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2045년.
차량이 대형화하면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요즈음 젊은이들이 차량을 주거 겸용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시작되었다.
전기차를 거치면서 소형화되는 듯하던 차량이 자율주행차량의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지며 안정화에 이르자 운전면허라는 라이센스 제도가 없어지고, 음주문제 등에서 자유로워지며 차량을 주거 겸용으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개인용 차량이 버스만큼 대형화 되어가는 추세다.
저녁이나 주말 상관없이 친구들이랑 장소를 정해놓고 실컷 즐기다가 잠자는 사이 회사 주차장으로 데려다 주기에 젊은이들로서는 더할 나위없이 좋은 방식이 된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우선 이들의 주거지가 불명확하다.
차량 자체가 유일한 주거 공간이니 우편물도 문제지만 이들을 관할할 행정기반에 혼란이 생긴 것이다.
한때 집은 있는데 집전화가 없다면 어색한 시기가 잠시 있었다.
그러나 곧 휴대전화의 편의성에 잊혀지고 말았듯이 지금의 젊은이들은 주소지가 왜 있어야 하느냐 반문한다.
이는 곧 정치권에서 가장 민감하게 문제되었다.
국회의원 선거구 문제에서 젊은 층에 기반을 둔 정당에서는 강하게 선거제도 개편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한 너무 노령인구가 많다보니 심한 포퓰리즘이 문제가 되기 시작한다.
그래서 아예 지역선거구제를 폐지하고 전국 단위로 연령별 국회의원 숫자를 배정하는 방식을 논의중에 있다.
노인들은 행여 주어지던 보조금들이 삭감되지 않을까 염려하여 데모를 준비한다고 한다.
국회에서는 새로운 문화적 충격에 대비한 새로운 법안 만들기에 골몰하고 있다.
예전의 사회적, 행정적 시스템으로는 지금 새로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는 지경이기 때문이다.
사건에 대하여는 경찰, 검찰, 법원의 관할 문제가 애매해 졌고, 행정기반으로 부과되던 세금과 수수료는 각 지방자치 단체의 충돌로 인하여 혼선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실례로 쓰레기 봉지를 서울서 사서 지방에서 버리고, 차량의 각종 오물을 지방 한적한 곳에서 무단 투기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인구대비 부여하는 예산 배정 방식이 수도권과 지방의 너무 많은 격차로 인하여 지방에서는 인프라 구축이 한참이나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는 빈아파트가 많아지고 건설경기는 쇠퇴한지 오래다.
아파트는 비어가고 차량은 대형화하다보니 아예 전층을 차고지로 개조하는 아파트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차고지에서는 식수 보충과 충전을 할 수 있다.
또한 그동안 싣고 다니던 쓰레기도 처리할 수 있다.
다만 도시 미관이 엉망이 되어가고 있다.
차량이 빠지고 나면 숭숭 뚫려버린 공간이 너무도 휑하다.
당국에서는 주차용 건물에도 가림막 설치 혹은 미관 개선을 의무화 하기 위하여 법안을 내놓고 있다고 한다.
또한 도로는 아직도 끊임없이 막히고 주차난에 허덕인다.
차량은 예전의 스피드나 모양새 보다는 내부의 안락함에 중점을 둔다.
배터리의 용량이 가장 큰 관심사이다.
이들은 장거리 이동을 기본으로 하고있기 때문이다.
주4일제 근무가 기본이기에 장거리 이동이 많아진 탓이다.
넉넉한 식수통과 오물통, 수납장이 많은 것이 지금 나오는 차량의 기본 사양이다.
또한 써스펜션(차량 완충장치)에 상당한 투자를 한다.
어떠한 도로를 주행하더라도 진동을 느낄 수 없는 기술이 차량 선택의 주된 요구 조건이다.
차량 내부의 많은 가전제품과 자동화 기기의 보호를 위하여 불가피한 조건이다.
웬만한 차들은 도시의 원룸 시설이 차량안에 오밀조밀 빼곡하게 설치 되어있다.
젊은이들의 문화적 패턴도 상당 바뀌었다.
인류의 이동이 지금처럼 밤낮없이 간편하고 자유로운 시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새로운 문화적 배경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모든 축제는 주간단위로 설정되어있다.
주3일이 쉬는 기간이므로 이들의 축제는 전국 어디든지 참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장거리 이동에 따른 불편이 없어진 탓이다.
또한 가는 기간 즐기고 오는 기간 즐길 수 있는 잇점이 있기에 지역적 한계는 사라졌다.
그 옛날 인도-유럽어족이 먹거리를 위하여 조금씩 이동해 갔다면 이들은 새로운 문화를 위하여 아주 빠르게 이동해 간다.
사회가 기본소득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만큼 인간은 이제 물건을 생산하기 위한 노동시간보다는 문화적 창조에 시간을 더 들이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2010년대 중후반 불기 시작한 크리에이터(creator)가 보편적인 직업군이 되어버렸고 모든 사람들은 사실상 문화적 소비자로 변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도 이 문화적 소비에 보조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물건의 생산으로는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와버린 시대이기 때문이다.
모든 공장은 오토-팩토리화 되는 추세여서 생산직이라는 단어조차 사라지는 지경이다.
따라서 모든 젊은이는 문화적 창조와 소비에 모든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앞으로는 문화적 창조와 소비에 대하여 등급을 매기고 그에 합당한 소득을 결정 지을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이는 소비시장의 위축을 막기위한 고육지책인지도 모른다.
물질적 소비에서 문화적 소비로 비중이 옮겨가는 이 새로운 물결과 세대를 매스컴에서는 컬쳐-노마드 제네레이션(Cultule Nomad Generation)이라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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