만
달떡 中秋月餠(중추월병)을 즐기며 대대적인 명절로 여긴 것이 明(명)나라 이후라니 역사는 짧다.
고향 가는 길이 차량 정체로 평소보다 몇 시간이나 걸려도 마냥 즐겁다.
전국적으로 3000만 명이 이동한다는 추계도 있다.
햇과일과 제수품 값에 시름겨워 하는 가정이나 취업 못한 실업자도 여전하다.
이웃을 살펴 가며 풍성한 한가위를 즐긴다면 더욱 보람찬 명절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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