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은 내어주고

중국에 전해지는 악부시집에는 아주 유명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대도강 李代桃僵"
"자두나무가 복숭아 나무를 대신하여 넘어지다."
 
계명이라는 시에서 유래한 성구로 전문은 이러합니다.
 
桃生露井上, 李樹生桃旁 복숭아 나무 우물가에 있고 자두나무 그 옆에 있다
蟲來嚙桃根, 李樹代桃僵 벌레가 뿌리를 갉자 자두나무가 대신해 시들었다
樹木身相代, 兄弟還相忘 나무도 서로 그런데 형제야 어찌 서로 잊을 손가
 
내용을 살펴보면 
우물가에 복숭아 나무가 자라고 있었고 그 옆에 자두나무가 자라고 있었는데 벌레들이 자두나무 뿌리를 갉아먹으니, 자두나무가 복숭아나무를 대신하여 죽었다고 여겨 옛 사람들은 이것을 형제의 우애에 빗대어, 대신하여 죽지는 못할망정 서로 헐뜯는 인간들을 안타까워하며 시로 표현한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표현된 '이대도강'이라는 사자성어는 중국의 고대병법인 손자병법 36계중 11번째 계책에 인용이 되어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
라는 것의 의미로 재해석 되었습니다.
오늘날에도 이것은 실제 전술과 정신적인 전술 양면에서 아주 중요한 맥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상대가 그대의 털을 베면, 그대는 살을 베고 살을 베면 뼈를 끊어라."
 
전장에서 완벽한 승리는 없습니다.
피해를 입지 않으려고 후퇴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작은 것을 잃었을 때 후퇴하지 말고 더 큰 것을 취하기 위해 전진하는 기상으로 전술적으로 상대의 뼈를 취하기 위해 털과 살을 내어 주는 고통을 감내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와같은 이야기는 성경에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되 이스라엘의 서너 가지 죄로 말미암아 내가 그 벌을 돌이키지 아니하리니 이는 그들이 은을 받고 의인을 팔며 신 한 켤레를 받고 가난한 자를 팔며...."
 
작은 물질 때문에 사람의 생명도 가벼이 여기는 행태에 대하여 분노의 질타를 쏟아내고 있는 것이 보이나요.
구약성경에서 이와같은 진노의 표현은 죄에 대하여 생명의 불씨를 남겨두지 않겠다는과격한 뜻으로 이해해도 됩니다.
과연 우리 삶 속에 이러한 모습들이 있을까요...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친구간 신의를 저버리거나, 
부부간 다툼을 벌인다면 그것이야 말로 소탐대실이 아니겠습니까...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 있습니다.
 
주인공 막시무스는 검투사로 전락하기 전 세계최강 로마제국의 장군으로서 철인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가장 총애하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매우 용맹하고 강인한 장군으로서 결코 전장에서 적장에게 무릎을 꿇지 않고, 
뒤돌아 도망치지 않는 강직한 성품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그가 유일하게 무릎을 꿇는 사람이 두 명 있었는데, 한 명은 자신이 섬기는 황제 였고, 다른 하나는 전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을 때, 뛰어와 안기는 어린 아들을 안아줄 때였습니다.
사랑하는 자녀 앞에선 호랑이 같이 용맹한 장군의 자존심과 품위는 더이상 가치없는 것 일뿐이었습니다.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명예처럼 
소중하게 여겨지는 것이라 할지라도 
이처럼 잠시 내려놓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려놓는 것은 막시무스 장군처럼 무언가 많은 것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건가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사람에게도 내려놓아야 하는 순간이 반드시 옵니다.
완전한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잠시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합니다.
 
물론 손해를 감수해야할 때도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할 때,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 주는 일이 사실 번거롭고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것으로 인연을 얻는다면 그것을 기꺼이 감당하고 말 것입니다.
 
작은 것을 내주고 
소중한 것을 취하는 현명함.
얻기 위해 내어주는 기다림.
살리기 위해 희생하는 정신.
 
물론 나에게도 부족한 것들이지만,
이러한 지혜가 제자들의 삶 속에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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