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행동을 하려면
동기가 필요하다.
어떤 동기가 생기는 경우
실제로 행동을 개시할지 말지를
전두엽의 대뇌피질이 결정한다.
그 결과에 따라 운동피질에서
척수를 통해 근육에 신호를 보내면
움직임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어떤 행동을 할 때 만족감을 느끼면
도파민과 진통 효과가 있는 엔도르핀의 분비 신호가 작동한다.
그리고 이 만족감을 경험하지 못하면
기대했던 도파민과 엔도르핀이 활성화되지 않으므로
좌절감과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때 스트레스 호르몬인
노르에피네프린과 코르테솔이 분비된다.
마음에 화가 차오르는 상황이다.
그리고 전두엽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만드는 자제력이 있다.
그런데 중독의 고리가 형성되면 전두엽의 자제력은 약해진다.
그래서 중독이란
'어떤 자극원에 대한 의존성이 점차 강해지면서 일상생활과 건강에 해를 끼치는 상태'
라고 정의한다.
보통 우리가 중독이라고 하면
술, 담배, 마약을 떠올리지만,
초가공식품도 중독회로를 잘 형성한다.
사람은 당 부하가 높으면서
지방까지 함유된 식품을 좋아한다.
그래 쉽게 중독된다.
우리는 중독과
보상의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왜냐하면 더 강하고 빠르게
획득할 수 있는 보상(도파민)의 자극제가
계속해서 시장에 나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시대를 넘어
짧은 동영상을 올리는 플랫폼인
틱톡이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우리는 이러한 자극에 끊임없이 탐닉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체내 도파민 신호는 자극에 적응한다는 거다.
강한 보상과 만족감을 주던 자극도 반복적으로 경험을 하면 처음의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스크린 세이버가 돌아가는 컴퓨터처럼 살고 있다.
전원이 완전히 꺼지지 않고 풀타임으로 가동 중인 뇌는 잠을 잘 때에도 충분히 쉬지 못한다.
가장 큰 문제는 침대에 가지고 들어가는 스마트폰 때문이다.
자기 전에 “잠깐만 보자”며 스마트폰을 키면, 한 두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각종 SNS, 쇼핑 앱, 스트리밍 서비스 등을 전전하다 지쳐 눈을 감을 땐 뇌는 이미 활성화된 상태다.
명멸하는 액정, 익숙하게 스크롤을 내리는 손가락, 취할 만한 정보를 찾아 빠르게 움직이는 눈, 톡하고 손끝으로 화면을 찍으면 바로 펼쳐지는 자극의 세계.
내 의지로 하는 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버튼만 누르면 정해진 대로 움직이는 반자동 기계에 더 가깝다.
지금 우리들에게 가장 큰 중독의 대상은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이다.
그것이 우리들의 뇌의 보상회로를 자극하는 스윗치가 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사회의 복잡성과 인간 내면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점점 무가치해지고 있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여해 기이할 정도로 많이 생산되는 상품을,
비정상적으로 많이, 소비하게 만드는 일,
그것을 인간의 의지를 유혹하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제 약물이나 알코올뿐 아니라 음식, 게임, OTT 등 많은 시장이 중독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보상과 쾌락에 관여하고 중독을 일으키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에 주목이 쏠리고 있다.
이를 위해 중독이 디자인되고 있다.
'호모 아딕투스(Homo Addictus)' 시대이다.
호모 아딕투스는 중독(Addictus)된 인류를 의미한다.
중독에 빠지는 이유는 뇌의 보상회로 때문이다.
보상회로는 자극을 받으면 쾌감을 느끼고, 쾌감을 준 대상을 향해 강한 욕구를 느낀다.
그 맛에 빠지는 것이 중독이다.
그리고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무기로 쥔 빅테크 기업들은 다양한 아이디어로 사람들을 중독시켜 이익으로 전환시키는 새로운 경제구조를 구축하였다.
이를 우리는 중독경제라 한다.
20세기 초엔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돈을 버는 제품경제였다면, 20세기 중반이 되면 필요가 아니라 이미지를 소비하는 관심경제가 열린다.
유래 없는 풍요와 함께 생산이 수요를 초과하고, 광고를 통해 주목을 끌면서 없던 욕망도 만들어내는 물건만이 선택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소비에 투여할 수 있는 시간과 관심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이 시스템도 곧 한계에 다다른다.
그리하여 21세기 들어 자본은 24시간 소비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데 각종 디지털 기기가 바로 그것이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본은 두 가지 방법을 취했다.
더 큰 자극으로 어떻게든 주목경쟁에서 승리하는 것.
그리고 소비자의 시간과 관심을 최대치로 확장해서,
그렇게 늘어난 대부분을 생산과 소비가 구분되지 않는 디지털 라이프에 투여하게 하는 것이다.
인간의 행동을 추동하는 것이 필요도 욕망도 아닌, 도파민이 되어 버린 시대.
