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끝낸 수험생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보냅니다.
결과를 떠나 기나긴 낮과 밤을 좁은 책상에 앉아 견디어 낸 것만으로도 큰일을 해냈습니다.
이제 청춘의 날개를 활짝 펴고 새로운 세상으로 날아오르길 바랍니다.
요즘 온 나라는 너무도 참담하고 용서할 수 없는 사실을 마주하며 분노로 들끓고 있습니다.
성난 민심은 100만 촛불이 되어 광장을 밝히며, 불의를 몰아내고 정의를 세우는 새로운 희망의 빛이 되고 있습니다.
그 촛불의 한가운데 사랑하는 우리 학생들도 있습니다.
이어지는 집회에는 수능을 끝낸 학생들도 대거 합세할 것이라는 예상이 언론보도에 나오고 있어 적잖이 마음이 쓰입니다.
이런 때에 몇몇 곳에서 학생들이 시국선언이나 촛불시위 참여를 못 하도록 막아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이것은 매우 큰 잘못입니다.
학생들의 의사 표현과 광장참여의 자유를 막을 어떠한 이유도 명분도 없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목소리를 내고 촛불을 드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국민이 준 신성한 권한을 몇 사람이 마음대로 휘둘러 나라를 망친 것에 분노가 일 것입니다.
누군가는 교육과 입시에서 엄청난 특권을 누렸다는 사실이 주는 박탈감과 상처도 매우 클 것입니다.
민주국가의 상식과 수많은 사람의 반대에도 ‘혼이 비정상’ 운운하며 강행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누리과정 예산 떠넘기기로 인한 교육재정 악화는 우리 학생들의 삶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무엇보다 304명의 우리 아이들과 국민의 고귀한 생명이 캄캄한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진실마저 수장시키려 한 거짓된 음모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시민으로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민주 광장에 참여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입니다.
우리 헌법에는 모든 국민의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학생 역시 국민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가입하여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 <유엔아동권리협약>에도 아동의 ‘표현에 대한 자유권’과 ‘평화적 집회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며, 초중등교육법에서도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할 의무를 학교에 부과하고 있습니다.
학칙에서 이를 제한하고 있다면 그것은 법을 위반한 학칙으로 효력이 없습니다.
지난 시대를 되돌아보면 학생들의 참여는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멀리 일제의 침탈에 항거하여 임시정부수립의 발판이 되었던 3·1운동으로부터, 학생의 날로 기념하고 있는 11·3 학생독립운동, 이승만 독재를 무너뜨린 4·19 혁명과 군사독재 시대를 끝낸 6월 항쟁, 광우병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 등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바꾼 물결의 한가운데에 항상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교육이 기르고자 하는 사람은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이는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며,
정의롭게 사회와 역사의 주인으로 참여하는 시민을 뜻합니다.
많은 국민이 나라를 바로잡기 위해 나서는 광장은 더없이 좋은 민주주의의 배움터가 될 것이며,
사회와 역사의 주인으로 참여한 경험은 시민으로서의 삶에 훌륭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말(馬)은 없지만 말할 권리는 있다”는 어느 학생의 외침처럼
표현의 자유와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집회 참여의 권리는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이유로 어떠한 불이익도 없어야 할 것입니다.
다만 집회에 참여할 경우 많은 사람이 모이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학생들은 무엇보다 안전에 유의하며 차분하게 참여하기를 바라며
시민들께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배려와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학생들은 참여 여부를 떠나 역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똑똑히 지켜보고 민주주의가 무엇인가를 배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항상 사랑하는 우리 학생들을 믿고 지지하며 응원을 보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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