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왕회관 휴게실/세상이야기

오래전의 추억들

by Ajan Master_Choi 2013. 12. 5.

그때 우리는 흑백TV에 리모컨 없이
손으로 직접 채널을 돌렸던걸 기억합니다.

우리는 빌리진과 이랜드 모닝글로리 아트박스 등등의 열풍을 기억합니다.

우리는 부엌에 나가
연탄불과 곤로에 불을 붙여
밥하시던 어머니를 기억합니다.

우리는 동네에서 스카이콩콩을 타고 놀았습니다.

우리는 해가 지고 어두울 때까지
친구, 형, 누나들과
얼음땡, 딱지와 구슬치기, 고무줄, 오징어, 다방구를 하며 놀았습니다.

우리는 간혹 하늘에서 나풀거리며 떨어지던 삐라를 주웠습니다.

우리는 캔디, 은하철도999, 아톰, 삐삐등등의
만화영화를 보았습니다.

우리는 민방위 훈련을 자주했습니다.

  •  

우리는 애국가가 울려퍼지면
왼쪽 가슴에 손을 얹고
가던 길을 멈춰 서 있어야 했습니다.

우리는 웅변학원, 주산학원을 다녔습니다.

우리는 길거리에서
백골단의 무자비한 폭력과
난무하는 최루탄을 보았습니다.

우리는 라면만 먹고 뛰었다는
임춘애에게 열광하던
찌라시 기자들을 기억합니다.

우리는 고교시절 군인들처럼
교련복을 입고 군인교육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88년9월17일 88올림픽을 보면서
손에 손잡고를 따라 불렀습니다.

우리는 가끔씩 시험이 끝나면
단체로 극장도 갔습니다.

우리는 영웅본색의 주윤발이
싸랑해요 밀키스~라고 하는걸 봤습니다.

우리는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들으며
좋아하는 노래를 녹음했습니다.

우리는 롤러장에서 사람이
날아다닐 수 있다는걸 알았습니다.

우리는 성문기본영어, 수학의정석를
마스터하기 위해서
밤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매점에서
회수권을 다발로 구입하고
그걸 아끼려고 11장으로 작업해서 잘랐습니다.

우리는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여자가 받으면 데이트신청을 하는 폰팅이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우리는 500원씩 넣고
노래 한 곡을 부를수 있는 노래방에서
동전을 교환해가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우리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가 무척 놀라웠습니다.

우리는 대전에 'EXPO' 라는 시대를 함께 했습니다.

우리는 밤12시 넘어서 새벽까지
술집에서 당당하게 술을 마실수 있다는게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우리는 삐삐의 암호와 같은 숫자의 뜻을
모두 알고 '3535' '1004'를 제일 좋아 했습니다.

우리는 일부러 공중전화부스 옆에 가서
삐삐와 씨티폰을 꺼내 통화하며 뿌듯해 했습니다.

우리는 희한하게도
제도의 변화란 변화는 모두 겪으며
그렇게 사회인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중요한 고비마다
닥쳐왔던 불리한 사회적 여건을 원망했지만
참 열심히 살았습니다.

어느 날 문득 뒤돌아보니
벌써 50대가 되어 있었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 왔습니다.

이 글을 읽으며
영화처럼 머릿속으로
옛 추억이 스쳐지나가는 당신은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