사회의 복잡성과 인간 내면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점점 무가치해지고 있다.
문제는 인간이 쾌락을 얻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환경에서 진화해왔다는 점이다.
두세 시간씩 헤매고 다녀야 겨우 먹을 걸 찾을 수 있었던 인간에게 도파민은 그 고난을 견딜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주는 생명의 물질이었다.
하지만 고개만 돌리면 단 20초 안에 도파민 분비가 자극되도록 설계된 시대는 사람을 무기력한 반자동 기계로 만든다.
도파민 과습에 노출된 인간은 자신만 썩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명들까지 말라 죽이고 있다.
이 중독의 고리를 끊어야만 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소셜미디어 속 트렌드를 따라가느라 사람들은 지갑 열기 바쁘지만,
정작 테크 기업에 의해 고안된 알고리즘이 아닌 자유 의지로 물건을 사며 살아가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중독 경제의 먹이가 되지 않으려면 앱 사용 시간 제한 하기,
디지털이 아닌 운동같은 다른 중독에 빠지기,
아날로그 체험 등을 제안한다.
이젠 욕망의 배치를 다르게 해야 한다.
욕망의 재배치라는 말은 욕망의 '건너 가기'를 하자는 거다.
어떻게? "쾌락에서 지성으로, 중독에서 영성"으로 건너가자는 거다.
아무리 멋진 자동차나 명품가방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시시해 진다.
더 좋은 자동차와 가방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 쾌락적응은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꿈에 그리던 상대를 만나 관계를 맺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방의 장점이 아니라 약점에 대해 '깊이 숙고'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를 갈망한다.
우리는 쾌락적응을 통해, 만족이 불가능한 쳇바퀴 속에서 스스로를 소진한다.
인간은 실현이 불가능한 욕망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때, 불행하다.
우리는 한 가지 욕망을 실현시켰을 때, 만족스러울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그 욕망이 실현되었을 때, 욕망은 진부한 일상이 되기 때문이다.
H=c/d.
H는 해피니스(Happiness), 행복이에요.
c는 캐피탈(capital), 돈이죠.
d는 디자이어(desire), 욕망이에요.
자본주의는 행복이 커지려면 돈이 많아져야 한다고 하죠.
그런데 돈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경쟁 논리가 작동할 수밖에 없어요.
경쟁이라는 것은 배타적이지요.
타자가 나에게 지옥을 안겨 줘요.
이 도식 안에서 살아가면 언제나 불안이 내면화됩니다.
우리는 지금 자본주의가 만든 이 도식 안에 삶을 집어넣고 있는 거예요.
우리는 옛날에 비해 돈이 많아졌어요.
그런데 그만큼 행복하질 않아요.
욕망이 커져서 그래요.
거꾸로 욕망이 줄어들면 행복이 커지지요.
욕망이 줄어들기 위해서는 내적 든든함이 있어야 해요.
내적 든든함은 나에게 주어진 것들이 제법 아름답고 좋다는 걸 알아차릴 때 생겨요.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를 보면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라고 하죠?
오래 보고 자세히 본다는 것은 시간을 들이는 거예요.
시간의 향기가 그 속에서 배어드는 거죠.
그럴 때 무언가에 대해 경탄할 수 있고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죠.
그때는 욕망이 나를 지배하거나 불안하게 만들지 못해요.
수련이란 욕망이 허상임을 알아차리고 그 너머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기르는 것이에요.
그런데 세상은 그렇게 되도록 놔두지 않죠.
'이 정도는 누려야지'라며 욕망을 슬글슬금 키우죠.
거기에 사로잡히면 늘 결핍되어 있고 행복은 영원히 유보될 수밖에 없어요.
어떤 사람이 낙타에게 물었다.
"오르막이 좋으냐, 내리막이 좋으냐?"
낙타가 대답했다.
"오르막길 내리막길이냐는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짐이다."
저 사막을 횡단하는 낙타에게 짐이 없다면 얼마나 발걸음이 가벼울까?
인생에서도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느냐가 아니고, 어떤 마음으로 사느냐가 중요할 때가 많다.
마음의 짐이 무거우면 인생 길이 힘들다.
살아가는 일이 자꾸 짐을 만들어 가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욕망을 가볍게 하는 게 삶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
사람들 개개인에겐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삶의 무게가 있다.
지나친 욕심으로 감당할 수 있는 무게를 오버해서도 안되지만, 감당해야 하는 무게를 비겁한 방법으로 줄여가도 안된다.
아직도 우리 사회가 순탄하게 돌아가는 것은 저마다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들 때문일 것이다.
그 욕망의 배치를 잘 해야 원하는 것으로부터 좀 해방될 수 있다.
그때부터 자유가 시작된다.
나는 두렵지 않다.
최근에 이유 없는 어떤 불안이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데, 무엇 때문일까?
아마도 욕심이 그렇게 만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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