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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회관 휴게실/세상이야기

선수와 관장, 부커와 대회사, 계약의 엄격성

by Ajan Master_Choi 2022. 12. 8.

대회사와 부커

부킹 booking 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클럽에서 만남을 주선하는 의미에서 쓰이는 단어로 자리 잡혔습니다만

사실 부킹은 예약, 특히 콘서트의 출연 계약을 의미하기도 하는 단어입니다. 


이 부킹에서 파생된 단어가 부커인데 

기존의 입식 격투계에서는 잘 쓰이지 않지만

종합격투기에는 부커라는 존재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처럼 경기단체를 운영하면서 선수를 수급하는 경우는 프로모터라고 합니다만 

사실 저 같은 프로모터보다 선수를 활용할 기회가 더 많은 사람은 바로 부커입니다.

이 부커는 선수와 대회사를 연결해주는 사람으로써 목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대회사는 선수를 필요로 한다
2. 대회사에서 수 십, 수 백명의 선수와 직접 접촉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3. 그래서 대회사에서 신뢰하는 부커가 각지역에서 선수와 접촉한다
4. 따라서 대회사와 부커는 상호 신뢰하며
5. 철저히 약속을 지킴으로 서로의 미래와 이익을 도모한다

그런데 가끔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은 다음 셋 중 하나 입니다.

1. 선수(혹은 도장)쪽에서 부커를 통하지 않고 직접 대회사에 접촉한다
2. 출전 (구두)계약한 선수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
3. 대회사가 기존의 부커를 무시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문제를 일으킨 경우는 

1번과 2번이며 특히 2번은 지금까지도 일본 격투계에서 조금은 골머리를 앓는 부분이고  
3번은 의외로 문제발생 빈도가 적은데 역으로 생각해봐도 대회사에 접촉하는 입질을 일일이 하나하나 다 상대하는 것이 더 피곤할 수도 있기 때문에 오히려 대회사에서 그것을 피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대회사에 새로운 부커를 자처하고 등장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회사 입장에서는 한국을 담당하는 부커는 분명히 정해져 있는데 

새로운 사람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겠노라고 하면 

해당 부커에게 그 사실을 알려 줄 수 밖에 없죠.

 
특히 이 경우는 

유명세를 가진 선수를 앞세우고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큰 부커는 경기단체로 
지급되는 파이트머니도 높이 책정되는 것이 기본입니다.

관장과 관원, 스승과 제자, 매니져와 선수의 계약

우리 정서로는 자식 같은 그리고 동생 같은 제자와 

계약서를 서로 주고 받는 것이 굉장히 어색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계약서라는 것이 어딘지 모르게

속박받고 자유로움을 제한받는

것이라는 인식도 있습니다.

그러나 계약서는 

내 것을 지키고 보장받으며 

유사시에 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수단입니다.

그래서 제가 봤을 땐 

이제 계약서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야 하고 

일종의 안전장치로 인식을 전환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잘 안 풀리는 선수와 계약하겠다는 사람은 없습니다. 
물론 대회사도 그렇지요. 
그러나 잘 나가고 인기를 모아가고 있는 

실력 있는 선수와 계약하겠다는 사람은 많습니다.

스승과 제자였던 관계가 망가지는 경우는 

백이면 백 서로 나눈 계약서가 없을 때입니다. 
자신의 실력이 성장했고 가능성이 큰 것을 인지하고 있는 선수의 입장에서는 

그런 자신에게 기회를 제공하겠노라고 등장하는 사람의 말은, 

신뢰 여부를 확인할 것도 없이 

귀가 솔깃한 것이 사실이며 

그런 접촉 자체가 사실은 

스승과 제자 사이를 

서먹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 됩니다.

그러나 계약서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그런 유혹에서 초연해질 수 있으며 

만일 그런 기회 제공자의 말이 진실이며

마음 또한 진실이라면

계약서에 명시된 스승과 대화하여

어떻게든 좋은 기회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계약서가 없다면 수많은 사례처럼

키워놨더니 돈줄 따라 갔다~는 푸념을 하게 되지요. 

 

그러나 그것은 틀린 말입니다. 
그 선수를 더욱 키우기 위해서는 

안전장치를 서로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선수 입장에서도 늘 할 말은 있는 법이며 

이 모든 게

서먹해서 싫다~라든가

우리는 그런 것 없어도 문제없다~는 사고에서 비롯됩니다.

계약이라는 것은 

계약하느냐 

계약하지 않느냐로 

간단하게 나눠집니다. 


관장의 입장에서도 

선수의 입장에서도 

이 계약의 특성은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데, 

불행하게도 사제관계는 인정하지만 

파이트머니가 오가는 프로 세계에서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기에는 

못미덥다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것은 사람사는 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서로의 인품이라든가 

경제적 이익을 이룰 수 있는 능력, 

성장 가능한 성실성과 잠재력의 유무, 

기회제공자로서의 역할 등을 

모두 종합해서 판단하는 것이겠지요. 


계약여부를 떠나서 

계약하느냐 계약하지 않느냐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선수가, 

그 관장이, 

진정 프로로서의 각오와 태도를 

가지고 있느냐를 판단할 수 있는 척도가 됩니다.

