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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회관 휴게실/삶 이야기

시인 박진식

by Ajan Master_Choi 2014. 8. 6.

그의 삶은 잔혹한 생매장 과정이었다. 

그는 7살부터 ‘부갑상선 기능 항진증에 의한 각피 석회화증’이란 희귀병에 걸려 칼슘 과다 분비로 몸이 돌처럼 굳어졌다.



9살부터는 거의 누워 지냈다. 

13살부터는 몸에 축적된 석회가 관절에 엉켜 붙었고 체내 욕창으로 몸은 계속 부었고 잠에서 깨면 석회가 뚫고 나와 피부 곳곳이 터지며 생살이 빨간 젤리처럼 핏물로 범벅이 되었다. 

25살 때, 극심한 통증과 함께 폐와 심장까지 석회화가 진행되어 몸의 30%가 마네킹처럼 되었고 한번은 어머니가 쇠꼬챙이로 몸 안의 석회를 긁어내다가 쇠꼬챙이가 휘기도 했다.


한때 죽음도 생각했지만 그냥 죽기에는 너무 억울했다. 

그는 희망의 끈을 잡고 자기 삶을 긍정하며 삶의 의미를 찾아 몸부림쳤다. 

영어와 한문을 공부했고 다양한 독서와 시 습작도 했고 컴퓨터도 열심히 익혔다. 

결국 굳어진 양손에 끼운 볼펜으로 컴퓨터를 치며 2년여 만에 <절망은 희망의 다른 이름이다>란 책을 냈다.


그는 절망의 우물에서 희망의 우물물을 길었다. 

책 서문에서 그는 말했다. 


“지금 살기 힘들어 절망하신 분이 있다면 제 이야기를 읽고 부디 힘을 내십시오. 저는 꿈꿀 수만 있어도 행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참담한 현실에 처했어도 살아 있는 한 꿈을 버리진 마십시오. 그리고 여러분, 울지 마십시오.”


흐르는 눈물조차 혼자 못 닦는 사람이 희망을 외친다면 누가 감히 절망을 말하겠는가? 

절망 중에도 희망이 있으면 위대함은 시작된다. 

아직도 희망은 있다. 

절망은 희망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지만 희망의 가면이기도 하다. 

인생의 옷을 짜는 과정에는 즐거운 천연색 날실뿐만 아니라 고난의 검은색 씨실도 필요하다. 

검은색 실도 있어야 아름다운 비단이 만들어지듯이 절망을 거부하며 삶을 긍정하면 인간승리의 길은 열린다.


절망했던 틈은 잃어버린 사랑을 회복하는 틈이고 절망했던 시간은 “나는 누구인가? 내가 왜 여기에 있는가?”를 찾는 시간이다. 

절망했던 자리는 자기 자리를 자각시키는 꽃자리다. 

절망의 기억은 희망의 기대로 꽃피워야 한다. 

절망 속에서 나를 살필 때 희망 속에서 남을 살찌울 수 있다. 

나의 절망은 남의 절망을 감싸주라는 도전이다. 

절망은 우연이 아니고 사랑과 평화를 위한 필연이다. 

절망의 자리를 사랑과 평화를 피워내는 꽃자리로 만들 때 절망은 희망의 다른 이름이 된다.


희망의 힘은 절망의 힘보다 크다. 

희망의 커튼을 열면 희망의 미래가 보인다. 

희망의 드라마는 항상 상상을 초월해서 전개된다. 

그 드라마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실패했다고 한탄하기에는 아직도 시간이 있다. 

현재를 보고 울지 말고 내일의 희망을 가지라. 

삶이 힘들어도 다시 한 번 따뜻한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