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0년간의 세상은 파이가 커지는 사회, 즉 생산과 이윤이 끝없이 늘어나는 팽창사회였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그 팽창이 멈추려 하고 있습니다.
인구 감소와 4차 산업혁명,
개인주의가 함께 오면서 파이가 줄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파이를 빼앗아야 자신의 생존이 가능한 제로섬 전투가 시작된 셈입니다.
이미 겪어왔던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위기가 찾아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합계출생률은
마침내 1명 선이 무너졌습니다.
작년 한 해만 급락한 게 아니라
1980년대에 2명 선이 무너진 이래 지속적으로 줄어든 결과입니다.
문제는 이것이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점입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잘 나가는 듯 보이는 중국도 산아제한 정책의 후유증으로 곧 인구감소를 맞게 될 전망입니다.
인구 감소는 수요(소득) 감소와 성장률 하락이라는 도미노 현상을 일으킵니다.
여기에 출생률 감소와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기술 발전은 개인주의 풍조를 확산시킵니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집중적인 보살핌을 받고 자란 자녀들은 각종 스마트 기기나 자율주행차 같은 문명의 이기를 누리며 혼자 생활하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는 환경을 누립니다.
사람들 간에 불통이 심화되며 각자의 행복만 추구하다가 급기야 공동체가 붕괴됩니다.
구체적인 결과물은
양극화 심화로 인한 연금, 보험 등
사회안전망과 교육시스템의 붕괴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수축사회가 진행되면
자영업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영역에서
공급과잉이 심각해집니다.
인구가 감소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보다 더 빨리 노동력의 수요가 줄어드는 것입니다.
이는 알려진대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하는 4차 산업 혁명을 포함한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으로
인간이 여타의 종에 비해
월등한 문명을 이룩한 가장 큰 원인은
협업입니다.
사실 인간의 육체적 능력은
침팬지의 5/1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고
인간이 자연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집단을 이루고 사회를 만든 것입니다.
파이 즉 잉여생산물이 생기면서
씨족, 부족, 국가로 발전하면서 집단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파이를 둘러싼 대립과 갈등도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한 결과가 바로 계급의 탄생입니다.
그러나 문명사회가 도래한 이후
파이는 생겼지만 근대 자본주의 이전 까지는
파이의 규모가 유의미하게 증가하지는 않았습니다.
농경사회에서는
생산력이 발달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경작지와 노동력의 규모에 의해 생산량이 결정되었습니다.
그러나 토지는 유한한 것이므로
경작지의 확대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인구의 증가 역시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생산력이 발전하고 파이는 급속히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파이를 늘리기 위해서는
생산량이 증가해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더많은 노동력(인구)이 필요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500여년 동안
인구, 생산력, 생산량, 수요, 파이(이윤)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습니다.
그러나 500여년간 지속된 팽창사회는
21세기에 들어서며 한계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인구증가와 노동력과 수요의 증가를 통한 자본주의 발전방식은 처음부터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식량의 증가가 지속된다해도
지구라는 한정된 자원과 공간에서 수백억의 인구가 살아가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수축사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1929년 대공황 직전에 일어났던 것과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때도 나라마다 관세를 올리며
보호무역으로 간 게 대공황을 심화시켰습니다.
중국과 미국의 무역 갈등이
판박이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나마 대공황은 인구가 팽창하고,
중국·한국 같은 미개척 시장이 많은 상황에서 찾아왔습니다.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도
초기 3년은 성공했지만 그 이후로는 실패했다고 봐야합니다.
뉴딜 정책의 실패로 터진 것이 2차 세계대전입니다.
물론 교과서에서는 독일 히틀러나 일본 제국주의의 야욕으로 2차 대전의 원인을 설명하겠지만....
수축사회 진입의 대표적인 징후로
포퓰리즘이나 애국주의가 득세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수축사회가 지속되면서
민주주의나 자유보다는 빵이나 안정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약간의 파이만 제공해주면
독재적인 정부라도 용인하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 기반이
중산층 이하 소외된 백인 또는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내륙 지방에 산재해있는 점에 그는 주목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 등 수축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중하류층의 생존 심리가 트럼프 집권을 이끌었다고 할 수있습니다.
팽창사회에서는
법이나 원칙을 지키지 않을 때
오히려 더 큰 파이를 얻을 수 있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반칙의 희생자들에게도
적당한 파이를 분배해 불만을 다독일 수 있었습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크고 작은 비리들이 뒤섞이는
정경유착이나 전관예우가 관행으로 대접을 받았습니다.
수축사회에서는
경쟁이 격화되지만
승자독식도 쉽게 용인되지 않습니다.
수축사회에서 소수의
일방적인 탐욕이 용인 될 경우에는
그사회는 파멸적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파이가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소수가 파이를 더많이 가져가는 상황은
나머지 사회구성원에게는 생존의 위협이 되기 때문입니다.
수축사회는 이미 우리 눈앞에 다가와 있습니다.
이제는 과학과 기술이 발전해도
성장하지 않는 시대에 진입했습니다.
생산량을 늘려
성장을 추구하는 발전 전략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비관적일 필요는 없습니다.
인류가 행복하게 살아가는데는
지금의 파이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수축사회의 성패는
기존의 성장을 버리고 파이를 얼마나 적절하게 나누느냐에 달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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