부커와 관장의 신뢰관계

이런 것을 모두 감안하고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매니져와 선수라는 관계로 계약되어 있다고 했을 때, 

맨 처음 언급한 부커는 바로 그 스승을 신뢰하고

선수를 기용하게 됩니다.

마치 대회사가 

부커를 신뢰하고 

일임하는 것과 마찮가지입니다.

 

만일 선수가 

자신의 관장을 통하지 않고 

직접 부커에게 연락하면 

그 부커는 관장에게 그 사실을 말합니다. 


왜냐하면 

부커와 관장은 상호신뢰하는 관계로써 

선수 한 명, 사건 하나 때문에 

그 신뢰를 허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부커의 입장에서는 

그 관장을 신뢰하기 때문에 

그 관장이 추천하는 선수는 

충분히 신뢰하고 대회사에 추천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장이 

자신의 제자를 부커에게 소개하고 부탁할 때는

팀의 장래가 걸려있다는 마음을 늘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터무니없는 선수를 소개해서 

관중과 대회사에 실망을 주고 

나아가 부커의 신뢰성에 금이 가게 하는 행위를 

용납할 사람은 없습니다.


십 만원이든,

억대의 파이트머니든 

일단 돈과 기회가 오가면 프로 세계입니다. 


따라서 선수와 대회사의 중간에는 

관장과 부커의 존재가 생각보다 

크게 작용하게 되는 셈이지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관장을 믿고 선수를 기용했는데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부커가 선수 한명 한명을 

일일이 판단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대회사에 선수를 추천하고 

대회사가 그 선수를 기용하기로 한 그 순간부터 

그 선수의 모든 것은 관장이 책임져야 합니다.

그런데 대회에 출전하기로 한 선수가 

갑자기 부상 등의 이유로 빠지게 되면 

부커의 입장에서는 책임과 그 다음을 

관장에게 물을 수 밖에 없습니다. 


또 당연히 관장의 입장에서는 

상호 신뢰하는 관계를 지키기 위해 

자신이 그 대타를 물색하고 다시 추천하게 되지요.


그래서 수 많은 선수들이 경기장에 갔다가

유사시에 대리 출전하는 경우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에게서 일어난 일은 우리가 책임질테니 우리 팀(도장)을 믿고 진행하라'는 태도입니다. 

말 그대로 프로페셔널이지요. 

그런데 우리나라 도장들은

이것을 아직 잘 모르는 듯 합니다. 

 

그럴 듯한 대회사 하나 없는 울나라에서  

마치 일본의 주최사에서 아쉬워서 자신들을 기용한다는

착각을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 때가 많습니다. 

 

자신들이 대단해서 시합하러 가는 게 아닌데 말이죠.


그래서 선수가 

조금이라도 다치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조금이라도 더 좋은 기회가 왔다 싶으면 

출전 못한다는 통보를 아무렇지 않게 해버립니다. 


이 세상에는 항상 좋은 컨디션으로 싸우는 선수는 아무도 없는데 말이죠.^^

격투기 선수라는 것은

늘 어딘가는 다쳐있기 마련이고

차, 비행기 타고 먼 곳에 가서 경기하노라면

컨디션도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다쳐서 경기 못 뛰겠다는 

일방적 통보도 억장이 무너질 판에 

불과 몇 주 뒤에 그 선수가 

다른 대회에 출전한다는 소릴 듣게 되면 

당장 부커의 입장은 완전히 구겨지게 되지요.

저는 부커가 아니라 프로모터 입장이지만 

상호신뢰 입장에서 단 한 건이라도 

약속을 고의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판단이 들게 되면 

그 선수는 물론이고 그 팀까지 단절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지금 격투계는

크고 작은 대회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도 생겼다 없어졌다를 반복하며 

이제는 홍콩 대회, 싱가폴 대회, 북미의 대회들도 

우리 선수에게 오퍼를 넣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한국 선수들은 믿을 만하고

한국의 팀들은 신뢰도가 높다는 것을 구축하는 일입니다.

중요한 것은 어느 단체가 

한 푼이라도 많이 주느냐가 아닙니다. 


어차피 대부분의 대회사들은 

상호 연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력도 실력이지만 믿고 쓸 수 있는 

선수인가 아닌가가 가장 중요해집니다. 


대회사는 부커를 신뢰합니다. 
부커는 관장을 신뢰합니다. 
관장은 선수를 신뢰합니다. 


이들의 신뢰를 지키는

가장 기초적인 것이 계약이며 

이 계약을 바탕으로 세월속에서

그 신뢰를 확인하고 더욱 견고히 지키는 것이

대회사도 흥하고 선수도 흥하는 가장 기본입니다.


우리네 정서로서는 어딘지 모르게 

딱딱하고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계약,

그러나 성인이 되어 작은 방이라도 하나 얻을라치면 

당장 맛보게 되는 것이 계약서의 엄격함이듯 

우리 격투기가 성장하면서 반드시 함께 변화해야 할 것이 계약이겠지요.^^

 

아직 계약서를 안 쓴 선수는

당장 사무실로 와서 계약서 작성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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