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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회관 휴게실/세상이야기

평창올림픽에 출전하는 귀화 선수들

by Ajan Master_Choi 2017. 9. 12.

 

아이스하키 등 5개 종목 19명 확정

 

2018 평창겨울올림픽 귀화 선수 19명이 확정됐다.

한국 역대 올림픽 사상 최대 규모다.

바야흐로 스포츠의 다문화·다국적 시대다.

 

11일 평창겨울올림픽조직위원회가 집계한 5개 종목 ‘우수선수 특별귀화’ 현황을 보면, 아이스하키(남 7명, 여 4명)가 11명으로 가장 많고, 바이애슬론(4명), 스키(2명), 아이스댄스(1명), 루지(1명)가 뒤를 잇고 있다.

국적별로는 캐나다(8명), 미국(5명), 러시아(4명), 노르웨이(1명), 독일(1명) 등 차례다.

2014 소치겨울올림픽 때 여자쇼트트랙의 공상정이 유일한 귀화·화교선수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었다.

 

남자아이스하키는 25명 엔트리 가운데 7명이 외국인 선수다.

양승준 평창올림픽 준비기획단장은 “아이스하키에서는 국적을 옮겨가며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일반화됐다.

국내 성인 선수가 200명 정도로 빈약하기에 국제아이스하키연맹이 지속적으로 외국 선수를 영입하라고 권고한 것도 작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가 세계적인 선수를 데려올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인성이 좋고 성실한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토종 선수들이 배운 점도 많다”고 했다.

 

올해 남자아이스하키팀이 월드챔피언십 진출을 이뤄낸 것은 백지선 감독의 탁월한 지도력도 있었지만, 주득점원인 토종 선수들과 거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은 귀화 선수들의 협력에 의해 가능했다.

대표팀은 평창올림픽에서 8강 진출을 목표로 잡았다.

 

새러 머리 감독이 이끄는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도 23명의 엔트리 가운데 4명을 귀화 선수로 채웠다.

이들 4명은 모두 한국계라는 점이 특징이다.

캐나다 동포 박은정(28)과 대넬 임(24)은 동포로 이중국적을 얻었고, 미국 입양아 박윤정(25)은 국적을 회복했다.

어머니가 한국인인 랜디 그리핀(29)도 합류했다.

여자아이스하키팀의 평창올림픽 목표는 1승이다.

 

바이애슬론은 여자 2명, 남자 2명 등 4명의 러시아 선수들을 귀화시켰다.

대한바이애슬론연맹 관계자는 “개인종목이지만 국내 성인 선수들이 50명 정도다. 도저히 평창올림픽을 준비할 수가 없었다. 국제무대 입상 경력이 있는 러시아 선수들이 대거 귀화를 했다”고 했다.

여자부의 안나 플로리나(33)와 에카테리나 에바쿠모바(27)가 이미 확보한 4장의 출전권 가운데 2장의 주인공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자는 티모페이 랍신(29)이 내년 1월 결정되는 출전권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달 대표팀(남녀 15명)에 합류해 뉴질랜드 전지훈련을 다녀온 이들은 현재 평창에서 롤러스키를 타며 여름 합동훈련을 하고 있다.

바이애슬론연맹 관계자는 “평창올림픽에서 메달권에 들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함께 훈련을 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귀화 선수들도 이번 올림픽이 끝이 아니라는 각오로 훈련을 하고 있다”고 했다.

 

대한스키협회는 노르웨이 국적의 김마그너스(20)와 미국 입양아 이미현(24)을 확보했다.

둘은 이중국적으로 국적을 회복한 사례다. 김마그너스는 평창보다는 2022년 베이징겨울올림픽을 내다보고 있고, 이미현은 프리스타일 스키 슬로프스타일에서 10위권에 도전한다.

대한스키협회 관계자는 “한살 때 입양됐던 미현이가 뉴질랜드 전훈 중인데 성격이 쾌활해 동료들과 잘 어울린다. 우리말을 못해도 선수들과 소통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마그너스는 노르웨이에서 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의 알렉산더 개멀린(24·미국)이 올림픽 출전권을 따기 위해 귀화했다.

개멀린은 민유라(22)와 한조로 이달 말 독일에서 열리는 네벨호른 트로피 대회에서 평창행 티켓을 노린다.

루지에서는 독일 출신의 에일린 프리쉐(25)가 평창올림픽 입상을 위해 귀화했다.

프리쉐는 2012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딴 유망주였지만 자국 대표팀 선발에서는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귀화 선수들이 늘어난 것은 올림픽 출전을 꿈꾸는 외국 선수들과 선수층이 엷은 한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외국 선수들이 한국을 대표해 뛴다는 것을 불편해하는 시각도 있지만, 안현수가 러시아 대표로 금메달을 따는 등 스포츠 무대에서 나라·인종 간 경계는 허물어졌다.

 

류태호 고려대 교수는 “정부와 지자체가 평창올림픽 유치에만 전력했을 뿐 동계올림픽 종목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노력은 뒤로하고 있다. 경기력이 떨어지는 각 연맹과 단체는 선수 보강을 위한 고투를 하고 있다. 많은 선수의 귀화 영입은 경기력을 올리기 위한 고육지책이기도 하지만 세계시민화라는 지구촌 변화의 단면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