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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회관 휴게실/삶 이야기

자식의 신용카드를 긋는 순간 부모

by Ajan Master_Choi 2015. 4. 30.
청년들에게 번듯한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게 앞 세대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한국에서 중장년 세대의 양보를 기대할 수 있을까?
전체 노동자 중 대기업 정규직은 10.3%에 그친다(2014년 고용노동부 통계). 
지난해 청년층 신규 취업자의 95%(9만6000명)가 중소업체 임시직으로 들어갔다. 
시간당 임금은 대기업 정규직의 경우 2만1568원이었지만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8797원(한국노동연구원 통계)이었다. 
내년부터 종업원 300인 이상 기업의 정년이 60세로 연장된다. 
통상임금 확대도 불가피하다.
기업의 부담은 그만큼 커진다. 
이 말은 향후 5~7년간(정년 55세 기준으로 5년, 53세 퇴직 기준으로 7년) ‘청년 취업 빙하기’가 온다는 의미다. 
비용 부담이 커진 기업은 당연히 신규 고용을 줄일 게 뻔하다. 
이미 정규직-비정규직 사이의 골은 깊어졌다. 
청년들의 취업은 비정규직이 당연시되는 상황까지 왔다. 
저성장의 먹구름이 덮치는데도 불평등을 심화하는 현재의 노동시장 구조를 깨지 않겠다는 기성 세대의 탐욕은 끝이 없다. 
그럴수록 청년들은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기득권을 놓지 않겠다는 건 아들딸의 신용카드를 아버지가 그어 쓰겠다는 말과 같다. 
그들은 호의호식하겠지만 자식들은 파티가 끝난 뒤 빚잔치할 일이 두려울 뿐이다. 
취업은 안 되고, 사회는 저성장의 늪에 빠지고, 나라는 빚에 허덕인다면 청년들이 선택할 길은 뻔하다. 
암울한 미래뿐인 조국을 떠나는 일이다. 
지중해를 건너는 물길은 남쪽에서 북쪽으로만 나 있지 않다. 
북쪽(남유럽)의 청년들이 모로코 등의 공사 현장에 취업하기 위해 남쪽(아프리카 대륙)으로 건너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이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홍콩이나 싱가포르의 식당에 한국 청년 종업원이 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조국에서 희망을 찾지 못한다면 대한해협을 건너고, 태평양으로 나서는 청년이 늘 것이다. 
물론 이들이 밀입국 보트를 타지는 않겠지만 청년들이 조국을 등진다는 것만으로도 이 나라는 난민선 신세가 될 수 있다. 
노사정위원회를 반드시 재개해 청년 일자리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하라. 
자식의 신용카드를 긋는 순간 부모는 나라를 망친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