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어떻게 읽고 이해 할 것인가 ?
''우리는 경건하지 않다. 우리는 여전히 속세에 머물러 있으며, 한때 신이 서 계시던 자리에 이제는 멜랑콜리 (비관적인 우울 )가 서 있다”
인쇄 기술이 발달하연서 다양힌 분야의 수많은 작가들의 책들이 출간되어 왔습니다.
그 많은 책들중에서 우리는 어떤 책을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이해하는 세계는 달라지게 됩니다.
또한 같은 작품이라도 그 작품의 내용에만 매달리는 것과 그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고려해서 이해하는 것은 큰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언젠가 제가 당신에게 보낸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은 단순히 남녀의 사랑을 다룬 것이 아니라 몰락하는 지주계급과 새롭게 부상하는 신흥자본가의 갈등이라는 시대적인 배경을 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좋은 작품일수록 당대 사회의 구체적인 삶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김수영의 시는 4.19나 5.16이라는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김승옥의 소설은 대부분 6~70년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의 소설에는 6~70년대 산업화로 인해 형성되기 시작한 소시민의 삶을 탁월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오정희는 일상의 상처로 부터 인간의 실존적인 삶의 문제를 제기하는데 탁월한 작가입니다.
그녀의 대부분의 소설은 사소한 일상에서 갖게 되는 상처와 그 흔적을 통해 인간 내면의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그녀는 인간다운 삶을 향한 끊임없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습니다.
그녀의 소설속 대부분의 인물들이 겪는 일상의 상처도 결국은 6~70년대 한국사회라는 특정한 시대의 구체적인 삶의 산물입니다.
우리는 작품속 인물들의 삶을 통해 그 시대를 이해하고, 동시에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그 작품을 이해하고 해석합니다.
문학이나 예술작품에 대한 이해나 해석은 역사와 사회에 대한 진실의 안에서만 가능하다고 할 것입니다.
당신이 언급한 카프카의 '변신'을 부조리한 삶을 표현한 실존주의적인 작품이라고 말한다면 저는 전혀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런식으로 말한다면 대부분의 소설 역시 삶의 부조리나 존재의 비극을 담고 있습니다.
변신을 포함한 카프카의 작품은 1차세계대전이 휩쓸었던 1910년대라는 시대적 상황과 유대인이라는 카프카의 정체성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이해하기 힘든 점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소설들이 그러하듯 카프카의 작품역시 단순히 감상에 머무는 것과 해석이나 평가를 하는 것은 다른 문제 입니다.
카프카의 작품에 대해 가장 많은 비평을 남긴 사람은 게르트 숄램과 벤야민 입니다.
두사람은 카프카의 작품을 두고 오랫동안 서로의 생각을 주고 받았고, 벤야민은 '카프카와 현대'라는 글을 통해 카프카를 새롭게 해석하려 했습니다.
이들이 카프카의 작품에 관심을 기울인 것에는 1920~1930년대라는 시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과 유대인의 갈등, 히틀러의 강제 수용소 설립, 아랍봉기등 세계는 혼란 스러웠습니다.
또한 제국주의와 파시즘으로 2차 세계 대전의 그림자가 어렴풋이 드리우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벤야민과 숄렘은 곧 화염에 휩싸일 세계를 1910년대 카프카의 작품에서 읽어내려 했던 것입니다.
“종교가 존재의 개혁이 아니라 존재의 붕괴인 점에 바로 자본주의가 지닌 역사적으로 전대미문의 요소가 있다. 절망이 종교적 보편 상태로까지 확장되어, 그 상태에서 구원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신의 초월성은 무너졌다. 그러나 신은 죽은 것이 아니라 인간의 운명 속에 편입되었다.”
이는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자본주의가 완벽하게 신의 자리로 올라섰고, 이제 더이상 구원은 신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본을 통해서 밖에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자본주의에서 삶은 구원과는 거리가 먼 파멸에 가까운 것입니다.
잠자가 가족으로 부터 버려지는 것은 신의 문제인가 아니면 자본주의의 문제인가를 카프카는 묻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숄램과 벤야민이 카프카를 해석하려한 것은 시대적인 요구에 의한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작품에 대한 해석은 그작품을 통해 던지는 작가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카프카는 자신의 소설을 통해 모순과 부조리로 가득한 이세계에 대해 질문을 하고 있고, 우리는 아직 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세계는 여전히 카프카가 살았던 그 시대의 비극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카프카를 어떻게 해석하든 그의 세계관이 가장 잘 드러나 있다고 알려진 '황제의 전언' 에서 카프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진실은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한다고 해도 전달될 수 없다' 는 어느 철학자의 주장과 맞닿아 있습니다.
황제는 전령에게 진실을 말해주지만 전령은 황궁의 미로속에서 길을 잃어버림으로서 진실은 알려지지 않습니다.
부조리와 모순으로 가득한 세계는 이해할 수 없고, 설령 이해한다 할지라도 그 모순은 결코 해결 할 수 없다는 것이 카프카 소설에 대한 숄렘의 해석입니다.
벤야민이나 숄렘의 카프카에 대한 해석은 너무 난해해서 제대로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 그들이 왜 카프카의 해석에 몰두했는지는 이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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